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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나요] "1억7천만 원을 당장 어디서 구해"…전셋값 폭등에 세입자 눈물

송고시간2020-07-15 07:00

(서울=연합뉴스) "집주인이 1억 7천만 원을 올려 달래요. 막막해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사는 직장인 최재혁(가명·52) 씨는 요즘 전셋값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재작년 6억 6천만 원에 전세 계약을 했는데, 오는 9월 재계약을 앞두고 집주인이 1억 7천만 원이나 값을 올려 8억 3천만 원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최 씨는 "월급쟁이가 갑자기 1억 7천만 원을 어떻게 구할 수 있냐"고 토로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전세 세입자 김혜정(가명·47) 씨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2018년 5억 4천만 원에 전세 계약을 했는데, 집주인이 5천만 원을 더 내거나 반전세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해온 겁니다.

김 씨는 "2년 전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려다 '빚내서 집 사지 말라'는 정부 말을 믿고 전세를 택한 걸 후회한다"며 "평생 세 들어 살 생각하니 우울하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주간 KB 주택시장 동향(6일 조사 기준)'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6월 중순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 지난 4주 동안 0.84%나 뛰었습니다.

지난달 15억3천만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84㎡)의 현재 호가는 16억5천만~17억 원에 형성돼 있습니다. 또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9억 원 전후로 형성돼 6·17대책 발표 전보다 1억 원 가까이 뛰었습니다.

강남구 등 학군이 좋은 지역의 전셋값 상승이 다른 지역의 도미노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재혁 씨는 "자녀 교육을 위해 종로구에 있는 아파트를 세주고 강남구로 이사했는데, 집주인이 올려달라고 한 2억 원 가까운 돈을 마련하려면 어쩔 수 없이 내가 보유한 종로구 아파트 전셋값을 올려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알고 보니 최 씨에게 전셋값을 대폭 올려달라고 한 집주인 역시 다른 곳에서 세를 살고 있어 마찬가지 상황에 처해있다고 최 씨는 전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인한 전셋값 폭등 현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예고한 임대차 3법이 최근 전셋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전·월세 신고제와 상한제를 포함한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세입자는 최장 무기한까지 계약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직전 임대료의 5%를 넘는 임대료 인상은 할 수 없습니다.

이에 임대료 상한선이 정해지기 전에 전셋값을 대폭 올리거나 반전세 또는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요 증가도 이유로 꼽힙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굳이 이사하기보다 기존 집을 재계약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전세 공급 자체가 줄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주택 분양 요건을 맞추려는 전세 수요는 더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출 규제로 매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요가 준 대신 전세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문제는 전셋값 강세가 구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권대중 교수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당장의 전셋값 상승세는 안정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공급량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면서 "일본과 영국에서 전월세상한제를 했다가 공급량이 줄어드는 부작용으로 취소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전세 안정화를 위해서는 공급 대책을 함께 마련하면서 임대차 3법의 시행을 시기와 지역에 맞춰 탄력적으로 하는 정책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동산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피해는 애꿎은 서민들에게만 돌아온다고 토로하는 세입자들.

뒷북 또는 땜질식 대책이 아닌 장기적으로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정은미 기자 임지수 인턴기자

sosi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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