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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인건비는 '교수 쌈짓돈'…"연구자 되려면 항의도 못해"

송고시간2020-07-06 07:20

끊이지 않는 연구용역 수당 횡령…"총학·노조 도움받기도 어려워"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처음엔 돈을 뺏기고 있다는 생각도 못했어요."

고려대에서 석사과정을 하던 A씨는 대학원생들에게 나오는 연구용역 수당을 지도교수가 다 가져가는 것을 보고 회의를 느껴 2017년 자퇴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연구용역을 받아서 수행하는 것이 오히려 적자다. 학생들 많이 배우라고 용역을 받아서 수행하는 것이다"라며 사실상 교수가 관리하는 공동계좌로 돈을 보내게 했다.

A씨는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졸업 이후에 학교에서 연구자로 살아갈 생각이라면 다 따지고 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에게 수백만원을 송금하고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적은 돈을 받았다. 교수가 딴 연구용역을 수행하느라 제대로 공부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6일 대학가에 따르면 일부 교수들이 대학원생들 앞으로 나오는 인건비를 횡령하는 사례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항의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연구실 내 교수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고, 교수가 대학원생의 장래에 크게 관여하기 때문이다.

서울대에서 석사과정을 밟는 대학원생 B씨는 "인건비 지급 날짜와 액수가 매달 다르다"며 "대학원생은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학생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느껴도 산학협력단이나 교수님에게 인건비 문제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씨는 "연구실은 수직적 구조라 뭔가를 항의하기 어렵다"며 "사소한 것도 교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8년 고려대 대학원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학원생 508명 중 15%는 '연구 프로젝트 인건비를 아예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인건비를 받더라도 45.2%는 '인건비를 교수가 관리해 정확히 얼마를 받는지 모르거나 일부만 받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서강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의 '일반대학원생 연구 환경 실태조사'에서도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인건비가 나오지만 그 인건비가 나오는 통장과 도장을 강제로 걷어간다. 용돈 수준(30만원)의 돈만 받아 생활이 어렵다" 등의 사례가 접수됐다.

대학원 특성상 총학생회나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기 어렵고, 학교 차원에서 횡령 사실을 알게 된다 해도 징계에 소극적인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서울지역 한 대학의 대학원생 총학생회 관계자는 "교수님 중에는 '넌 연구실 사람이지 다른 곳 소속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며 "노조나 총학생회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면 교수는 '외부에서 간섭한다'고 여겨 사건 해결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ze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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