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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임대 어쩌나…'출구전략' 고민에 빠진 정부

송고시간2020-07-08 06:40

문 정부 출범 뒤 도입돼 다주택자 절세 수단으로 악용

강병원 의원, 등록임대사업자 혜택 축소법안 발의

임대차 3법 시행되면 유명무실…전반적인 검토 불가피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등록임대주택 제도 운용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집주인으로 만들어 보겠다며 3년 전부터 각종 세제와 대출 혜택을 제시하며 등록임대 활성화에 나섰지만 지금으로선 제도의 존폐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임대차 3법(PG)
임대차 3법(PG)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다주택자의 절세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제도의 부작용을 떠나 이제는 '임대차 3법'의 추진으로 등록임대의 공적 의무가 더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되는 상황이 됐기에 등록임대에 대한 특혜를 유지할 명분이 없어지고 있다.

등록임대 사업자들은 정부가 나서서 장려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정책을 뒤집으려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등록임대 의무 이행 실태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간 가운데 일부 임대사업자들은 단체 행동에도 돌입했다.

◇ 임대차 3법 급물살에 급해진 정부

8일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등록임대의 제도 운용 전반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등록임대의 관리를 강화하는 데 주력했지만 최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갑자기 등록임대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 집값 문제가 부각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전월세신고제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3법' 도입 법안을 서둘러 발의하고 7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임대차 3법은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됐고 이미 정부와 주요 내용에 대해선 협의를 해 놓았기에 속전속결로 처리될 수 있을 전망이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통해 최소 4년간 거주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고 계약 갱신 때 임대료 증액이 5%로 제한된다.

등록임대의 핵심 의무도 임대료를 직전 계약의 5%로 한정하는 것이다.

법이 통과된 이후에는 등록임대나 미등록 임대나 의무 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지게 되지만 등록임대는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나 양도소득세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약속받았다.

특히 4년짜리 단기 등록임대는 아예 미등록 임대와 아무런 차이도 없어지게 된다.

세입자 살려
세입자 살려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회원들이 6월 16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4년 단기 임대 자체를 없애야 하고 8년 장기 임대는 혜택을 대폭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된 이후 등록임대 제도를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전반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최근 등록임대에 부여된 종부세와 양도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없애는 내용의 종부세법 등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모든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취소될 것이라는 소급입법 논란이 일었고, 이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소급입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의원 측은 소급입법이라는 표현 자체가 정확하지 않지만, 임대사업자가 앞으로 낼 세금에 대해선 혜택을 주지 않는 내용의 법안이라고 설명한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임대사업자가 이미 세제 혜택을 받은 경우 이를 회수할 수는 없겠지만, 향후 받을 예정이었던 양도세나 종부세 등의 혜택은 취소돼야 한다"며 "정책을 쓰다가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바꿔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강 의원의 법안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이 법안은 민주당 당론으로 추진되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등록임대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은 때인지라 국토부도 향후 법안 처리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 꼬일 대로 꼬인 스텝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사실 최근 갑자기 나온 얘기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이 두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2017년 6월 취임사에서 이들 제도를 도입해 세입자와 집주인 간 권리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전 정부 때까지는 전월세상한제 등은 부작용 때문에 절대 도입하면 안 된다고 버티던 국토부 공무원들은 어느새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논리 개발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의 파급력 때문인지 국토부는 이를 도입하기보다는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등록임대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정부는 2017년 12월 13일 건강보험료 인하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세ㆍ월세 (PG)
전세ㆍ월세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그러면서 "등록임대 활성화 정책이 효과가 없으면 2020년부터 등록임대를 의무화하고 전월세상한제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때는 '경고' 수준이었다.

정부 정책에 부응해 이후 등록임대사업자는 가파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다주택자 사이에서 '집을 등록임대로 돌리면 보유 주택에서 빠진 것처럼 돼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등록임대 활성화 정책이 다주택자가 규제를 피해 집을 사면서 절세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18년 9·13 대책을 통해 주택 보유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사서 임대 등록을 하면 양도세 중과를 하고 종부세 합산 과세를 하는 등 등록임대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였다. 정부는 이후 대책에서도 계속 등록임대에 대한 혜택을 축소했다.

하지만 등록임대 활성화 정책에 대한 비판은 계속됐다. 일각에선 이 정책이 오히려 주택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면서 서서히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고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여당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미 올해 1분기까지 누적 등록임대사업자는 51만1천명, 등록임대는 156만9천채에 달할 정도로 등록임대는 너무 많이 불어난 상태다.

◇ 임대사업자도 불만…"정부 정책 따랐을 뿐인데"

임대사업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임대 등록을 독려해서 그에 따랐는데 이미 약속받은 세제 혜택도 거둬갈 수 있다는 얘기가 돌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연초에 임대사업자의 의무 사항 이행 여부에 대한 전수점검에 나선 데 대한 반감도 높다.

이들은 임대사업자 협회를 창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세를 모아 목소리를 높여 권익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특히 이들은 10일 감사원에 국토부의 등록임대 관리 실태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아파트 단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토부는 최근 등록임대사업자들을 상대로 임대료 증액 5% 제한 등 의무를 이행했는지 전수 점검에 착수했다.

이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과거 임대 등록을 안내하면서 임대료 5% 증액 의무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데다, 그동안 이와 관련한 아무런 조사나 행정조치도 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갑자기 일제 조사에 나서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들은 언론에 보낸 이메일에서 감사 청구 계획을 알리며 "2012~2016년 전국 지자체가 교부한 임대등록 안내문을 확인한 결과 임대료 증액 제한에 대한 내용이 모두 빠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불완전한 정보를 받고 임대등록을 하게 하고는 인제 와서 갑자기 단속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3천여명이 연명부에 서명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감사원에 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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