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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결과는 다문화 포용↑…채용할 땐 인종차별 논란 '여전'

송고시간2020-07-05 08:00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미국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2013년 한국에 온 미국인 A(39)씨는 한동안 일자리를 찾지 못해 난처했던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한국 문화도 어느 정도 배웠기에 학원이나 방과 후 학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라 자신했다.

그러나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가면 "학부모가 흑인을 좋아하지 않아서…"라며 난색을 보이기 일쑤였다.

결국 원어민 강사 지원자가 적은 충남 한 중소도시에 있는 어학원에 취업해야 했다.

그는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그때보다 피부색에 따른 차별은 덜해지긴 했다"면서도 "능력이나 인성이 아닌 인종으로 구분 짓는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종종 경험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구직자 이력서
외국인 구직자 이력서

[게티이미지 제공]

국민 10명 중 8명이 다문화 가정이나 국제 결혼을 수용할 수 있다고 답할 정도로 시각이 너그러워졌지만 개발도상국이나 특정 인종의 차별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가족 다양성을 주제로 2020년 국민 인식조사를 한 결과 다문화 가족 등 외국인과 가정을 꾸리는 것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국민이 작년보다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조사에 따르면 92.7%가 외국인과의 결혼을 찬성했고, 79.7%가 다문화 가족의 자녀를 배우자나 자녀의 결혼 상대로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문화 사회로 자리 잡았다고 낙관하기에는 시기상조인 부분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직 시장이다.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한 호텔 세탁업무 도급업체가 난민 자격으로 국내 체류 중이던 수단인을 피부색을 이유로 채용하지 않자 불합리한 차별이라 판단하고 재발 방지를 권고했다.

국내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위한 구직 사이트인 코리아포홈(korea4home)이나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 등에 올라오는 공고에는 종종 '백인 지원 가능'이란 주석이 달려 인종 차별 논란을 빚기도 했다.

후진국 출신 외국인인 경우, 더 많은 차별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발간한 학술지 '행정논총' 2017년 12월호에 실린 '외국인의 차별경험에 미치는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전국에 사는 외국인 1천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 국내총생산(GDP)보다 낮은 국가에서 입국한 외국인일수록 취업이나 사회 생활 등에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동포 정모(38·인천 연수구)씨는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2010년께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는데 담당자가 (내 서툰 한국말을 듣더니) 조선족이고 소통이 힘들면 남편과 함께 오라고 했다"며 "나중에 오해가 풀리긴 했지만 내가 미국 출신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구인업체 측은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20년 넘게 원어민 강사 채용 업체를 운영하는 재미교포 김모(56) 씨는 "학원은 교육 기관인 동시에 영리를 취하는 업체이기도 하다"며 "미취학 자녀를 둔 학부모가 '아이들이 흑인 선생님은 무섭다고 한다'며 백인 강사를 고집하면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구직 희망자가 줄어 피부색을 가리면서 채용하기는 힘들다"며 "예전보다 히스패닉이나 흑인 등 강사의 인종도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교육청 관계자도 "원어민 강사 지원 자격 중 피부색 차별은 절대 없다"면서도 "현장에서는 일부 인종에 선호도가 남은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교과서에서 그려진 외국인의 모습
교과서에서 그려진 외국인의 모습

[한국사회 인종차별을 말하다 보고서 캡처]

전문가들은 낯설음에서 오는 선입견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장인실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한국다문화교육원 원장)는 "일부 국가 출신의 재외국민이나 다문화 가정을 우리가 도와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이들을 동화시키는 데 교육의 방점을 두고 있다"며 "현재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교과서 삽화만 보더라도 이런 인식이 남아있다"고 꼬집었다.

2018년 UN 인종차별철폐협약 공동사무국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공동 개최한 '인종차별 보고대회'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교과서에서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외국인은 대부분 백인으로 묘사됐으나 이주노동자로는 동남아시아 출신 남성이 공장에서 일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만열 아시아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직도 '백인은 사장님, 동남아 사람은 코믹한 노동자'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인종이 자주 TV에 출연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이를 편견으로 획일화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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