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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직전 지역방송, 공공 지원과 자생력 확보 사이 기로

송고시간2020-07-25 08:00

통폐합 시도에 반발…"지역성 보존은 공익" vs "밑 빠진 독 물 붓기"

지역방송협의회
지역방송협의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박소연 인턴기자 = 공영방송조차 연 1천억대 적자인 시대, 지역방송들이 중앙의 지원을 호소하며 고사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애쓰고 있다.

지역성 보존을 위해서라도 지역방송사에 대한 중앙 방송사와 공공의 지원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이뤄진 분위기인데, 지원과 별개로 자생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 지역사들 "윷판 위 말인가" 통폐합 거론에 반발

KBS가 지역국 TV 송출 기능의 총국으로의 통합을, MBC가 지역사 통폐합을 거론하며 조직 긴축에 나서자 지역사들은 저마다 우려를 표하고 있다.

KBS는 특히 7개 지역방송국의 TV 송출 기능을 총국 중심으로 통합하는 안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지역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KBS지역국 폐쇄반대 전국행동은 양승동 KBS 사장의 경영혁신안 발표일에 맞춰 여의도 본사 앞에서 "지역방송국 폐쇄로 가는 'TV방송허가권 반납'을 철회하라"고 집회를 벌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지역사 통폐합설에 최근 '지역사는 윷판 위의 말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대부분 지역사가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고 유보금에 의지해 연명한다"며 "경남과 충북, 강원영동 등 3곳의 통합사가 있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는 찾아볼 수 없다. 적자 규모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어려운 방송 환경 속에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지역사 경영 구조 개선이 불가피한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충분한 대화 없이 지침이 하향식으로 전달되는 것에는 불쾌감을 표시했다.

공영방송들은 지역사들의 반발에 각 지역에서 해법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거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불만 잠재우기에 나섰지만, 궁극적으로는 인위적인 조정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사들은 이밖에도 방송통신위원회의 UHD 확대 등 정책 역시 지역에는 중앙보다도 큰 부담을 준다며 연이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지역성 보존은 공공 책무" vs "필요성 인정받을 역량 갖춰야"

언론계 안팎에서는 지역사들에 대한 지원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25일 통화에서 "지역사는 지역의 문화와 정서, 여론을 책임지는 단위이기 때문에 본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경수 순천향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도 "KBS, MBC 본사도 힘들긴 하지만 지역방송을 보호하지 않는 것은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져버리는 결과가 아닌가. 콘텐츠의 다양성도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이라며 "지역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목숨 건 싸움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수신료와 큰 단위의 광고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지원을 받는 본사에서 적정한 수준의 재원을 지역에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강조했다. 이러한 면에서 지역사 문제 역시 수신료 징수 구조 재편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이만제 원광대 신문방송학과 부교수 역시 "지역방송은 스스로 살아가기 어려운 구조이지만 미래 사회, 우리 공동체에서는 필요한 기능"이라고 공감했다.

공영방송 지역사들 외에 지역민방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민영이지만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는 SBS가 광고료 배분을 통해 지역 민방이 숨 쉴 수 있게 해왔는데 지금 SBS도 어려우니 점점 지방에 불리한 배분이 이뤄진다. 지역은 아무리 노력해도 독립적으로 콘텐츠를 제작, 유통해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최소한의 공공적 지원 필요성을 설명했다.

지역사 차원의 자구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본사 경쟁력 수준은 안 되더라도 지역에서 필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은 갖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지역성을 갖춘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도 "디지털 시대 제작 경량화를 통한 새로운 체계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보다 지역언론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있다.

장호순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역 언론에 대한 무관심이 지역뉴스에 대한 무관심은 아니다. 지역언론이 제대로 된 지역뉴스를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젊은 층이 새로운 지역언론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같은 악순환의 고리에 계속 지원하는 것은 폐업을 지연시킬 수 있을 뿐 하락세를 막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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