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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먹방] '여포의 꿈'이 익어가는 포도밭

충북 영동 여포와인농장

(영동=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충북 영동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와인 산지다. 포도가 많이 생산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도 가공 산업도 발달했다.

현재 40여개의 와이너리가 영동에 터를 잡고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전국에서 와이너리가 가장 많다. 그래서 '한국의 보르도'로 불린다.

포도가 한창 익어가는 이 계절 와이너리 투어를 떠나기에도 좋은 곳이다.

영동 와인터널 전시물
영동 와인터널 전시물(영동=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충북 영동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와인 산지다. 현재 40여개의 와이너리가 영동에 터를 잡고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한 해 영동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90만병(750㎖ 기준)으로 국내 와인 생산량의 24%에 달한다. 그래서 '한국의 보르도'로 불린다. 2018년 조성된 영동 와인터널은 와인을 테마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야산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한 뒤 흙을 덮어 420m 길이의 터널을 만들었다. 영동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와인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은 와인터널에 전시된 오크통. swimer@yna.co.kr

◇ 국산 와인에 대한 편견을 깨다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와이너리 40여곳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고심 끝에 '여포의 꿈'이라는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여포와인농장을 골랐다.

2년 전 이방카 트럼프 방한 당시 청와대 만찬 테이블에 오르면서 '이방카 와인'으로 유명해진 와인이 바로 '여포의 꿈'이다.

와이너리에 도착하자마자 여인성 대표가 숙성실로 안내한다. 안으로 들어서니 시원한 공기와 향긋한 와인 향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여 대표가 맛을 보라며 거대한 스테인리스 통에서 바로 뽑아낸 화이트 와인을 한 잔 내민다.

옅은 금빛이 도는 와인에서 복숭아 향을 비롯한 다양한 과일 향이 피어올랐다.

냄새는 향긋하지만 마셔보니 단맛 없이 드라이하면서 새콤한 맛이 청량감을 준다. 국산 와인에 대한 편견을 확 깨주는 그런 맛이다. '맛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홀짝거리다 보니 와인잔이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작년 수확한 포도로 담은 이 술은 아직 시중에 출시되지 않은 와인이다.

청와대 만찬주로 선택됐던 '여포의 꿈 화이트(스위트)'와 마찬가지로 '머스캣 오브 알렉산드리아'라는 품종으로 빚었다.

가볍지 않은 단맛과 신맛이 균형을 이루며 오일리한 질감이 가득 느껴지는 '여포의 꿈 화이트(스위트)'도 물론 맛있었지만, 개인적 취향 때문인지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이 더 끌렸다.

아직 70%밖에 완성되지 않은 것이라고 하는데 숙성을 마치고 병입된 뒤에는 어떤 맛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여포와인 농장의 적포도주
여포와인 농장의 적포도주(영동=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충북 영동군에는 '여포의 꿈'이라는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여포와인 농장이 있다. 2년 전 이방카 트럼프 방한 당시 청와대 만찬 테이블에 오르면서 '이방카 와인'으로 유명해진 와인이 바로 '여포의 꿈'이다. 사진은 스테인리스 저장 통에서 숙성 중인 적포도주를 잔에 뽑아내고 있다. swimer@yna.co.kr

맞은편의 스테인리스 통에는 레드 와인이 익어가고 있었다.

인심 좋은 여 대표가 레드 와인도 시음해보라며 한잔 가득 따라준다. 한 모금 들이키자마자 잘 익은 포도를 한 입 베어 문 듯 입안에 포도 향이 가득 퍼진다. 단맛 없이 향긋하고 새콤하면서 타닌과 오크 향도 느껴진다.

이 와인은 국내에서 즐겨 먹는 MBA(머루 포도)와 캠벨 얼리 등으로 만든 술이다. 익숙한 포도 향과 오크 향이 어우러져 수입 와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스테인리스 통을 사용했지만 타닌과 오크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오크 칩을 넣어 숙성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양조 스타일을 국내 포도에 최대한 적용한 것"이라고 여 대표는 설명했다.

충북 영동 여포와인 농장
충북 영동 여포와인 농장(영동=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충북 영동군에는 '여포의 꿈'이라는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여포와인 농장이 있다. 2년 전 이방카 트럼프 방한 당시 청와대 만찬 테이블에 오르면서 '이방카 와인'으로 유명해진 와인이 바로 '여포의 꿈'이다. 사진은 여포와인 농장 양조장 앞에 서 있는 와인병 모양 조형물. swimer@yna.co.kr

◇ '여포의 꿈'이 영그는 포도밭

양조장 뒷문으로 나가면 초록빛 포도밭이 펼쳐진다. 800여평 규모의 이 포도밭은 여 대표의 꿈을 키우는 인큐베이터이자 실험실이다.

