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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에 '황톳빛 호수'로 변한 들녘…'누렇게 타들어가는' 농심

송고시간2020-07-13 17:26

익산 황등면 논 3분의 1 가량 침수…농민들 "물 속에 자식 남겨둔 꼴"

강으로 변한 논
강으로 변한 논

(익산=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전북 지역에 강한 장맛비가 내린 13일 익산시 황등면 율촌리 일대 논이 물에 잠겨 있다. 2020.7.13 doo@yna.co.kr

(익산=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이게 바다이고 호수지. 누가 논이라고 생각이나 하겠어요."

전북 익산시 황등면 율촌리 일원에 173.7㎜ 폭우가 쏟아진 13일 오후.

마을 이장 서상원(52) 씨는 온통 누런 황톳물로 변한 논을 가리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호수인 듯 보였던 이 곳에 가까이 다가가자 힘겹게 누런 물 위로 고개를 내민 모가 눈에 들어왔다.

황톳빛 물 아래는 모두 한창 커야 할 모가 잠겨 있다고 서 씨는 설명했다.

이번 장맛비로 모가 물 속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거나 수면 위로 약간만 드러날 정도로 잠긴 면적은 황등면 전체 논면적 1천100㏊의 3분의 1 가량에 달한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농민들은 그저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서씨는 "자식을 물 속에 남겨두고 바라만 보고 있는 꼴"이라며 "농로도 물에 잠겨 논에 가 보지도 못해요. 내 논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도 모르고, 물을 퍼낼 수도 없어요"라고 설명했다.

비 피해 하소연하는 농민
비 피해 하소연하는 농민

(익산=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전북 지역에 강한 장맛비가 내린 13일 익산시 황등면 율촌리 마을 이장 서상원(52)씨가 물에 잠긴 논을 바라보며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0.7.13 doo@yna.co.kr

율촌리 일대는 전북도 내 상습 침수구역 중 하나로, 주변에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택지 개발이 이뤄지며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고 서씨는 불만을 토로했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두 번째 침수로, 지난 6월 홍수 때는 다행히 바로 배수가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은 벼의 활착기이기 때문에 물에 잠긴 벼의 뿌리가 썩어 회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논이 물에 잠기고 24시간 가량은 벼의 뿌리가 물 안에서 호흡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뿌리가 호흡 능력을 잃는다.

물에 잠긴 시간이 길어지면 모가 처지기 시작하고, 이후에 물이 빠지더라도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집중 호우로 물에 잠긴 익산 논
집중 호우로 물에 잠긴 익산 논

(익산=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전북 지역에 강한 장맛비가 내린 13일 익산시 황등면 율촌리 일대 논이 물에 잠겨 있다. 2020.7.13 doo@yna.co.kr

거대한 황톳빛 호수로 변한 들녘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마음은 착찹하기만 하다. 물이 하루 빨리 빠져 조금아니마 피해를 줄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농민들의 작은 희망이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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