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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합동조사단 권한·중립성 한계…'수사 불가피론' 나올듯

송고시간2020-07-15 13:34

서울시, 알맹이 없는 '박원순 성추행의혹' 입장 발표

서울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 입장' 발표
서울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 입장' 발표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0.7.15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김지헌 문다영 기자 = 서울시가 15일 박원순 전 시장의 직원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발표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에는 구체적 내용이나 그간 제기된 의혹에 관한 해명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관'을 구성해 조사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으나, 공정성을 확보할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강제조사도 불가능해 권한의 한계도 뚜렷하다.

이 때문에 박 전 시장의 피소 관련 정보 유출이나 서울시 관계자들의 피해 방조 여부를 객관적으로 밝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민관합동조사단' 객관성·공정성 확보 난항

서울시는 여성단체, 인권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운영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며 구성·운영방식·일정 등에 대해 여성단체 등과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 경우 서울시가 조사위원을 위촉해 조사단을 구성하더라도 객관성과 공정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피해 직원이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에 이미 서울시 동료 직원 등에게 피해를 호소하고 부서 이동을 요청한 적도 있으나 묵살당했다는 주장이 변호인을 통해 나왔기 때문이다.

피해 직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는 이런 지속적 피해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호소했고 동료 공무원이 (시장으로부터) 전송받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성적 괴롭힘에 대해 비서관에게 부서를 옮겨줄 것을 요청하면서 언급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시 기자회견에 함께 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역시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 업무는 시장 심기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이라며 피해를 사소하게 만들어 더이상 말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 측이 조사단을 꾸리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 서울시,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호소 직원' 용어 써

서울시가 이번 입장 발표에서 고소인인 직원에 대해 통상 쓰이는 '피해자'라는 표현이 아니라 '피해호소 직원'이라는 용어를 쓴 점도 이번 사건을 처리하려는 서울시의 태도를 보여 준다.

서울시는 입장문에서 해당 직원에 대해 '피해호소 직원',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직원' 등의 표현을 썼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고소인을 지칭하기 위해 박 전 시장의 일부 지지자들이나 여권 등에서 쓰는 '피해호소자'라는 용어와 사실상 같은 표현이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나오자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접수가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그렇다"며 "공식적으로 접수가 되고 진행이 되는 스타트 시점에서 '피해자'라는 용어를 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해당 직원이 박 전 시장을 형사처벌해 달라고 고소까지 한 상태인데도 서울시는 '피해호소 직원' 등 표현을 굳이 택했다.

이와 달리 여성계 대부분은 '피해호소자'라는 표현 대신 '피해자'나 '고소인' 등의 표현을 쓰고 있다. '피해호소 직원'이라는 표현이 피해자에 대한 암묵적 불신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서울시의 태도 때문에 여성계 인사들이 조사단 구성에 선뜻 협조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 제기된 의혹에 관한 구체적 해명 전무

서울시가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자체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내용까지도 이번 발표에서 언급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일부 언론매체는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와의 통화 내용을 인용해 임 특보가 박 전 시장을 상대로 한 고소장이 접수되기 1시간 30분 전인 8일 오후 3시께 박 전 시장의 집무실로 찾아갔다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임 특보는 박 전 시장에 관한 '불미스러운 얘기'를 외부 관계자로부터 듣고 시장실로 달려가 업무 중이던 박 전 시장에 "실수한 것 있으시냐"고 물었으며, 당시 박 전 시장은 "글쎄, 바빠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 8일 밤에 박 전 시장 주재로 임 특보와 소수 측근이 참여한 현안 회의가 열렸으며 이 자리에서 임 특보가 들은 얘기가 공유된 것으로 보도됐다.

임 특보는 박 전 시장이 사라진 9일 오전에야 시 외부 관계자로부터 박 시장의 피소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임 특보의 주장은 그간 서울시가 밝혀 온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나 피소 사실을 9일 오후 5시 17분 박 시장의 실종신고가 이뤄진 후 언론보도를 통해서야 알게 됐다"는 입장과 상반된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런 의혹이나 불일치에 대한 해명을 이날 입장 발표에서 전혀 하지 않았다.

황인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젠더특보께서 이걸 직접 말씀을 해야 할 부분"이라며 앞으로 민관합동 조사단에서 이 부분이 규명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 진상규명 위한 '수사 불가피론' 개연성

서울시의 '민관합동조사단'은 법적으로 강제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도 문제다.

당장 박 전 시장의 측근인 서울시 전직 정무라인 인사들에 대한 조사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청 내에서 흔히 '6층 사람들'로 불리는 전직 정무라인 인사들은 올해 4월에 대거 교체됐으며, 새로 부임한 사람들도 박 전 시장이 사망하면서 당연퇴직 처리됐다.

직전 정무라인은 고한석 전 비서실장, 장훈 전 소통전략실장, 최병천 전 민생정책보좌관, 조경민 전 기획보좌관, 최택용 전 정무수석, 강병욱 전 정무보좌관, 박도은 전 대외협력보좌관, 황종섭 전 정책비서관 등으로 구성됐다.

사태의 진상이 의문의 여지 없이 규명될 정도로 철저히 조사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면담조사뿐만 아니라 통신내역이나 컴퓨터·휴대전화 파일 등에 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서울시 주관 민관합동조사관의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다.

이 때문에 결국 성추행 의혹뿐만 아니라 은폐 의혹이나 정보 유출 의혹 등을 포함한 전체 사태의 진상은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 외에는 밝힐 방법이 없을 개연성이 있다.

이미 경찰은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차원에서 그의 휴대폰에 대한 포렌식 수사와 통신수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이는 성추행 사건 자체에 대한 조사나 정보 유출 경위 등에 대한 조사와 직결된 것은 아니다.

또 보수단체 등이 이번 사건의 은폐·방조 의혹이나 정보 유출 의혹을 제기하는 고소·고발을 경찰과 검찰 등에 접수한 상태이며, 야권에서도 국정조사나 수사기관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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