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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고교 교육자료에 '한국군 베트남전 때 민간인 학살' 기술

송고시간2020-06-30 05:00

베트남전 편향적 서술 논란…참전단체 "민간인 학살 사실 아니다" 반발

'동아시아, 평화로 다시 읽다' 책자
'동아시아, 평화로 다시 읽다' 책자

[서울시교육청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함께 생각해볼 문제: 참전 (한국) 군인들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왜 일어났을까요?", "베트남전 파병 지원의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인 이유였다."

서울시교육청이 6·25 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최근 발간한 계기 교육 자료인 '동아시아, 평화로 다시 읽다'의 일부 내용이 편향 논란을 빚고 있다.

30일 이 책자의 한 장인 '한국사의 거울, 아직 끝나지 않은 기억의 전쟁, 베트남 전쟁'을 보면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의혹을 기정사실로 다루면서 참전 이유와 관련해서는 돈을 벌기 위한 동기라고 서술하고 있다.

계기 교육은 특정 기념일 등을 맞아 학생에게 교육 과정에서 제시되지 않은 주제를 가르치는 것이다. 교육청은 서울 시내 중·고교 728곳 전체에 이 교육 자료를 배포하며 수업과 학교 교육 활동에 활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책자 집필에는 하정문 한신대 교수와 고교 교사 5명이 참가했다.

화상으로 기자회견 참여한 베트남전쟁 피해자
화상으로 기자회견 참여한 베트남전쟁 피해자

민변베트남TF 관계자들이 4월 21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 국가배상청구 소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응우옌티탄 할머니는 베트남에서 화상으로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베트남전 참전 이유는 가족 경제적 어려움 해결 위한 것"

집필진은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 배경에 대해 "박정희 정부의 참전 명분은 공산 세계로부터 자유 세계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베트남 파병으로 주한미국 철수를 막아 안보를 보장받고 파병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적·군사적 원조를 획득하고 베트남 특수를 통해 외화를 얻는다는 실리가 작용해 내려진 결정이었다"고 서술했다.

베트남 참전 군인들의 파병 지원 이유로는 "한국 생활에 대한 불만, 외국 생활에 대한 동경, 상관의 명령, 애국심 등이 있었는데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인 이유, 즉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적었다.

이 책자에서는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여전히 논란이 되는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의혹을 사실처럼 다루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베트남 전쟁에서도 민간인 학살이 있었습니다. 미군에 의한 '미라이 학살', 북베트남군과 베트콩에 의한 학살, 한국군에 의한 학살도 있었다고 합니다"라고 기술했다.

그러면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이 처음으로 문제 된 건 1968년에 있었던 '퐁니·퐁넛 마을 사건'으로 한국군은 당시 학살이 없었다고 공식 부인했지만, 미국 사료관 문서관리소에서 2000년 6월 1일 자로 기밀 해제된 주월 미군사령부 조사보고서에는 한국군 민간인 학살에 관한 내용이 사진과 함께 수록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책자 마지막에는 "베트남인 입장에서, 또 참전군인 입장에서 민간인 학살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 문제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아봅시다"고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월남전참전기념탑
월남전참전기념탑

[연합뉴스 자료사진]

◇ 베트남 생존자, 공식 사과 요구…한국 국방부 "민간인 학살 확인 안 돼"

1968년 퐁니 마을 사건에서 부상했다고 주장하는 베트남 생존자와 유족 103명은 지난해 청와대에 이 사건과 관련한 진상규명과 한국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국방부는 지난해 9월 "한국군 전투 사료 등에서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한국 측의 단독조사가 아닌 베트남 당국과의 공동조사가 선행돼야 하나 한국-베트남 정부 간 공동조사 여건은 아직 조성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베트남 정부도 한국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 교육자료에 대해 "전쟁, 분단, 국가폭력, 혐오와 차별 등이 초래한 비극의 동아시아 역사를 되돌아보고, 악조건 속에서도 평화를 갈구하며 실천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통해 민족주의, 배타적 국수주의, 자민족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평화, 인권의 관점에서 평화와 공존의 새로운 동아시아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는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트남전 참전자 단체는 교육청 책자가 편향됐다고 비판했다.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관계자는 "민간인 학살 등 책자의 모든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시 수많은 종군기자와 외신기자들이 와서 보도했는데 그때 학살 문제가 있었느냐"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돈을 벌기 위해 참전했다는 기술에 대해서도 "공산주의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대가로 돈을 받아서 조국에 보내 조국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며 "우리는 단순히 돈을 벌러 간 용병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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