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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주재국 떠난후 수사대상된 외교관도 면책특권?

송고시간2020-07-30 09:05

3년전 뉴질랜드 재직중 일로 피소된 韓외교관, 현재 제3국 근무

면책특권, 특정국 주재중 그 나라 사법절차 면제…떠나면 적용안돼

주 뉴질랜드 한국대사관 로고
주 뉴질랜드 한국대사관 로고

[대사관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2017년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 간부로 재직하는 동안 대사관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현직 외교관 A씨 사건이 최근 한-뉴질랜드 정상 통화에서 거론되는 등 양국 간 외교 현안으로 부상했다.

뉴질랜드 매체인 뉴스허브(Newshub)의 지난 25일자 보도에 의하면 현재 아시아 제3국 주재 총영사로 재직 중인 한국 외교관 A씨는 2017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남성 직원 B씨를 3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현재 뉴질랜드 경찰의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현지 경찰은 A씨가 근무를 정상적으로 마치고 2018년 2월 뉴질랜드를 떠난 뒤에 정식 고소를 접수했고, 작년 수사에 착수해 올해 2월 A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 과정에서 작년 9월 뉴질랜드 외교통상부가 한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는 뉴질랜드 수사 당국의 대사관 현장조사와 CCTV 접근 등을 거부했다고 뉴스허브는 전했다. A씨는 성추행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서 "면책특권 포기해야"주장…韓외교부 "특권면제 포기 문제 아냐"

이와 관련, 일부 네티즌들이 '해당 외교관에 대해 면책 특권을 포기시키고 뉴질랜드 현지에서 조사를 받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는 가운데, 한국 외교부는 '외교관 특권면제를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A씨 문제와 관련, "특권면제, 이러한 사항을 거론하면서 특정인을 보호하고 있거나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고, 같은 날 외교부 당국자는 "이 건은 면책특권을 포기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외교관 면책특권, 주재국 근무 중 주재국 사법절차에 한해 적용

외교사절의 특권면제는 외교사절이 파견국 대표로서 그 기능을 독립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접수국 내에서 접수국 국민이나 일반 외국인보다 특별한 보호 및 대우를 받는 것을 말한다. 외교관에 대한 특권면제 중 형사재판 관할권 면제는 16세기에 국제법상 원칙으로 확립됐다.

임한택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면책특권은 사법 절차상의 면제를 뜻한다"며 "외교관이 접수국에서 죄를 저질렀다면 범죄 그 자체는 성립한 것이고, 그 죄를 처리하기 위한 적법 절차를 면책특권에 따라 중단시키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외교관 특권면제의 주체는 해당 외교관 개인이 아니라 파견국이며, 따라서 재판관할권 면제에 대한 포기도 해당 외교관이 아니라 그 외교관을 파견한 국가만이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외교관 면책특권은 외교관 신분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외교관으로서 주재국에 근무하는 동안 그 주재국 사법절차에 대해서만 적용받는 것이다.

◇제3국으로 옮긴 A씨, 현 신분상 뉴질랜드 사법절차 면제 대상 아냐

만약 한국 정부 당국이 우리 대사관에서 일어난 A씨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독자 수사를 통해 처벌할 수도 있다. 이번처럼 외교적 논란이 생긴 것은 한국 정부가 아직 처벌 의사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뉴질랜드 측이 자신들이 처벌하겠다며 수사협조를 한국 측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A씨는 현재 혐의를 받는 사건이 일어난 뉴질랜드 주재 외교관이 아니라 아시아 다른 공관 총영사로 재직 중이다. 따라서 한-뉴질랜드 관계에서 특권면제가 적용되는 외교관 신분이 현재로선 아닌 것이다. 특권면제가 외교관 신분을 가진 자에게 언제 어디서나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국가에 외교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그 나라 사법절차의 적용을 면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A씨는 현재 해당사항이 없다.

한국 외교부 대변인이 "특권면제로 특정인을 보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A씨에 대해 뉴질랜드의 협조 요청이 있을 경우 2000년 발효된 한-뉴질랜드 형사사법공조조약을 우선 적용해 정부가 수사에 협조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양국 간 형사사법공조조약은 증거 또는 진술의 취득, 정보·문서·기록 및 증거물의 제공 등에서 요청이 있으면 협조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 뉴질랜드 측이 양국 간 범죄인인도조약(2002년 발효)에 입각해 신병인도를 요청할 경우 정부는 조약 규정과 국내법 등에 입각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한-뉴질랜드 형사사법공조조약
한-뉴질랜드 형사사법공조조약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피 캡처=연합뉴스]

◇뉴질랜드-말레이시아 간에 6년 전 유사사건 발생

한편 6년 전 뉴질랜드는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건을 말레이시아와의 관계에서 겪은 바 있다.

2014년 뉴질랜드 주재 말레이시아 고등판무관실의 무관 보좌관이었던 무함마드 리잘만 빈 이스마일(당시 38세)이 성범죄 혐의로 뉴질랜드 경찰에 체포됐으나 외교관 면책특권을 이용해 풀려난 뒤 귀국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 외교관 A씨 사건과 다른 점은 외교관 신분인 피의자가 임지인 뉴질랜드에서 근무하던 중에 체포가 이뤄졌다가 외교관 면책특권을 주장해 풀려난 뒤 귀국한 사실이다.

A씨의 경우 뉴질랜드 대사관 근무를 마치고 귀임한 후 사건 수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A씨에 대한 뉴질랜드 경찰의 체포 등을 면하기 위한 외교관 특권면제 행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리잘만 사건을 둘러싼 양국 간 외교 갈등은 결국 뉴질랜드 정부의 범죄인인도요청을 받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귀국한 리잘만을 뉴질랜드로 송환하면서 일단락됐다. 뉴질랜드 법원은 2016년 리잘만에게 9개월 가택 연금을 선고했고, 그는 연금 기간이 끝난 뒤 말레이시아로 추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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