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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2틀·4흘로 알다니…몰라도 당당한 디지털 세대

송고시간2020-07-31 08:00

(서울=연합뉴스) 지난 21일 한 포털사이트에서 '사흘'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월요일인 8월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광복절인 8월15일부터 '사흘'간 쉴 수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는데, 이 '사흘'이라는 단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때아닌 논쟁이 벌어진 겁니다.

사흘의 뜻을 모르는 일부 누리꾼들이 "15, 16, 17일이 삼일이지 왜 사흘이야?", "뉴스 오보 아니냐", "토·일·월 휴일인데 왜 제목이 사흘 휴일임?", "기레기아 넌 15~17일이 사흘로 계산되냐 똑바로 계산 안 할래?"라는 등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사흘을 모르는 세대가 생긴 건가", "입시 위주 교육의 폐단"이란 댓글이 달렸는데, 이를 두고도 "모를 수도 있지 뭐가 문제냐", "어려운 한자를 쓴 사람의 잘못"이라는 반응이 나오며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최근 인터넷에 '이틀'을 '2틀'이라고 쓰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사흘'을 '4흘', 즉 '4일'이라고 착각한 사람이 늘어나 이런 논란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사흘은 '세 날'을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4일을 뜻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한자어도 아닙니다.

이기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는 "사흘은 어려운 단어는 아니지만 잘 쓰지 않는 상황에서 의미를 추측하면서 벌어진 사태"라고 분석했습니다.

권순희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는 "우리 고유어에 '서너개'란 표현이 있는데 수를 의미하는 '서'와 '너'가 날짜 표현으로 바뀌면서 사흘과 나흘이 된 것"이라면서 "젊은 세대들이 고유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권 교수는 "벌써 사흘이라는 고유어가 사라질 정도가 됐나"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이런 논쟁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한 웃지 못할 사례도 있었습니다.

2013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예정된 불합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한 취업준비생이 '금일'과 '금요일'을 구분하지 못해 인사담당자와 갈등을 빚은 사례였습니다.

"굳이 금일이라고 써야 하냐", "(금일은) 굳이 한자어를 안 써도 소통 가능한 언어니까 모를 수 있지 않나", "이게 바로 줄임말의 폐해인가?", "금일과 금요일도 구분하지 못하다니 심각하다" 등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작년 6월에는 한 영화평론가가 영화 기생충 평론에 썼던 '명징과 직조'라는 한자어 표현이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에도 "'명징'과 '직조'라는 알기 힘든 단어를 왜 굳이 썼냐" "어미 빼고 전부 한자어다" 등의 비판적 견해와 함께, "이 말이 어렵냐" "본인이 해석이 안 되면 사전을 애용해라"며 반박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 일은 엉뚱하게 일상 속 한자어 사용 문제로 논쟁이 번졌습니다.

한 영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쓰는 건 상식이다. vs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를 두고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쓸 수 있는 건 상식이다", "아직은 사회에서 사용할 일이 있으니 필요하다"는 의견과 "요즘 별로 쓸 일이 없으니 몰라도 상관없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모를 수도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권순희 교수는 "젊은 세대로 갈수록 모르는 것에 대해 알아보기보다 왜 이렇게 어려운 말들을 쓰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말과 글을 제대로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세상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어는 생태계처럼 생성, 성장, 변화, 소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앞선 세대가 배웠던 것이기 때문에 다음 세대도 꼭 배워야 한다든지, 무조건 계승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권 교수는 "언어는 소통을 위한 것이기에 세대 간의 소통을 위해서는 좋은 표현을 계승하고 그렇지 못한 표현을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우리말을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교육 현장의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김미형 상명대학교 한국 언어문화전공 교수는 "국어교육은 어휘만 가르쳐서는 안 되고 자기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좋은 고유어를 많이 가르쳐주고 즐겨 쓰게 한다면 고유어가 젊은 세대의 일상에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정은미 기자 임지수 인턴기자 / 내레이션 이성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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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i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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