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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저금리가 만드는 변화들

송고시간2020-08-01 10:30

코로나19 발병 이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까지 인하했다. 만기가 짧은 기준금리뿐 아니라 한국 정부가 발행한 10년 만기 장기 국고채 수익률도 1.35%에 불과하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지만 그래도 다른 국가들보다는 금리 수준이 높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기준 미국은 0.6%, 일본은 0.01%에 불과하다. 심지어 독일과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각각 -0.46%와 -0.16%로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했다(7월 21일 기준).

사상 초유의 저금리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런 흐름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고, 코로나 팬더믹 국면에서 이런 흐름이 더 강화됐다.

구조적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리스크 희석이라는 경제 환경이 저금리 기조를 고착화시킨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저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늘어나던 정부 부채가 코로나19 창궐 국면에서 더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 저금리 유지의 당위성을 높여준다.

채무자들에게 유리한 경제 환경은 저금리와 인플레이션이다. 저금리는 이자 부담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은 돈의 실질가치를 떨어뜨려 돈으로 갚아야 할 부채의 상환 부담을 낮춰준다. 이런 면에서 저금리가 채무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중층적인 효과가 있다. 인플레이션이 금리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과 같이 인플레이션이 생기지 않는 환경이라면 일단 저금리 기조 유지가 채무자에게는 중요하다.

최근 가장 빠르게 부채가 늘고 있는 경제 주체는 정부다. 역사적으로 보면 정부 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인위적인 저금리 기조가 유지됐다. 2차 세계대전 직후 급증한 정부 부채가 부담이었던 1950~60년대 미국에선 경제 성장률로 추론될 수 있는 적정 금리 수준보다 훨씬 낮은 금리가 고착화됐다.

주요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주요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신영증권 제공]

코로나 팬더믹 이후 많은 국가의 공공부채가 급증하고 있어 저금리 기조 유지는 필수적인 상황이 돼버렸다. 인위적인 저금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비대칭성을 낳는다.

일단 가계와 기업의 비대칭성을 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 빠르게 늘어난 가계부채가 문제지만 국민 경제 전체적으로 가계는 순예금자다. 2020년 3월 말 기준 한국의 가계 금융부채는 1천879조 원이지만 금융 자산은 3천978조 원이다.

한계차입자들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잠재적 위험이지만 가계 전체적으로 보면 금리 상승이 소득을 늘리는 데 훨씬 유리하다.

저금리 기조의 고착화는 최근 한국 가계소득 정체의 핵심적인 이유다. 최근 10년 동안 가계의 노동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5.5%인 데 비해 자영업 소득은 0.4% 증가에 불과하고, 이자소득은 오히려 연평균 4% 감소했다. 반면, 기업은 잉여자금보다 부채가 많은 순차입자다. 저금리는 가계의 부를 기업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 비대칭은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괴리다. 저금리 고착화는 그 자체가 실물경제의 활력이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저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조합이 낮은 금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반면, 자산시장은 저금리를 선호한다. 더욱이 급증한 정부 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에서 펀더멘털보다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면 실물경제와 자산시장 간 괴리가 더 커진다. 우리는 실물경제의 성장 정체에도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활황세를 나타내는 모습을 보고 있다.

저금리가 만들어내는 이익의 비대칭성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지속돼온 현상이지만 코로나 팬더믹 이후 더 강화되고 있다. 최근 나타나는 주식시장 강세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주식시장의 장기 전망에는 고민이 필요하다. 저금리가 자산으로서 주식의 장점을 높이는 게 분명하지만 주식은 경제가 성장해야 오를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장기간 하락하면서 마이너스까지 도달했던 일본과 프랑스 주식시장의 장기 성과는 초라하다. 우리나라 역시 사상 초유의 저금리 환경이 이어지지만 코스피는 2011년 이후 장기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간 주가가 상승하는 종목군은 인터넷과 바이오 등 성장 기대가 투영되는 몇몇 종목에 불과하다. 다수 종목은 별 볼일이 없고, 일부 종목만 성장의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니 이들 종목 주가가 자기강화적으로 상승한다.

소심한 가치투자자의 입장에선 도저히 손이 가지 못할 정도로 이들 종목의 주가가 급등했고, 일부 종목은 버블 혐의도 있다. 하지만 실물경제보다 주식시장이 더 낫고, 주식시장 내에서는 성장주가 우위에 서는 흐름이 분명해 보인다.

김학균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sigo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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