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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하천에 냉장고가 둥둥"…679㎜ 물폭탄에 잠겨버린 철원

송고시간2020-08-05 18:06

접경지 마을 이틀 만에 또 침수…이재민 임시 대피소까지 고립

한탄강 범람으로 접경 주민 대피…태양광 발전단지 축대 무너져

길이 끊어졌네
길이 끊어졌네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5일 오후 강원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일대가 물에 잠겨 주민들의 발이 묶여있다. 2020.8.5 yangdoo@yna.co.kr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말 그대로 '물폭탄'이 강원 철원군에 쏟아졌다.

곳곳이 물에 잠기고 쓸려 내려가고 터졌다. 주민들은 급히 몸을 피했지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이들은 고립됐다.

마을 하천에 이어 한탄강까지 범람하자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주민들은 마당을 넘어 집 안까지 들어차는 물을 퍼내고 또 퍼냈다.

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물이 불어났고 결국 구조 보트에 몸을 맡겼다.

철원 생창리…이틀 만에 또 침수 피해
철원 생창리…이틀 만에 또 침수 피해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5일 오후 강원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일대가 폭우로 침수돼 있다. 철원지역은 닷새 동안 최대 670㎜ 이상 폭우가 쏟아졌다. 2020.8.5 yangdoo@yna.co.kr

5일 정오께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는 다시 물바다가 됐다.

오전에 비가 수차례 세차게 내리더니 마을 중앙을 가로지르는 큰 도로가 서서히 물에 잠겼고 금세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다.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지난 3일 새벽 집중호우에 집과 논밭이 모두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이장은 마을 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급히 대피할 것을 알렸다.

공무원들은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대피하지 못한 주민이 있는지 살폈다.

오후 2시가 지나자 불어난 물은 어른 허리 높이까지 찼다.

주민들은 집으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대문을 흙과 모래주머니 등으로 덮었지만 소용없었다.

냉장고가 둥둥
냉장고가 둥둥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5일 오후 강원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일대가 폭우로 침수돼 있다. 철원지역은 닷새 동안 최대 670㎜ 이상 폭우가 쏟아졌다. 2020.8.5 yangdoo@yna.co.kr

도로는 강으로 변했고 냉장고가 둥둥 떠다녔다.

마을 옆 남대천은 죽은 멧돼지가 떠내려갔다.

주민들이 이틀째 묵고 있는 임시 대피소는 고립된 장소로 변했다.

결국 이들은 구조 보트를 타고 새 대피소인 근남면사무소로 향했다.

주민 김광호(62)씨는 "이틀 전 새벽에도 물난리가 나서 동네 어르신 댁 문을 두드리며 깨워 급히 대피했는데 오늘 또 물이 들어차니 황망할 뿐"이라며 "아무리 물을 퍼내도 하수도가 걷잡을 수 없이 역류해 어찌 손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아무리 퍼내도 끝이 없네
아무리 퍼내도 끝이 없네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5일 오후 강원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의 한 주택에 빗물이 차 주민이 바가지로 퍼내고 있다. 2020.8.5 yangdoo@yna.co.kr

민통선 내 마을 피해는 더 심각했다.

화강과 화천천이 만나는 한탄강 상류 지역은 오전부터 범람이 우려됐다.

이에 군은 재난 문자를 발송해 상류 인근 동송읍 이길리와 갈말읍 정연리 주민들에게 긴급히 대피할 것을 지시했다.

오후 들어 북한지역에서 물이 유입되면서 강물을 크게 불어났고 결국 범람해 집과 논밭을 덮쳤다.

물바다 된 철원 이길리
물바다 된 철원 이길리

[촬영 양지웅]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산을 오르기도 했고, 초소를 지키던 장병들도 잠시 몸을 피했다.

대피한 마을 주민에 따르면 우사로 물이 들어차 젖소 수백마리가 죽을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젖소의 비참한 울음소리를 듣던 일부 주민들은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철원군에 따르면 김화읍 생창리와 청양리, 갈말읍 동막리, 정연리, 동송읍 이길리 등 6개 마을에서 이재민 200여 가구 480여 명이 발생해 대피소로 향했다.

철원군 근남면의 태양광 발전단지 역시 수마의 발톱을 피하지 못했다.

무너진 태양광 패널
무너진 태양광 패널

[철원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한 빗줄기에 패널 아래는 물바다로 변했고, 배수로는 밀려드는 빗물에 역류했다.

발전단지를 지탱하는 옹벽은 힘없이 터져 토사가 아래 논까지 밀려 내려갔다.

이곳은 2년 전 큰비에 옹벽 붕괴 사고가 났었다.

보강공사를 했지만 물폭탄을 견딜 수 없었다.

닷새째 집중호우로 강원 철원지역에 최대 679㎜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6시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철원 장흥이 679㎜, 양지리가 609.5㎜를 기록했다.

강원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지금도 경기 동두천 등 곳곳에서 비구름대가 발달해 철원으로 밀려드는 상황"이라며 "산발적으로 매우 강한 비가 내릴 수 있어 주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트로 구조되는 수재민들
보트로 구조되는 수재민들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5일 오후 강원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일대가 물에 잠겨 구조대원이 주민들을 보트로 구조하고 있다. 2020.8.5 yangdoo@yna.co.kr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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