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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한 적 없는 케이블TV, 아파트관리비 포함돼 10년간 요금내"

송고시간2020-07-02 14:39

불공정 계약 의혹…방송사 "계약서 존재" vs 입주민 "대리 작성"

아파트관리비 (PG)
아파트관리비 (PG)

[권도윤 제작] 일러스트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케이블TV 방송사가 불공정한 계약을 맺어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10년 이상 이용요금을 관리비에 포함해 거둬들였다는 의혹이 나온다.

2일 광주와 전남지역에 유선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케이블TV 업체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 아파트단지에 사는 A씨가 가입 고객으로 분류돼 요금을 정기적으로 납부해왔다.

케이블TV 시청료는 매달 30만원 안팎인 아파트관리비에 포함됐다.

A씨는 은행 계좌에서 아파트관리비가 자동으로 빠져나가도록 설정해놨다.

2009년 무렵부터 이 아파트에서 살아온 A씨가 그동안 케이블TV 업체에 지불한 금액은 합산 50만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A씨는 아파트에 입주할 때부터 위성방송 제공 업체를 이용해 TV를 시청해왔다.

A씨의 집 TV에는 위성안테나만 연결돼 케이블TV 업체가 송신하는 채널은 시청할 수 없는 상태였다.

관리비 명세서에 적힌 케이블TV 시청료를 전기요금에 포함된 공중파 TV 수신료로 착각한 A씨는 10년 넘게 이 업체에 돈을 낸 사실을 모르고 넘겼다.

A씨는 사흘 전인 지난달 30일 위성방송 이용을 중단하고 인터넷TV 등 새로운 업체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을 파악했다.

케이블TV 업체 측은 입주 시점에 A씨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와 서명이 담긴 계약서를 근거로 아파트관리비 청구서에 유선방송 이용료가 포함됐다고 주장한다.

해당 아파트와 이 업체는 단체수신 협약을 맺고 있다.

협약은 방송사가 요금 할인을 제공하고, 아파트 측은 단체 이용을 약속하는 일종의 공동구매 성격을 띤다.

단체수신 협약을 맺었더라도 개별 계약을 체결한 입주민만 케이블TV 업체의 가입 자격을 얻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A씨는 입주 당시 위성방송을 이용했기 때문에 케이블TV 업체와 따로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었다고 호소한다.

케이블TV 업체 측은 계약서의 존재 사실을 내세우면서 A씨가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반론한다.

A씨는 계약서 공개를 요구했고, 보존 기간 5년이 지나서 없다는 입장을 취하던 케이블TV 업체 측은 의혹이 제기되자 사본을 공개했다.

A씨는 계약서 사본을 살펴보고 나서 "손으로 기재한 일부 항목이 다른 사람의 필체"라며 "케이블TV 업체 측이 어떠한 상품 설명도 안 해주고 이사를 마치느라 정신없는 상황에서 계약서를 대리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케이블TV 관계자는 A씨가 입은 금전적인 피해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회사 입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징수한 요금의 환불이 어렵다는 방침을 밝혔다.

A씨는 케이블TV 업체로부터 1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과 1년간 무료 시청권을 그동안 지급한 돈의 보상책으로 제안받았다.

A씨는 케이블TV 업체의 대응을 두고 "현금으로 매달 꼬박꼬박 가져간 돈이 50만원이 넘는데 상품권 10만원과 필요하지도 않은 시청권으로 돌려준다는 게 이치에 맞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케이블TV 업체 담당자가 다른 사람에게도 백화점 상품권만 지급됐다는 식으로 무마하려 했다"며 "더 많은 불공정 계약 피해자가 있었고 지금도 존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케이블TV 업체와 단체수신 협약을 맺은 해당 아파트에는 750여 세대가 살고 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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