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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 치닫는 법무부-대검…검찰총장 감찰 현실화하나

송고시간2020-07-08 22:29

추미애, 수사지휘 절충안 거부…윤석열, 입장 번복 어려울 듯

법무부-대검 실무진 물밑협상 했지만, 이견 좁히지 못해

추미애 - 윤석열
추미애 - 윤석열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관련 독립적인 수사본부를 구성하겠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절충안을 곧바로 거부하면서 사태가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총장은 8일 김영대(57·사법연수원 22기) 서울고검장이 현재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한 독립적인 수사본부를 꾸려 수사를 진행하고 결과만 자신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 장관에게 건의했다. 김 고검장은 윤 총장의 연수원 1기수 선배다.

그러나 추 장관은 윤 총장의 건의는 사실상 수사팀 교체·변경을 포함하고 있어 자신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1시간여 뒤 거부 입장을 밝혔다. 경고한 대로 수사지휘를 문언대로 수용하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다.

추 장관은 지난 2일 윤 총장이 소집한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수사 독립성 보장을 위해 윤 총장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도록 지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바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발동 (PG)
추미애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발동 (PG)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지휘권 발동 7일째 윤 총장 '절충안' 제시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다가 7일째인 이날 '독립적인 수사본부' 구성 방안을 답변으로 내놨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 자체가 위법·부당하다고 비판해온 다수 검사장의 의견을 고려하면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선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이 지난 3일 소집한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검사장들은 전문자문단 중단은 바람직하지만, 윤 총장의 수사 지휘·감독 권한을 제한하는 조치는 위법 소지가 있어 재고(再考)를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검찰 주변에선 윤 총장이 장관의 수사지휘를 그대로 수용하면 검사장 회의 등을 통해 결집한 내부 의견을 저버려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따라서 다수 검사장 의견을 따르지 않겠냐는 예상이 많았다.

윤 총장은 수사지휘를 100% 수용한 건 아니지만, 독립적인 수사본부 구성이란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장관의 지휘를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검사장 회의에서 나온 '위법' '재고' 등 강경한 용어 대신 '존중' '건의' 등의 유화적 용어를 사용한 데는 이 정도 선에서 사태를 타결지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됐다.

추미애, 윤석열에 수사지휘권 발동 (CG)
추미애, 윤석열에 수사지휘권 발동 (CG)

[연합뉴스TV 제공]

◇ 윤 총장, 절충안서 입장 번복 쉽지 않을 듯

윤 총장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추 장관이 끝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윤 총장은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추 장관이 이날 오전 최후통첩을 하면서 고지한 '9일 오전 10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상황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윤 총장 입장에서는 한 발 더 물러서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전면 수용'하지 않는다면 법무부 직접 감찰 등 징계 절차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오랜 고심 끝에 내놓은 답이 '독립적인 수사본부 구성'이라는 일종의 절충안이라는 점에서 추 장관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추 장관은 전국 검사장 회의가 소집된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등 일각에서 제기된 절충안에 대해 명분과 필요성이 없고, 자신의 지시에 어긋나는 것이란 입장을 명확히 하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CG)
윤석열 검찰총장 (CG)

[연합뉴스TV 제공]

◇ 법무부-대검 사전 물밑협상 했지만 결국 불수용

대검은 이날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 안을 내놓기 전 법무부 실무진과의 물밑 협상을 거쳐 내용과 문구를 일부 조율한 뒤 대검 명의로 공식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에서는 검찰국, 대검에서는 기획조정부가 협상을 주도했다. 법무부에서는 조남관 검찰국장이 나서서 양측의 파국을 막기 위해 막판까지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도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서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안을 제시한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추 장관이 수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불수용이었다. 추 장관은 서울고검장이 지휘하는 수사본부 구성이 당초 수사지휘 내용 중 '대검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한다'는 부분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명백한 지시 불이행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장관-윤석열 총장 주요 쟁점
추미애 장관-윤석열 총장 주요 쟁점

[연합뉴스 자료 그래픽]

◇ 사상 초유 검찰총장 감찰 이뤄지나…윤석열 사퇴할 수도

추 장관과 법무부가 윤 총장의 수사지휘 불이행을 '항명'으로 결론 내릴 경우 윤 총장에 대한 감찰 등 강도 높은 징계 절차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 징계에 나서려면 감찰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비위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추 장관은 그동안 윤 총장이 최측근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데 공정성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수사지휘를 따를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장관이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직무유기'라는 단호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압박이 심해질 경우 결국 윤 총장이 사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추 장관이 감찰을 지시하고 윤 총장이 버틴다면 검찰총장이 법무부 감찰 조사를 받게 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게 된다.

과거 법무부가 검찰총장 감찰을 거론한 사례가 있지만 실제로 감찰이 이뤄지진 않았다.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혼외자 의혹'이 제기된 채동욱 총장에 대해 법무부 감찰을 진행하겠다고 밝히자 채 총장은 곧바로 사퇴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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