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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5년] ④ 일제 유적 '철거 vs 보존' 논란 …일부선 다크투어리즘 활용

송고시간2020-08-13 07:05

인천 미쓰비시 줄사택·충주 조선식산은행 등 일제건물 보존 놓고 논쟁

제주 알뜨르비행장·군산 옛 일본은행 등은 반전교육장·관광지로 변모

인천 미쓰비시 줄사택
인천 미쓰비시 줄사택

2019년 3월 촬영. [부평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국종합=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광복 후 7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일제 수탈 유적의 보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보존 가치가 입증되지 않은 어두운 역사의 잔재까지 보존해야 하느냐는 견해가 있는데 반해 가슴 아픈 현장이지만 평화를 위한 귀중한 교육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 강제동원 합숙소 철거 여부 놓고 찬반

인천에서는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합숙소로 쓰였던 '미쓰비시 줄사택' 철거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교차한다.

1940년대 건립된 미쓰비시 줄사택은 미쓰비시제강 부평공장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사택으로 한반도에 남은 유일한 미쓰비시 관련 건물이다.

주민들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낡은 주택이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아 지역 개발에 악영향을 준다며 철거를 요구한다.

부평구는 이곳에 '미쓰비시 줄사택 생활사 박물관'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주민 반대 여론에 밀려 건립이 무산되기도 했다.

반면 지역 학자들은 줄사택과 인근 일본 무기공장 조병창 등 부평에 남아 있는 유적이 아픈 역사의 흔적을 넘어 반전 평화교육의 현장이 될 수 있다며 보존 필요성을 강조한다.

인천고 학생 519명도 줄사택 철거를 막고 기념관을 조성해 달라는 단체 서명부를 자발적으로 준비해 지난해 11월 부평구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시설 상당수를 철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부평구는 주민 공동이용시설과 행정복지센터를 짓기 위해 2018∼2019년 줄사택 9개 동 중 3개 동을 철거한 데 이어 조만간 공영주차장 조성을 위해 4개 동을 추가 철거할 방침이다.

구는 철거 현장에서 수습된 기와와 목재 기둥 등 건축재를 부평역사박물관에 전시하는 방안 등 기록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남은 2개 동에 대한 철거 여부 등 처리 방침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민족자본 수탈' 충주 옛 조선식산은행 내달부터 보수 공사
'민족자본 수탈' 충주 옛 조선식산은행 내달부터 보수 공사

(충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옛 조선식산은행 외형 보수공사를 위해 문화재청 설계 승인과 자체 일상감사를 거쳐 충북도 계약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고 충주시가 20일 밝혔다.
사진은 옛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전경. 2020.5.20 logos@yna.co.kr

충북 충주의 옛 조선식산은행 건물도 복원 또는 철거 방안을 놓고 오랜 기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충주시는 2017년 5월 이 건물이 문화재청의 등록 문화재로 지정되자 12억3천만원을 들여 은행 건물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기로 하고 조만간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침략자가 남겨놓은 건물을 보존하는 것은 합당치 않으며 활용 폭도 좁아 후대에 부담만 주게 될 것"이라며 "보수공사 과정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1933년 12월 건립된 성서동 조선식산은행은 한성농공은행 등 6개 은행을 합병해 설립한 기관으로, 동양척식주식회사와 함께 일제가 우리 민족자본을 수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기 안양 옛 서이면사무소도 가슴 아픈 역사에서 비롯된 갈등이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는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면사무소 건물을 2001년 1월 경기도문화재자료 제100호로 등록하고 복원작업을 벌여 2003년 일반에 공개했다.

그러나 복원 과정에서 경술국치를 정당화하고 찬양하는 내용의 글이 상량문에서 발견된 후 문화재 지정 해제와 철거 요구 여론이 현재까지도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다.

'알뜨르비행장과 제주의 역사를 돌아보다'
'알뜨르비행장과 제주의 역사를 돌아보다'

(제주=연합뉴스) 제주도립미술관(관장 최정주)이 다음 달 4일까지 제주 대정 알뜨르비행장에서 아트프로젝트 '다시, 알뜨르'를 개최한다고 14일 전했다.
2018.10.14 [제주도립미술관 제공] photo@yna.co.kr

◇ "아픈 역사도 역사다"…'다크투어리즘' 활용도 활발

이처럼 철거와 보존 여론이 대립하는 곳이 적지 않지만, 수탈 유적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관광지로 조성,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에서 교훈을 얻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쟁이나 학살 등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을 뜻하는 '다크 투어리즘'은 제주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귀포시는 알뜨르비행장, 지하 벙커, 동굴 진지와 고사포 진지 등이 있는 대산읍 일대를 다크 투어리즘 테마 관광지로 육성하고 있다.

1933년 건설된 알뜨르비행장은 중국 난징과 상하이 등을 폭격하는 전초 기지 거점으로 '가미카제'(神風)로 불리는 일본군 자살특공대의 조종 훈련이 이뤄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개항장 거리서 열린 '독립자금을 마련하라' 이벤트
인천 개항장 거리서 열린 '독립자금을 마련하라' 이벤트

[인천 중구문화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북 군산시는 일제 강점기 전후에 지어진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옛 조선은행,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일본 가옥 등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군산시는 이 일대에 근대역사박물관, 짬뽕 거리 등을 만들어 관광단지로 조성했고, 일제 강점기를 비롯한 근대 역사를 체험해보는 '군산 시간여행 축제'도 선보여 지역 대표축제로 키우고 있다.

인천시 중구도 1883년 인천항 개항 후의 일본인 거주지를 복원해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일본제1은행, 제18은행 등 일제 수탈의 거점 역할을 한 옛 인천 일본은행들이 지금은 개항박물관·근대건축전시관 등으로 탈바꿈돼 수많은 관광객을 맞고 있다.

(강종구, 박재천, 변지철, 백도인, 손형주 기자)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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