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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에 남녀 구분은 없다…'불교 페미니즘' 출간

송고시간2020-07-07 13:29

미국 종교학자 리타 그로스 저서…성평등적 재가수행·사원제도 제언

깨달음에 남녀 구분은 없다…'불교 페미니즘' 출간 - 1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여성은 붓다가 될 수 있을까?"

미국 종교학자 리타 그로스가 1993년 출간한 '불교 페미니즘 : 가부장제 이후의 불교'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불교의 가르침은 고통으로 가득 차고 무지에 휩싸인 상태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평온을 얻음으로써 궁극적인 해방을 추구하는 것이다. 깨달음의 과정에 성별 구분은 없고, 모든 수행자에게 깨달음으로 가는 구도의 길은 열려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붓다 사후 수 세기가 지나 승단이 권력을 가지며 성별은 물론 출가자와 재가자 간 위계질서가 나타났다. 한국과 대만을 제외한 국가에서 비구니 승단이 사라지거나 복원되지 못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초기 불교의 원형이 많이 간직된 티베트 불교는 규율로서 성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곳에서마저 비구니 승단은 여전히 독자성을 가지지 못한다.

저자는 성평등적 관점에서 불교를 재평가하기 위해 과거를 먼저 살핀다. 인도 불교와 대승 불교, 티베트 불교 등 3대 불교 발달사에 나타난 여성의 역할과 이미지를 찾아낸다. 이를 토대로 주요 시기별 교리를 분석한다.

리타 그로스는 불교의 교리와 실천 간 모순을 지적하며 불교의 페미니즘적 재건을 위해 두 가지를 제언한다. 하나는 성평등 관점에 일치하는 재가수행자의 생활 스타일이며, 다른 하나는 남성 우월적 사원 중심의 불교에서 벗어나 성평등한 사원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는 "미래의 정토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살아가는 건강하고 순결한 땅이 될 것이며, 이 순결한 땅에서는 불교사 전반에 걸쳐 널리 퍼진 남성 중심적 견해나 현실들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한다.

미국 위스콘신대(오클레어) 철학-종교학과 교수였던 저자는 종교학과 페미니스트적 관점의 균형 위에서 인도 종교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2015년 작고했다.

서양 여성 최초의 비구니 스님인 텐진 팔모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깊이 있는 오랜 연구의 결과물로 가부장제와 그 이후 불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의 분석이 유용할 정도로 불교가 변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책을 옮긴이는 여성학을 공부한 옥복연 씨다. 그는 종교와젠더연구소 소장과 성평등불교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동연. 600쪽. 2만5천원.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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