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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의 게임인] 중국에 목매지 말고 K-게임 키울 방법 고민해야

송고시간2020-08-01 08:00

4년째 중국 진출 막히자 '관시' 시도한 게임사 두고 뒷말 무성

동남아 게임계 급속 성장…정부 전략 늦으면 게이머 등 돌릴 것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올해 5월 7일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올해 5월 7일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게임에는 국경이 없다.

휴대전화나 가전제품만 해도 "그래도 국산을 사야지"라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나 음악 같은 문화 콘텐츠 팬들도 상당수가 국산을 아낀다.

그러나 게이머는 국산 게임에 특별한 애정이 없다. 어느 나라 게임사가 개발했는지 확인하면서 게임을 고르는 게이머는 드물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자국 게임 자부심이 높은 일본에서도 북미산 대작 콘솔 게임은 대박이 난다. 중국에서 인기 PC게임 1위는 수년째 한국 게임 '던전 앤 파이터'다.

이처럼 국경 없는 '완전 경쟁' 시장에서 중국은 예외다.

2017년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4년째 한국에만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걸어 잠근 상태다.

중국에서 게임을 이용하는 인구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6억5천400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총인구의 12배가 넘는다.

그런 시장에서 공식 허가를 내주지 않으니 게임사들은 갖은 우회로를 동원한다.

히트작 IP(지적재산)를 중국 개발사에 넘겨서 모바일게임을 만든 다음 중국에 서비스하며 IP 사용료를 받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한한령 (PG)
한한령 (PG)

[정연주,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아예 중국 당국에 접촉해 '관시'(關係·비공식 인적 네트워크)로 판호를 받으려고 시도한 한국 게임사도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한국 게임사가 판호에 목을 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코로나19 상황이 닥치자 어떤 한국 게임사가 주한중국대사 통해서 도움을 주더니, 본국까지 찾아가서 판호 달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러니 오히려 그쪽(중국 당국)에서는 '한국은 판호로 마지막까지 쥐고 흔들면 되겠구나' 했다는 거죠."

중국 전문가인 우수근 중국 화동사범대학 특별초빙교수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판호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한 말이다.

실제로 일부 게임사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던 올해 2월 중국 대사관 등에 기부 릴레이를 펼친 바 있다.

다른 게임사들에서는 "개별적으로 기부하지 말고 한국게임산업협회 차원에서 공동 기부했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적지 않은 돈을 선뜻 기부한 게임사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다만 기부를 두고 뒷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로 한국 게임업계가 중국에 목을 매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케 해 씁쓸함을 남겼다.

'라스트 오브 어스 : 파트 2'에는 말레이시아의 게임제작사 '레몬 스카이 스튜디오'가 참여했다. 최근 글로벌 게임업계는 동남아 게임 시장 성장을 주목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홈페이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라스트 오브 어스 : 파트 2'에는 말레이시아의 게임제작사 '레몬 스카이 스튜디오'가 참여했다. 최근 글로벌 게임업계는 동남아 게임 시장 성장을 주목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홈페이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제 중국 게임사들 개발 능력이 한국을 뛰어넘는 수준이에요. 단순히 판호가 풀린다고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거죠. 업체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아요. 세계적인 캐주얼게임 회사들이 동남아시아 쪽과 활발히 협업하는 트렌드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국회 판호 토론회에서 중소게임사인 중원게임즈의 윤선학 대표가 한 말이다.

윤 대표 말처럼 최근 글로벌 게임업계는 동남아 시장의 성장세를 주목하고 있다.

동남아는 게임 인구가 늘어날 뿐 아니라, 게임 개발 능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레몬스카이스튜디오·패션리퍼블릭 등 말레이시아 게임사들은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고스트 오브 쓰시마' 등 최근 성공한 대작 콘솔 게임에 잇따라 참여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국내 게임업계가 나오지도 않는 중국 판호를 두고 발을 동동 구르는 동안 동남아 게임계는 파이를 키우면서 자생력까지 기르고 있었던 셈이다.

새로운 'K-게임' 수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5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서 약속한 것처럼 창업부터 해외 진출까지 세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서둘러 판을 깔지 않으면 대형 게임사들은 또다시 뒷말을 주고받으며 중국 진출에 목을 매고, 중소 개발사는 자금·인력이 부족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썩힐 것이다.

그렇게 몇 년만 지나면 게이머들은 어느새 한국 게임에 등을 돌리고 외산 게임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게임에는 국경이 없으므로.

[※ 편집자 주 = 게임인은 게임과 사람(人), 게임 속(in) 이야기를 다루는 공간입니다. 게임이 현실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두루 다루겠습니다. 모바일·PC뿐 아니라 콘솔·인디 게임도 살피겠습니다. 게이머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립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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