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제노동 왜곡에 국제사회 비판…일본 지식인도 반성 촉구
송고시간2020-07-29 18:00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국제사회의 신뢰' 국제 토론회 열려
"중국인·연합국 포로도 강제동원…정보센터에 동아시아 공동의 기억 담아야"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일관계 국제포럼 : 인류 공동의 기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국제사회의 신뢰'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그 뒤 스크린에는 포럼 발표자들이 보인다. 2020.7.29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일본이 '군함도'(하시마·端島) 등에서 벌어진 조선인 강제노동의 역사를 왜곡한 전시관에 국제사회가 공조해 대응하기 위한 국제 토론회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 후원으로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가 29일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개최한 '인류공동의 기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국제사회의 신뢰' 토론회의 발표자들은 일본의 강제노동 실상을 조명하고, 과거사 반성을 촉구했다.
첫 발표에 나선 야노 히데키 강제동원공동행동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는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면서 1850년대부터 1910년까지의 일본의 산업 근대화만을 미화했다"며 "과거 침략전쟁 시의 조선인 등 강제동원의 역사에 대해서는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도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는 본래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의 권고에 약속한 것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 센터의 가토 고코(加藤康子) 센터장은 '(군함도에서)강제 노동은 없었다',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고 발언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군함도에 대해 강제노동을 부인하는 섬 원주민의 증언만 채택하고 피해자의 증언은 전혀 전시하지 않았으며 미쓰이 미이케 탄광과 미쓰비시중공 나가사키조선소, 야하타제철소 등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조선인 외에 강제 노동을 한 중국인과 연합국 포로 등에 대해 완전히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전시는 2015년 7월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에 한 약속에 위배된 것인 만큼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마쓰노 아키히사 오사카대 교수도 발표자로 나서 "일본이 산업유산정보센터를 개관함으로써 한국인과 중국인 등을 강제노동에 동원했던 사실을 부정하려는 조직적 활동을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하기(萩)시의 사립학교 쇼카손주쿠(松下村塾)를 연관성이 부족함에도 산업유산에 포함한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학교를 둘러싼 이야기의 주제는 왕정주의와 외국인 배타주의, 영토확장주의"라며 "이 학교는 급진적 왕당파 전사들과 일본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 등 메이지 시대의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을 배출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일본의 전략은 전쟁 당시의 강제노동 희생자와 관련 연구자 등 중요 이해당사자들의 정보는 무시한 채 스토리라인을 해석해 강제노동을 부정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명백히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헌장에 기술된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로런 리처드슨 호주 국립대 교수 역시 '제3자가 보는 동아시아의 강제동원 문제'라는 발표를 통해 강제 동원과 임금 미지급, 가혹한 노동 강요 등 다양한 범주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면서 "일본 정부가 의도하는 바와는 다른 방식으로 기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토론회에서는 일본의 강제동원 역사 왜곡에 동아시아 차원에서 공조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김민철 경희대 교수는 강제동원ㆍ강제노동 해석 문제는 한일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인, 연합국 포로를 포함하는 다자간 문제임과 동시에 인권 문제임을 강조했다.
이는 한일 간의 문제로 접근할 경우 일본은 조선인 노동자의 동원을 국가총동원법에 따른 동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인과 연합군 포로에 대해서는 이런 설명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산업유산이 세계유산으로서 보편적 가치를 갖는 유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역사정보센터를 피해자를 포함한 관계자와 관계국들도 참여하는 동아시아 공동의 기억을 담은 센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방안은 역사갈등을 화해로 이끄는 길이자, 세계유산위원회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안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들도 군함도의 조선인 차별 문제에 국한하는 대신 중국인과 일본인 하층 노동자들의 고통을 함께 기억하자는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체부 박양우 장관은 축사를 통해 "일본 산업혁명의 긍정적 의미뿐만 아니라 희생자의 아픈 역사도 함께 보전해야 한다"며 "한일 관계, 나아가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서 일본이 자국의 부끄러운 역사와 피해국들의 고통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용기를 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일관계 국제포럼 : 인류 공동의 기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국제사회의 신뢰'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내빈 및 발표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7.29 m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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