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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작품도 좋지만…흰 참새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

송고시간2020-07-21 15:52

일부 사진가들 노출된 장소에 모이로 유인…천적 노출 위험 ↑

토끼 몰듯 쫓아가기도…조류 전문가 "인위적인 연출은 학대 행위"

사람이 둔 모이 쪼는 흰 참새
사람이 둔 모이 쪼는 흰 참새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21일 강원 춘천시에 나타난 흰 참새가 사람이 놓아둔 모이를 쪼아 먹고 있다. 조류 전문가에 따르면 일부 사진가가 연출을 위해 인위적으로 먹이를 두는 행위는 오히려 새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천적에게 노출될 위험도 높일 수 있다. 2020.7.21 yangdoo@yna.co.kr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강원 춘천시에 길조라 여겨지는 흰 참새가 나타났다.

이달 초 춘천시민에게 처음 포착된 흰 참새는 작은 텃밭 등을 날아다니며 재롱을 부렸다.

예로부터 길조(吉鳥)로 여겨지는 흰 참새의 재롱에 시민들은 작은 즐거움을 느꼈다.

흰 참새와 시민들의 소소한 행복은 곧 끝나버렸다.

이를 카메라에 담고자 전국에서 사진가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일부 사진가들은 자신이 마음에 드는 배경에 흰 참새를 찍기 위해 들깨, 좁쌀 등 모이를 바위 위에 잔뜩 뿌렸다.

바위 주변으로는 벤치가 있어 사진가들이 앉아 쉬기 편했다.

사진가들이 편한 만큼 흰 참새는 스트레스에 노출됐다.

춘천에 몰려든 사진가들
춘천에 몰려든 사진가들

[촬영 양지웅]

원래 흰 참새가 머물던 텃밭은 옥수수가 훤칠하게 자라 몸을 숨기거나 볕을 피할 곳이 많았지만, 모이를 놓아 유인하는 바위는 근처에 몸을 숨길 곳이 거의 없다.

게다가 일부 사진가들은 흰 참새가 날아다니는 곳을 토끼몰이하듯 쫓으며 쉴 틈을 주지 않았다.

텃밭 주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원래 인근을 돌아다니며 놀던 참새가 언제부턴지 바위 위에서 포즈 잡듯 모이를 쪼아 먹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많은 카메라에 노출돼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지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류 전문가들은 일부 사진가의 연출 행위가 새에게는 학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계에서는 본래 색과 다르게 흰색을 띤 동물의 출현을 돌연변이인 알비노(albino)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는 동물의 피부나 모발, 눈 등에 색소가 생기지 않는 일종의 백화 현상이다.

본디 가져야 할 보호색이 아니기에 천적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남궁대식 한국조류보호협회 사무총장은 "알비노 동물이 수명이 짧은 이유는 천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의 욕심으로 개활지로 흰 참새를 유인하는 것은 학대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사진가가 뿌린 모이
일부 사진가가 뿌린 모이

[촬영 양지웅]

다른 전문가는 욕심을 버리고 기다릴 줄 아는 미덕을 강조했다.

김성만 한국조류보호협회장은 "정말로 자연을 사랑한다면 당장, 편하게 찍기 위해 연출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자연 그대로 지켜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흰 참새가 나타난 다른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나서 현장 질서를 바로잡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람이 둔 모이 쪼아 먹는 흰 참새
사람이 둔 모이 쪼아 먹는 흰 참새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21일 강원 춘천시에 나타난 흰 참새가 사람이 놓아둔 모이를 쪼아 먹고 있다. 2020.7.21 yangdoo@yna.co.kr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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