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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닮은 양서류 '시실리언' "내가 독사보다 앞선 독니 원조"

송고시간2020-07-04 10:21

이빨과 연결된 분비샘 양서류서 첫 확인…열대림 수중·땅속 생활

뱀을 닮은 양서류 '시실리언'의 입을 확대한 모습
뱀을 닮은 양서류 '시실리언'의 입을 확대한 모습

독사와 비슷한 이빨샘이 드러나 있다. [Butantan Institute, Brazi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열대림에서 사는 뱀처럼 생긴 양서류인 '시실리언'(Caecilian)이 독사처럼 이빨과 연결된 분비샘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양서류가 뱀보다 약 1억년 이상 앞서 출현한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이빨로 물어 독을 주입하는 독사의 사냥 전략이 시실리언에서 먼저 시작됐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유타주립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생물학과 에드먼드 브로디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시실리언에서 양서류 최초로 이빨과 연결된 구강내 분비샘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오픈액세스 저널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했다.

시실리언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의 열대림에서 서식하는 뱀 모양을 한 양서류로 200여종에 달하며 수중생활을 하거나 땅 밑에 굴을 파고 산다. 작은 것은 10㎝가 채 안 되지만 큰 것은 1.5m에 달한다.

연구팀은 "두꺼비나 도마뱀 등 양서류가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피부에서 독을 분비하는 것은 드물지 않지만 적어도 한 종이 입으로 물어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브로디 교수팀은 지난 2018년 발표한 연구에서 시실리언이 머리와 꼬리의 피부샘에서 물질을 분비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머리에 집중된 피부샘에서는 끈끈한 액체를 분비하고 꼬리에서는 독성물질을 분비하는 샘을 가져 포식자로부터 도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시포놉스 아눌라투스
시포놉스 아눌라투스

[Carlos Jared, Butantan Institute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시포놉스 아눌라투스(Siphonops annulatus)라는 학명을 가진 고리 시실리언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위, 아래턱에 액체로 가득한 작은 샘이 관(管)을 통해 숟가락 형태의 이빨 밑부분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논문 제1저자인 브라질 '부탄탄 연구소'의 페드루 루이스 마일류-폰타나 박사는 배아 분석을 통해 피부의 점액·독 샘과는 다른 세포조직에서 만들어진 이른바 '이빨샘'을 확인했다.

그는 "독성 피부샘은 표피에서 만들어지지만 이런 샘은 치아 세포조직에서 발달하며, 이는 파충류의 독샘에서 발견되는 것과 발달 기원이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팔다리 없이 입만 갖고 사냥을 하는 시실리언이 애벌레나 흰개미, 개구리, 도마뱀 등 사냥감을 물 때 이빨샘을 가동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빨샘에 담긴 액체에 대한 화학성분 분석이 끝나지 않아 얼마나 강한 독성을 가졌는지,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브로디 교수는 그러나 "시실리언의 분비물이 독성을 가진 것이 입증된다면 이런 이빨샘은 구강 독 분비 기관의 초기 진화 형태를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면서 "구강 독 분비 기관은 뱀보다는 시실리언에서 먼저 발달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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