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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숙현에 "내려놓고 떠나겠다"고 빌던 감독, 이젠 혐의 부인

송고시간2020-07-03 09:16

올해 2월 최숙현 선수 아버지에게 사과 문자 메시지 보내

2일 열린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에서는 "때리지 않고 말렸다"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에 나타난 트라이애슬론팀 감독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에 나타난 트라이애슬론팀 감독

7월 2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 있는 경주시체육회 사무실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가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감독은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원회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5개월 전 그는 최숙현 선수 아버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을 드린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가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고 최숙현 선수가 소송을 시작하자 용서를 빌던 감독은 태도를 바꿨다. 현재 그는 "나는 때리지 않았다. 오히려 팀닥터의 폭행을 말렸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2일 열린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에서는 "감독은 최 선수를 트라이애슬론에 입문시켰고 애착을 가졌다고 하며 다른 팀으로 간 것도 감독이 주선했다고 한다. 2월까지 감독이 최 선수로부터 받은 모바일 메신저 메시지에는 '고맙다'라거나 '죄송하다'란 글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위계질서가 확실한 감독과 선수 사이에서, 선수가 보낸 '감사 인사'가 진심인지, 두려움의 표현인지는 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2013년 해양스포츠제전 참가한 최숙현 선수
2013년 해양스포츠제전 참가한 최숙현 선수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숙현 선수의 유족이 공개한 녹취에는 감독이 고인을 폭행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팀 닥터가 무자비한 폭행을 할 때, 감독이 방조했다는 건 녹취만 들어도 알 수 있다. 팀 닥터의 폭행이 벌어지는 동안 감독은 "닥터 선생님께서 알아서 때리는 데 아프냐", "죽을래", "푸닥거리할래" 등의 말로 고인을 더 압박했다.

또한, 감독이 최숙현 선수의 체중이 늘었다고 "3일 동안 굶어라"라고 다그치는 목소리가 녹취 파일에 담겼다.

감독은 한국 트라이애슬론을 대표하는 선수이자, 팀의 핵심인 베테랑 선수가 고인을 괴롭히는 걸 알고도 방조하고, 오히려 선배에게 괴롭힘당하던 고인의 뺨을 때렸다는 의혹도 받는다.

해당 감독은 최숙현 선수와 중학교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터라 충격이 더 크다.

가혹 행위에 시달리던 최숙현 선수는 2월부터 법적 절차를 밟았다.

그러자 해당 감독은 최숙현 선수의 가족에게 사과했다.

그는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염치없고 죄송하다.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라고 했다. 구체적인 행위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죄송하다"라는 말을 반복했고 "내가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고 사퇴 의사까지 밝혔다.

감독은 "아내와 아이가 나만 바라보고 있다. 먹고 살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조금만 시간을 달라"며 "숙현이 힘들고, 치료되지 않은 부분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고 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메시지
고 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메시지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고 최숙현 선수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 [이용 국회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최숙현 선수는 올해 경주시청을 떠나 부산시체육회에 입단했다. 팀은 떠났지만, 전 소속팀 감독의 영향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선수도, 지도자도 많지 않은 한국 트라이애슬론에서 경주시청 감독이 약속대로 '다 내려놓고 떠나지' 않고서는 둘의 연결 고리는 끊어질 수 없었다.

해당 감독은 계속 경주시청에 남았다. 그리고, 피해자인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떠났다.

경주시청 감독은 문자메시지에서 "우리 가족이 나만 보고 있다.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며 피해자 가족에게 읍소하던 감독은 '자식처럼 아꼈다'던 제자의 고통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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