와인 만들기에 적합한 품종을 찾기 위해 지난 10여년간 이곳에 50여 종의 포도나무를 심어 키웠다.

국내 품종은 물론,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샤르도네처럼 외국에서 들여온 양조용 포도도 심어봤다고 한다.

지금도 30여종의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다.

여 대표는 "주변에서 '이 정도 땅이면 몇천만원씩 벌 수 있는데 뭐 하는 짓이냐. 미쳤다'고 혀를 찼지만, 지금은 그런 얘기를 안 한다. 와인 팔아서 그분들보다 몇 곱절은 더 버니까"라며 웃었다.

여포와인 농장 포도밭
여포와인 농장 포도밭(영동=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충북 영동군에는 '여포의 꿈'이라는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여포와인 농장이 있다. 2년 전 이방카 트럼프 방한 당시 청와대 만찬 테이블에 오르면서 '이방카 와인'으로 유명해진 와인이 바로 '여포의 꿈'이다. 양조장 뒷문으로 나가면 초록빛 포도밭이 펼쳐진다. 800여평 규모의 이 포도밭은 여인성 대표의 꿈을 키우는 인큐베이터이자 실험실이다. 와인 만들기에 적합한 품종을 찾기 위해 지난 10여년간 이곳에 50여 종의 포도나무를 심어 키웠다. 지금도 ‘머스캣 오브 알렉산드리아’를 비롯해 30여종의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다. swimer@yna.co.kr

여 대표가 포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여년 전이다.

철도 공무원이었던 그는 1997년 결혼한 뒤 아내와 함께 영동으로 내려와 농사짓던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직장생활과 포도 농사를 병행했다.

당시 의욕이 앞서 남들이 하지 않던 친환경 농법을 시도했지만, 10㎏ 포도 한 박스 팔아야 400원 남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포도 가공에 나섰고 포도즙에 이어 와인에도 발을 들여놓게 됐다.

2007년 아내와 함께 주류 제조 면허를 낸 뒤에도 그는 3천여평의 포도밭에 다양한 포도 품종을 시험 삼아 재배해보면서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러다 대박을 터뜨린 품종이 바로 '머스캣 오브 알렉산드리아'다.

여포와인 농장 여인성 대표
여포와인 농장 여인성 대표(영동=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충북 영동군에는 '여포의 꿈'이라는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여포와인 농장이 있다. 2년 전 이방카 트럼프 방한 당시 청와대 만찬 테이블에 오르면서 '이방카 와인'으로 유명해진 와인이 바로 '여포의 꿈'이다. 여인성 대표가 양조장 내 지하창고에서 2010년 처음 내놨던 와인 '여포의 꿈 레드'를 소개하고 있다. 여 대표는 10년간 방치됐던 이곳을 지하 숙성고로 꾸밀 계획이다. swimer@yna.co.kr

청포도인 알렉산드리아는 서양에서 3천년 전부터 재배해 온 품종이다. 화이트 와인을 빚는 포도로는 가장 오래된 품종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양조용으로 재배했던 이 품종을 우리나라에 들여온 것은 영동의 젊은 농부들이었다.

이 농부들이 팔고 남은 포도를 가져다 화이트 와인을 만들어 봤는데 맛이 좋았다고 한다.

그렇게 첫해 500㎏으로 시작해 양을 점점 늘려가면서 각종 와인 대회를 휩쓸었고, 청와대 만찬 테이블에도 오르게 된 것이다.

그는 "양조용 포도를 들여와 국내에서 재배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생산성"이라며 "알렉산드리아는 향이 좋을 뿐 아니라 생산성도 높아 가능성이 큰 품종"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첫 와인을 선보인 여포와인농장은 현재 '여포의 꿈'이라는 이름으로 레드 와인 두 종류(드라이, 스위트)와 화이트 와인 한 종류(스위트)를 판매하고 있다.

'여포의 꿈'이라는 이름은 여 대표의 별명을 따서 지은 것이다.

'초선의 꿈'이라는 이름의 로제와인도 있다. 와이너리를 함께 운영하는 부인 김민제 대표의 별명을 딴 와인이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8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isunn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08/21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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