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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코로나19 시대에도 봉사는 계속…방역자격 취득한 이재우씨

송고시간2020-08-15 09:05

다양한 30여년 경력 대면 봉사 위축되자 '방역으로 돕자' 발상 전환

방역협회 교육 이수·자격 취득…취약가구 해충, 주택가 소독 등 활동

소독업무 법정교육 이수증을 보여주는 이재우씨
소독업무 법정교육 이수증을 보여주는 이재우씨

[촬영 허광무]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불개미네요. 요게 이렇게 작아도 물리면 엄청 아파요."

화장대를 들어내고 방구석을 살피던 이재우(56)씨는 맨눈으로 식별이 쉽지 않은, 작고 꾸물거리는 점들의 정체를 바로 파악했다.

그는 "녀석들이 원래 나무와 습기를 좋아한다"는 설명과 함께 벽을 타고 퍼진 시꺼먼 곰팡이를 쓱쓱 닦아냈다. 이어 개미 행렬의 이동 경로를 거꾸로 따라가며 본거지를 추적한 뒤, 능숙하게 살충제를 뿌렸다.

쉴 틈 없이 주방으로 자리를 옮긴 이씨는 이번에는 선반에서 세간살이를 모두 꺼낸 뒤, 다시 개미를 살피기 시작했다. 얼굴과 목덜미에서 땀 줄기가 줄줄 흘렀지만, 그의 개미 떼 박멸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현장에 동행한 기자가 봉사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했지만, 대부분 구석으로 얼굴을 향하거나 바닥에 엎드리기 일쑤여서 연신 뒤통수에 대고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었다.

개미 떼 구제작업을 하는 이재우씨
개미 떼 구제작업을 하는 이재우씨

[촬영 허광무]

이달 6일 울산시 울주군의 한 가정에서 이뤄진 이 봉사는 '한부모가정 모자가 2주 전부터 개미 떼에 시달린다'는 울주군자원봉사센터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당시 봉사를 위해 준비물을 챙기던 이씨의 승용차 트렁크에는 살충제, 소독액, 분무기, 장갑, 마스크 등 방역 관련 물품이 가득 실려 있었다. 다른 개인 짐은 보이지 않았다. 방역 관련 도움 요청을 받으면 퇴근길이나 휴일에도 언제든 달려갈 수 있도록 자가용에 물품을 구비해 놓은 것이다.

현재 석유화학업체인 대한유화에 근무하는 그의 봉사 경력은 30여년에 달한다.

20대 중반부터 개인 혹은 봉사단원 소속으로 의료봉사 지원과 어린이 놀이터 놀이시설 안전 점검을 위주로 각종 봉사에 참여했다.

현재 이·미용, 제과·제빵, 방충망 설치, 옷 수선 등 각종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울주군전문자원봉사단협의회 회장을 맡는 등 긴 경력만큼이나 봉사 영역이나 활동 범위는 더 넓어졌다.

지금도 봉사 일정이 생기면 회사에 휴가를 낼 정도로 열의는 여전하고, 그의 아내와 대학생 두 자녀도 남편과 아빠의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씨는 15일 "다른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봉사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하면 할수록 스스로 용기와 힘을 얻는 것이 봉사라는 것을 배우는 중"이라면서 "하심(下心), 즉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을 체득하는 공부가 된다"고 봉사활동의 매력을 소개했다.

방역·소독 관련 물품으로 가득 찬 트렁크
방역·소독 관련 물품으로 가득 찬 트렁크

[촬영 허광무]

이런 이씨의 봉사활동을 방해하는 훼방꾼이 올해 나타났다. 다름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그것이다.

봄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사태는 대면 봉사활동까지 자제해야 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30여년간 이어온 봉사를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잠시 쉬어도 될 타이밍에서, 이씨는 반대로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봉사가 가능할까'를 생각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이 코로나19 시대와도 부합하는 '방역 봉사'다.

그는 그저 소독약이나 뿌리는 봉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불안해하거나 불신하지 않는 봉사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이씨는 5월부터 한국방역협회에서 16시간의 소독업무 법정교육을 모두 이수하고, 7월 자격을 얻었다. 그가 받은 자격은 방역·소독업체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방역·소독을 원하는 수요는 많았다.

이씨는 요즘 혼자서, 때로는 봉사단원들을 이끌고 방역이 필요한 동네나 해충이 나오는 가정을 찾아다니며 봉사하는 재미에 빠져있다.

그는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힘을 나누고 북돋우는 것이 봉사인데, 코로나19라는 놈은 그것마저 못 하게 하니 참 얄밉다"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도움을 주고 내가 못하는 것은 도움을 받는 식으로 서로 재능과 능력을 나누면서, 이 어려운 시기가 지나고 모두 웃음을 되찾는 그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의료봉사 지원 활동을 하는 이재우씨
의료봉사 지원 활동을 하는 이재우씨

[울주군자원봉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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