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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비상] ③국내 첫 유충 사태…전문가들의 해법은

송고시간2020-07-25 06:05

"시설 방충망 강화하고 여름철 활성탄 여과지 자주 세척해야"

"상수도 분야 기술직 부족…전문 직종 만들어 경험 쌓아야"

정수장 여과지 활성탄 검체 채취하는 관계자들
정수장 여과지 활성탄 검체 채취하는 관계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수돗물 유충' 사고를 지켜본 상수도 분야의 전문가들은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부실하게 관리한 탓에 깔따구 유충이 정수장에서 가정집까지 흘러 들어가는 국내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고 진단했다.

고도정수처리시설 중 하나인 활성탄 여과지(분말 활성탄을 활용한 정수 목적의 연못 형태 시설)의 방충망 등을 보강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것뿐 아니라 상수도 분야의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여과지 등 시설, 더 철저한 밀폐 필요"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25일 "이번에 일부 폐쇄형 활성탄 여과지 시설에서도 깔따구 유충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어딘가에 작은 벌레가 들어갈 틈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쇄형 시설에서도 유충이 발견됐는데 개방형은 어떻겠냐"며 "여과지 덮개를 씌우거나 이중 방충망을 설치하는 등 더 철저하게 밀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환경부가 사태 발생 후 공촌정수장과 유사한 활성탄 여과지가 설치된 전국 정수장 49곳을 긴급 점검했더니 모두 12곳에서 부실 관리 실태가 드러났다.

개방형 활성탄 여과지인데도 방충망이 아예 설치돼 있지 않거나 찢어진 곳도 있었고 창문이 파손된 정수장도 확인됐다.

환경부는 뒤늦게 정수장 내 창문이나 출입문을 통한 벌레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미세 방충망이나 벌레 포집기 등을 설치하고 활성탄 여과지에 방충 덮개를 씌우기로 했다.

활성탄 여과지 개방형(사진 왼쪽)과 폐쇄형.
활성탄 여과지 개방형(사진 왼쪽)과 폐쇄형.

[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유충 번식 빠른 여름철 활성탄 여과지 2∼3일에 한 번 세척"

혼화→응집→침전→여과→소독 등 공정으로 이어지는 표준정수과정 중간에 추가한 활성탄 여과지는 2m가 넘는 깊이의 못(池) 형태로 냄새나 맛을 내는 미량 유기물질을 제거하는 고도정수처리 시설이다.

활성탄은 목재·톱밥·야자 껍질·석탄 등의 원료를 고온에서 태워 표면적을 넓히고 흡착력을 높인 검은색 탄소 물질로 흔히 아는 숯과 비슷하다.

이런 활성탄 필터는 길게는 30일, 짧게는 10일 주기로 여과지에 물을 거꾸로 투입하는 방식의 '역세척'을 해줘야 한다. 활성탄 표면에 미생물이 붙어살 수 있고 탄과 탄 사이에 이물질이 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활성탄에 생물막을 형성한 뒤 냄새 등을 제거해야 하므로 자주 역세척을 할수록 그런 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통 한 달에 2∼3번 하는 역세척을 여름철에는 표준정수과정과 비슷하게 2∼3일에 한 번은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승일 교수는 "환경부 설명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말할 수 없고, 겨울에는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유충 번식이 빠른 여름에는 역세척 주기를 더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의 정수장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처음 유충이 발생한 인천 공촌정수장은 오존 처리시설이 없는 곳"이라며 "그런 점을 고려해 생물막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역세척을 자주 하며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전국 유충 발견 정수장
[그래픽] 전국 유충 발견 정수장

◇ "상수도 기술직, 10년 새 40% 감소…전문 인력 늘려라"

전문가들은 지난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와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는 근본적으로 발생 원인이 같다며 상수도 시설 관리를 제대로 할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수도학회장인 구자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정부 공식 자료를 봤더니 최근 10년 사이에 상수도 분야 근무자 중 기술직 인력이 40%나 줄었다"며 "(상수도 관리를) 1980∼90년대 수준으로 해오다가 그마저도 인원을 줄이니 일이 몰리면서 실수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작은 규모의 정수장만 가보더라도 박사급 인력이 있다"며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는 수질 관리 측면에서 전문적인 인력이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수돗물이 굉장히 중요한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상수도에 관심이 없다"며 "기피 부서가 돼버린 상수도 관련 조직에 능력 있는 직원이 자발적으로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승일 교수도 "얼마나 자주 활성탄 여과지를 역세척 해야 하는지 매뉴얼 자체가 없었다"며 "상수도를 아는 사람들이 시설을 운용해야 하는데 부서를 순환하는 공무원 조직 특성상 붙박이 인력이 없다"고 구 교수와 비슷한 진단을 했다.

이어 "수돗물을 만든 경험이 없는 공무원이 순환 근무로 2∼3년 상수도 부서에 있다가 또 다른 부서로 간다"며 "상수도 분야에 전문 직종을 만들고 오래 일하면서 경험과 지식을 쌓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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