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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용인경전철 '혈세 낭비' 주민 승소…지자체 무분별 사업에 경종

송고시간2020-07-29 16:30

(서울=연합뉴스) 지방자치단체의 막대한 재정난을 초래해 '혈세 먹는 하마'라는 오명까지 얻은 용인 경전철 사업과 관련해 주민들이 당시 시장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법원 1부는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 주민소송단'이 김학규 씨를 비롯해 전직 용인시장 3명 등 사업 관계자들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주민소송이 적법하지 않다며 청구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 선고를 대부분 취소하고 주민소송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다시 판단하라는 것이다. 대법원이 사실상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 환송한 만큼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으면 사업 관계자들은 상당한 배상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투자로 추진된 용인 경전철 사업으로 용인시는 시행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사에 8천500억여 원을 물어줬다. 이용자 수가 예측에 못 미치더라도 정부나 지자체가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해주는 당시의 제도 탓이었다. 용인시는 2016년까지 운영비와 인건비 295억원도 지급해야 했다. 용인시민들은 1조32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은 주민소송 대상이 주민감사 청구 내용과 동일하지 않다며 대부분 청구를 기각 또는 각하하고 김 학규 전 시장의 정책보좌관 박모 씨의 일부 책임만 인정했다. 2심은 박씨의 책임을 좀 더 인정해 손배액을 늘렸지만, 주민소송 청구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용인 경전철 사업은 추진 당시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완공은 2010년 6월 됐는데 MRG 비율 등을 놓고 용인시와 시행사 간에 벌어진 갈등으로 거의 3년 뒤인 2013년 4월에야 가까스로 개통했다. 이용객 규모도 예상과는 천지 차이였다. 2004년 경전철 사업 실시협약 당시 하루 평균 예상승객은 16만1천명이었으나 개통 이후 한 달간 탑승객은 총 30만651명으로 하루 평균 1만21명에 그쳤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위법 사항도 무더기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에서 구조물 설계와 소음 대책, 국제중재 변호사 선임과 관련해 위법·편법 사실이 적발된 데 이어 경기도 감사에서는 법령을 무시한 조직 구성, 낙하산 인사 등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정문 전 시장 등 10여 명이 부정처사후 수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참다못한 시민들은 지자체장의 선심성 행정과 투기자본의 결탁으로 천문학적인 세금 낭비 사태가 벌어졌다며 주민소송에 들어갔다.

이번 판결은 2005년 주민소송제 도입 이후 지자체가 시행한 민자사업을 주민소송 대상으로 인정한 첫 사례라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지자체의 민자사업 전반을 재무회계 행위로 판단해 예산을 허투루 쓴 지자체와 지자체장, 사업 관계자를 상대로 주민들이 소송을 통해 세금을 환수할 수 있다고 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른 지자체뿐 아니라 정부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용인시와 이웃한 성남시는 시청 신청사 건립에 3천200억 원 넘게 썼다가 2010년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을 하기도 했다. 용인시와 성남시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에서도 재정 형편이 가장 넉넉한 편으로 꼽히는데 대형 개발사업을 무리해서 밀어붙였다가 재정난을 자초한 것이다. 납세자들도 정부와 지자체에만 맡겨두지 말고 땀 흘려 번 돈으로 꼬박꼬박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갖고 감시해야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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