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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홍콩특혜 박탈과 '홍콩보안법' 통과…미ㆍ중 갈등 격화 우려된다

송고시간2020-06-30 14:24

(서울=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려에도 중국이 끝내 홍콩 국가안전법(보안법)을 통과시켰다. 30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처리된 보안법은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부칙에 삽입돼 홍콩 주권 반환 기념일인 7월 1일부터 전격 시행된다. 중국은 보안법이 홍콩 주권 반환 당시 스스로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무위 심의 과정에서 오히려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했다고 한다.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국제 사회에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에 맞서 국방 물자 수출을 중단하고 첨단 제품 접근을 제한하는 등 홍콩에 대한 특별 대우를 박탈하는 한편 추가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2개국(G2)의 갈등이 홍콩 문제를 계기로 다시 큰불로 번지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초강대국인 두 나라가 보편의 가치와 원칙하에 인류의 번영을 위해 협력하기는커녕 사사건건 기 싸움을 벌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리즘, 외부세력의 간섭 활동 조성 등을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강력히 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률 집행을 위해 홍콩 내에는 중국 중앙 정부의 '국가보안처'가 설치된다. 중국은 홍콩 보안법이 대다수의 나라가 체제 안전을 위해 시행하는 법률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내용, 입법 과정, 홍콩 내ㆍ외의 국제 환경 등을 볼 때 우려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특히 유감스럽다. 또 과거 우리도 겪었던 것처럼 권위주의적 체제 아래에서는 이런 부류의 법률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법률 제정 과정도 홍콩인들이 자율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강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이 홍콩 시민들의 시위로 무산된 바 있는데 이런 시위 자체를 아예 봉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장 법률을 소급 적용해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화 인사인 조슈아 웡을 체포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돌고 있다. 홍콩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반환 당시 25%에서 3%까지 줄었다. 중국은 이제 홍콩 시민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무릅써야 할 체제 불안이 이를 통한 경제적 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ㆍ중 갈등은 무역 분쟁을 시작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 공방을 거쳐 최근에는 대만, 남중국해, 신장웨이우얼(위구르) 자치구 문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홍콩을 둘러싼 이번 공방은 '신냉전'으로 비견되는 현 상황에 비춰 국지전의 성격도 있으나 보이는 것 이상의 상징성을 함축하고 있다. 홍콩은 미국 등 서방과 중국이 지난 100여년간 일정 한도에서 보편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무대였다. G2 간 충돌의 완충 역할을 하는 이런 교집합의 공간이 사라지면 두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최대한 국익을 도모해야 하는 우리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 이제 겨우 대중(對中) 관계 회복을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양국으로부터 '줄서기'를 강요받는 일이 더 잦아지고 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말도 있지만 두 가치는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어느 것도 희생시키지 않는 현명한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최선의 방책은 국익의 관점에서 원칙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두 나라 사이, 또는 어느 한 나라와 우리 사이에 견해차가 생기면 유연하고 전략적인 선택을 모색하되 필요할 경우 우리의 입장을 당당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강단도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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