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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저수지 둑 '와르르'…"해일같이 밀려든 물에 지붕 대피"

송고시간2020-08-03 17:17

제천 명지·산곡동 산사태 현장 전쟁터 방불…"살아있는 게 다행"

계속되는 비에 행정복지센터 이재민 37명 불안감 떨치지 못 해

(제천=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3일 오후 2시 충북 제천시 명지동 무지골 마을회관 앞은 산에서 밀려 내려온 토사로 뒤덮였다.

저수지 수문 막은 부유물
저수지 수문 막은 부유물

(제천=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3일 오전 충북 제천시 명지동의 한 저수지 수문이 부유물로 인해 막혀 있다. 2020.8.3 logos@yna.co.kr

차량은 물론이고 주택도 흙더미에 반쯤 파묻혀 지붕만 앙상하게 내놨다.

포크레인 한대가 굉음을 내며 산에서 떠밀려온 나뭇가지와 부유물을 연신 걷어내지만, 폐허가 된 마을이 제모습을 되찾기에는 한참 부족해 보였다.

주민들은 침수된 집 밖에 나무 밑에 삼삼오오 모여 비를 피했다.

유병호(73) 통장은 연합뉴스 취재진에게 "산 중턱에 있는 저수지 둑이 터지면서 물이 해일같이 밀려와서 마을을 덮쳤다"며 "1t 트럭과 농기구도 둥둥 떠내려갈 정도였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토사에 파묻힌 주택
토사에 파묻힌 주택

(제천=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3일 오전 충북 제천시 명지동의 한 주택이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에 반쯤 묻혀있다. 2020.8.3 logos@yna.co.kr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굵은 비가 쉼 없이 퍼붓던 지난 2일 오전 10시께 이 마을은 주민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천둥 치는 소리와 함께 산기슭이 무너졌고, 이곳에서 흘러내린 바위와 나무들이 산 중턱 저수지로 떠밀려 들어왔다.

산사태로 떠밀려온 흙더미와 나무 등은 저수지 수문을 가로막았고,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결국 둑이 힘없이 무너졌다.

그러고는 6천300t이 넘는 물이 흙더미를 쓸고 내려와 마을을 덮쳤다.

이날 제천에는 259㎜의 폭우가 내렸다.

폭우에 터진 저수지 둑
폭우에 터진 저수지 둑

(제천=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3일 오전 충북 제천시 명지동의 한 저수지 둑이 전날부터 내린 폭우로 인해 파손돼 있다. 2020.8.3 logos@yna.co.kr

주민들은 둑이 터지기 전 고지대로 피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수마가 마을을 할퀸 지 만 하루가 지났지만, 지금도 폐허가 된 마을은 당시 모습 그대로다.

몇몇 주민이 토사와 부유물로 뒤범벅이 된 마을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 복구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집으로 들이 찬 물 높이 설명하는 제천 주민
집으로 들이 찬 물 높이 설명하는 제천 주민

[이승민 기자 촬영]

주민 정준환(73)씨는 "영화의 한장면처럼 밀려오는 물을 보고 지붕 위로 몸을 피했으나 마당에 있던 저장고와 사과 선별기, 건조기 등을 전부 못 쓰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발목이 푹 빠질 정도로 진흙 펄이 된 집안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끔찍한 수마 흔적을 설명했다.

그는 "비가 그쳐야 무엇이든 할 텐데, 지금은 속만 태우고 있다"며 "혼자 힘으로 어쩔 수가 없는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폭우 피해 설명하는 주민
폭우 피해 설명하는 주민

[이승민 기자 촬영]

이웃에 사는 박모(60)씨의 1천300여㎡ 규모 자두밭과 비닐하우스 1채(165㎡)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의 집 앞에는 무너진 토사 사이로 물이 흘러 전에 없던 계곡이 생겼고, 보금자리였던 집은 폭탄을 맞은 듯이 부서졌다.

박씨는 "이 마을에 20년간 살면서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농사를 지어서 생계를 꾸리는 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이 마을 37가구 주민들은 이틀째 정든 집을 떠나 이웃 마을 친적 집이나 화산동행정복지센터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화산동행정복지센터에는 인근 산곡동 주민을 합쳐 37명의 이재민이 수용됐다.

산곡동 주민들도 하천이 범람하면서 마을 위 저수지 둑 붕괴가 우려되자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들은 충주시와 구호 단체가 보내준 컵라면, 즉석밥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대피하다가 난 상처
대피하다가 난 상처

[이승민 기자 촬영]

산곡동 주민 김종해(64)씨는 취재진에서 급류를 헤치고 빠져나오다가 생긴 다리의 상처를 보여줬다.

김씨는 "말 그대로 물 폭탄이 떨어졌다. 하천이 범람하면서 갑자기 거센 물살이 집안으로 밀려들었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물에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담장을 잡고 이동했다"며 "저수지가 터지지 않았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물귀신이 될뻔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방재당국은 전날 이 마을 상류의 저수지가 범람할 위기에 놓이자 70가구를 긴급대피시켰다.

제천시 관계자는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 2차 피해에 대비하는 상황"이라며 "산사태가 발생한 곳은 중장비를 투입해 물길을 내고 있지만 큰 비가 오면 다시 마을을 비워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천시는 명지동과 산곡동 주민에게 비가 완전히 그칠 때까지 행정복지센터 등 안전지대에 머물 것을 당부하고 있다.

제천 이재민들
제천 이재민들

[이승민 기자 촬영]

logo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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