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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도 하고, 웃기도 했는데"…최숙현 선수 마지막 모습과 일기(종합)

송고시간2020-07-08 19:06

동료 선수들과 정상적으로 훈련 참여…다음 날 새벽 극단적 선택

6월 25일은 소속팀 월급날…"평소보다 밝은 얘기 많이 했는데"

지난해 일기에는 경주시청 당시 힘겨웠던 심정 드러내

2013년 해양스포츠제전 참가한 최숙현 선수
2013년 해양스포츠제전 참가한 최숙현 선수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2020.7.2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고(故) 최숙현 선수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도, 오후 훈련을 성실하게 소화했다.

피해 사실을 부인하는 가해 혐의자 때문에 힘겨워하면서도, 마지막 훈련은 웃으며 마쳤다.

그래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는 동료들의 마음이 더 아프다.

고 최숙현 선수의 유족이 8일 연합뉴스에 전한 동료들의 증언에는 최숙현 선수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묘사돼 있다.

최숙현 선수는 6월 25일 소속팀 오후 훈련을 소화했다. 동료들은 평소보다 더 담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음 날 오전 0시 30분께 가족과 지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한 동료 선수는 훈련 전 최숙현 선수가 폭행 가해자들과 관련해 심적으로 힘겨워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최숙현 선수가 그날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서) '경주시청 소속 가해 혐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쪽에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대처 방안을 준비 중이라는 걸 듣고는 힘들어했다. 최숙현 선수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속팀 훈련이 시작되자, 최숙현 선수는 훈련에만 집중했다. "평소보다 밝았다"고 말한 동료도 있었다.

학창 시절 최숙현 선수와 친구들
학창 시절 최숙현 선수와 친구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16년 겨울 대구 이월드에서 고 최숙현(뒷줄 오른쪽 두 번째) 철인3종경기 선수와 친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7.3 [최수현 선수 지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훈련을 마치고 최숙현 선수는 동료와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에 동참하지 않은 다른 동료는 "최숙현 선수가 전 소속팀에서 당한 폭언, 폭력 등 때문에 힘들어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본 최숙현 선수는 밝은 표정이었다"며 "훈련 뒤에 최숙현 선수가 다른 동료와 식사를 하러 간다기에 '그래, 그렇게라도 마음을 풀어야지'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마침 6월 25일은 월급날이었다. 한 달 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 날이다.

동료는 최숙현 선수가 식사를 즐기며 마음을 풀길 바랐다.

식사를 함께한 동료는 "예전에는 같이 식사할 때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6월 25일에는 밝은 얘기를 많이 했다. '가족도 있고, 동료도 있으니 괜찮아'라고도 했다"며 "정말 그런 결심을 했을 거라고는…(상상하지도 못했다)"라고 힘겹게 말했다.

최숙현 선수와 동료는 그날 밤 11시께 헤어졌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 0시 30분께 최숙현 선수로부터 '강아지를 부탁한다'는 연락이 왔다. 이후 둘은 통화하지 못했다.

"폭언·폭행한 사실이 없습니다"
"폭언·폭행한 사실이 없습니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과 선수들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 동료 선수는 26일 오전 최숙현 선수의 숙소로 향했다.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인의 모습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최숙현 선수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를 받는 가해 혐의자들은 최숙현 선수 동료들에게도 상처를 남겼다.

6일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에서 소명 기회를 얻은 한 가해 혐의자는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선수 개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료들은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떠난 이유는 전 소속팀에서 당한 가혹행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동료는 "(가해 혐의자들이 고인이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최숙현 선수는 동료들과 잘 지냈다. 특히 여자 선수들과 아주 잘 지냈다"고 강조했다.

고 최숙현 선수가 남긴 일기
고 최숙현 선수가 남긴 일기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0년 소속팀 동료의 말을 들으면 고 최숙현 선수가 '동료와의 관계'를 힘들어한 시점은 전 소속팀에서 뛰던 2017년과 2019년이다.

2019년 7월에 쓴 일기가 고인의 심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최숙현 선수는 일기에 "저 사람들이 그냥 무섭고 죽을 것 같다. 위축돼 겁이 나서 온몸이 굳어버린다"며 "뭘 안 해도 겁이 나고, 조금만 소리쳐도 너무 무섭다"고 썼다. 경주시청에서 가해 피해자인 감독과 팀 닥터라고 불리는 운동처방사, 선배 선수와 함께 생활하던 시점이다.

고인은 "사람은 사람이 적인 게 맞는데, 그만 상처받고 싶다. 솔직히 너무 힘들다"라고 폭언이 난무했던 팀 생활에 대해 토로했다.

고 최숙현 선수의 일기
고 최숙현 선수의 일기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폭언을 듣고, 폭행당한 기억은 오래 남는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

고 최숙현 선수는 "아직도 너희들을 보면 예전 일들이 다 생각난다. 잊을 수 없다. 아니, 잊혀지지가 않는다"며 "내 머릿속에서 빠져나가기는 커녕, 더 커지고 선명해진다"고 일기에 썼다.

최숙현 선수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훈련했다. 새 소속팀에서는 동료와도 잘 지냈다는 동료의 증언도 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살고자 했던 최숙현 선수는 과거의 기억과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가해 혐의자들, 과거의 잘못을 덮으려고만 하는 관계자들 때문에 의지가 꺾였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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