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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톡톡] 누가 철인을 죽였나.

송고시간2020-07-05 07:00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폭력은 선을 넘은 힘입니다.

폭식, 폭음, 폭주, 폭언 등의 단어를 봐도 그렇습니다.

정당하지 않습니다. 권력을 가진 쪽이 주로 사용합니다. 폭력여부는 받는 쪽의 판단이 중요합니다. 가해자는 때려놓고 살짝 건드렸다고 합니다. 남이 하면 폭력, 내가 하면 장난이 아닙니다. 폭력은 꼭 신체적인 것만 아닙니다. '말'과 '알면서 모르는 척'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권력이나 권위에 의한 폭력은 대부분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여러 종류가 섞여서 반복됩니다. 그래서 무섭습니다.

최숙현 철인 3종 경기(트라이애슬론) 선수가 소속팀 지도자와 선배들의 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최 선수는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신고하고, 검찰에 고소도 했습니다. 조치는 없고 조사는 느렸습니다. 최 선수는 가족의 법률대리인이 국가인권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한 다음 날 사망했습니다.

왜 체육계에서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걸까요?

폭력은 정당하지 않다.
폭력은 정당하지 않다.

한상균 기자

"하기 싫지? 도망가고 싶고. 그때 잡아주고, 때려주는 선생이 진짜다. 내가 겪어보니 그렇더라."

인권위가 기획하고 제작한 영화 '4등'에서 수영 강사 광수가 4등만 하는 준호에게 하는 말입니다. 광수는 수영 유망주 생활도, 지도자 폭력도 겪어본 사람입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입니다. 선수시절 폭력을 당한 광수는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인 준호를 때립니다. 준호는 집에서 동생에게 똑같이 합니다. 폭력은 재생산됩니다. 대물림됩니다.

대한체육회에서 한남대 산학협력단에 연구의뢰를 한 '2018년 스포츠 폭력 실태조사'가 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 631명, 국가대표 지도자 160명, 일반선수 1069명, 일반선수 지도자 132명, 학부모 69명의 설문조사를 분석했습니다.

고개 숙인 대한체육회.
고개 숙인 대한체육회.

2019년 1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이사회에서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 쇄신안 발표 전 인사하고 있다. 김인철 기자

폭력은 먹이사슬입니다.

지도자도 다양한 폭력에 노출됩니다. 일반선수 지도자 14.4%가 폭력을 당했다고 답했습니다. 신체폭력 가해자 75%가 코치와 감독, 언어폭력은 61.6%가 해당 종목 관련 협회와 감독이었습니다. 그 외 경제적 피해 등에 협회는 방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폭력 피해 지도자는 가해자이기도 했습니다. 폭력 가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지도자 수는 피해를 본 수의 2배가 넘었습니다. 협회, 감독, 코치, 선수가 먹이사슬입니다. 선수는 사슬의 가장 밑에 있습니다. 선수는 다시 선후배로 나뉩니다.

"난 준호가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서워."

준호 엄마가 남편에게 하는 말입니다.

학부모들은 체벌 필요 질문에 보통이 40.6%, 긍정이 24.6%입니다. 체벌에 대한 대처는 잘못한 일이라 맞는 것이 당연(25%), 불만을 얘기하면 선수생활에 불리할 것 같아서(25%), 이야기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16.7%)로 답했습니다.

엘리트 위주 선수육성 시스템에서 학부모는 소극적으로 될 수 있습니다.

제96회 전국체육대회 트라이애슬론 여자일반부 올림픽코스.
제96회 전국체육대회 트라이애슬론 여자일반부 올림픽코스.

박동주 기자

체벌을 당한 일반선수도 참거나 모르는 척합니다(38%).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합니다(37.2%). 지도자나 관련 단체에 신고는 2명(1.6%)입니다. 체벌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55.2%). 가족(23.4%), 동료(8.9%), 친구(7.8%)에게 이야기합니다. 상담원에게 도움을 청한 한명(0.5%)도 있습니다.

반 이상이 침묵합니다. 왜일까요? 이야기해도 소용없기 때문입니다(29.5%). 보복이 무섭고(21%), 선수생활에 불이익 있을 것(16.5%) 같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16.5%)을 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릅니다(10%). 3명(1.5%)은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습니다.

폭력은 집단의 경기력과 정신력, 응집력을 위해 정당화됩니다. 권위와 위계로 구성된 조직에서 개인이 반대하기 힘듭니다. 당연하거나,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여자 트라이애슬론 경기.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여자 트라이애슬론 경기.

김용태 기자

지도자가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해 일반 선수들은 대부분 규율 및 지시에 잘 따르지 않아서(29.7%)라고 생각합니다. 정신력이 약해져서(23.8%)라거나, 시합 성적 향상을 위해서(16.7%) 등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1.4%), 습관적으로(1.0%), 본인의 스트레스 해소(0.6%) 등의 답도 있습니다. 설문 결과는 가장 적은 이유로 나왔지만, 과연 그럴까요?

제2, 제3의 최숙현 선수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분주합니다.

문체부는 특별조사단을 만듭니다. 정치 쪽은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최숙현 법' 제정을 촉구합니다. 다음 달에는 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합니다. 법이 없어서, 센터가 없어서 일이 생긴 건 아닙니다. 스포츠인권센터도 있고, 신고전화도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처벌규정도 있습니다.

인권은 상식이지만 비상식적인 일들이...
인권은 상식이지만 비상식적인 일들이...

대한체육회 제공

체육계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도 가해자의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폭력은 폭력의 대상을 사물로 뒤바꿔 버리기 때문에 잘못된 것"

수전 손탁의 '타인의 고통'에 나오는 말입니다.

그래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건 아닐까요?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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