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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도박의 뒤끝]④ 친구 따라 중독되는 아이들…출구는 '감감'

송고시간2020-08-02 07:30

도박 시작 경로 대부분 주변인과 친구…범죄 아닌 '놀이'로 인식해 문제

적발돼도 처벌 피하거나 수위 낮아…학교도 사실상 방치

도박의 미로
도박의 미로

(정선=연합뉴스) 하이원리조트 부설 한국 도박중독 예방 치유센터(센터장 최동열)의 개설 8주년 도박중독예방 현상공모전 만화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도박의 미로'.

(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 #1. 시작은 중2 때였어요. 친구가 자기 형에게서 토토를 배웠다면서 해보겠느냐고 물었어요. 그 친구 돈으로 시작했는데 신기하게 계속 돈을 따는 거예요. 그때 돈을 잃었으면 안 했을 텐데 1만원으로 시작해 14만원이나 땄어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2. 친구들이 돈을 땄다는 거예요. '사다리'라는 게임을 해서 1만원으로 3만원, 4만원을 땄다고 했어요. 친구가 너도 돈 딸 수 있냐고 도발하는 거예요. 그때 실시간 게임을 접했고 1∼2달 뒤에는 본격적으로 스포츠토토를 하게 됐어요.

◇ 친구 따라 '놀이'로 시작…충동 성향 강한 청소년 중독 위험 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는 경로는 '주변 사람, 친구, 선후배의 소개'라는 응답 비율이 79.1%에 달했다. 도박을 주로 같이하는 사람으로는 66.3%가 친구나 선후배를 꼽았다.

도박 예방 포스터
도박 예방 포스터

(대전=연합뉴스) 대전대 조대한(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전공·4학년)씨의 도박경고 포스터. 이 포스터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주관한 '2015 청소년도박문제예방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2015. 8. 27 <<대전대>>
jung@yna.co.kr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청소년 사이버도박 실태 및 대응 방안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 도박에 쉽게 접근하고 도박을 범죄가 아닌 '친구들과 하는 놀이'로 인식한다고 한다.

청소년이 주로 하는 사이버 도박은 오프라인 도박에 비해 청소년의 충동적인 성향에 더 잘 맞아 중독을 유발하기 쉽다.

또 청소년은 학업, 입시, 친구 관계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회피하는 방편으로 사이버 도박을 즐기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도박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마약과 알코올 등 '물질 남용' 만큼 나쁘지 않은 데다, 지루함을 달래는 놀이이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있어 청소년들을 중독으로 이끌기 쉽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여기에 합법적인 온라인 게임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등 사행성 요소들이 있어 불법 게임과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어 청소년들이 거부감 없이 도박에 손을 댄다는 게 상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 청소년 도박 처벌 사례 거의 없어…학교도 사실상 '방치'

청소년의 도박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처벌하더라도 그 수위는 극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관계자는 "처벌 수위를 높여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하는데 보통 벌금 정도로 마무리되다 보니 '도박으로 돈을 따서 갚지 뭐' 이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상황을 전했다.

법무법인 하나의 강신업 변호사는 "청소년들은 (도박) 처벌을 피하기가 쉽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독성이 강해지고 군대에 가서도 스마트폰으로 도박을 하면서 영혼이 파괴될 정도로 망가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자신들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이 교실에서 온라인 도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도박 예방 교육은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도박타파 퍼포먼스
도박타파 퍼포먼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5일 오후 중구 서울로 7017에서 불법도박 타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13일까지 서울로 7017 목련마당에서 도박문제 예방 공모전 수상작품 전시회를 개최한다. 2017.9.5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조사 결과 2015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전국 5천705개 중·고교 중 도박 관련 교육을 한 학교는 1천348개(23.6%)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교 교사는 "학교에서 도박 예방 관련 교육을 한 적은 없었다"며 "교육을 하려면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예산을 써야 한다. 사실상 도박 예방 교육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 "재활시스템 필요…도박사이트·대출업자 감시 강화해야"

청소년 도박 중독을 예방하거나 줄이기 위한 사회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도박을 일반 범죄가 아닌 정신질환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청소년 도박은 갈취, 비행, 폭행, 상해 등 다른 범죄로 연결되기 쉽다"며 "도박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고, 사행성 도박이 확산하지 않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소위 대박을 터뜨렸을 때 황홀경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뇌에서 호르몬 조절이 정상적으로 안 되는 상태에 이른다. 이는 일반 범죄의 충동 유형과 다르다"며 "도박을 일반적인 청소년 비행과 동일 선상에서 보거나 동일한 수준에서 처벌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이어 "도박 중독을 마약 범죄와 동일시해 체계적인 재활 지원을 해야 한다"며 "도박 중독에 빠진 아이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도록 하려면 의료 서비스가 연동된 통합적인 대처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재활 공간 '해밀터'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재활 공간 '해밀터'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열린 도박중독 재활 공간 '해밀터'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2020.7.21

문제의 근원인 불법 도박사이트와 대출업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법 도박사이트 실태를 파악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며 "온라인 도박 규모가 엄청나게 큰 만큼 경찰과 민간이 협업해 법 위반 사항에 대한 증거 확보와 서버 추적 등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이어 "불법 도박사이트와 대출업자에 대한 신고 및 대응 시스템을 단순화해, 신고와 동시에 증거를 확보해 처벌·단속에 즉각적으로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fortu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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