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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거여의 '상임위원장 독점' 원구성…여야 정치력 부재 통감해야

송고시간2020-06-29 17:38

(서울=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 원 구성이 사실상 완료됐다. 국회는 29일 오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본회의를 열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 남은 12개 중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포함해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지난 15일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반대에도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데 이은 후속 조처다. 다만 야당 몫 국회부의장과 여야 국회부의장 간 합의가 필요한 정보위원장은 이번엔 제외됐다. 이로써 176석의 절대 과반 여당인 민주당은 사실상 상임위원장 전체를 모두 차지하게 됐다. 1985년 12대 국회 이후 35년 만이다. 항의의 표시로 통합당은 본회의에 불참했고, 정의당은 표결에 불참했다. '반쪽 국회'가 현실화한 셈이다. 지역과 계층을 비롯해 전방위로 부딪히는 우리의 고질적인 정치구도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어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정국의 앞날도 순탄치 않을 듯해 우려스럽다.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여당의 국회 독점체제'로 사태가 비화한 데 대해 여야 모두 정치력 부재를 통감해야 한다.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다. 책임 공방은 나중에 하고, 이젠 국회 정상화에 힘을 쏟을 때다.

작금의 사태는 이날 오전까지 숨가쁘게 진행됐던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된 탓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 배정과 국정조사를 포함한 쟁점 현안들을 놓고 일괄 타결을 시도해 합의문 초안을 마련할 정도로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한다. 그러나, 끝내 최대 쟁점인 법사위원장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각종 입법의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해왔던 법사위원장직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이다. 박 의장은 21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에, 후반기는 '집권하는 여당'에 우선 선택권을 주자는 중재안을 냈다고 한다. 차기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에 주자는 뜻이다. 이에 민주당은 동의했으나, 통합당은 후반기는 자신들이 맡는 교대 방식을 고수했다는 후문이다. 박 의장은 "여야는 어제 원 구성 합의 초안을 마련했으나 야당은 추인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제3차 추가경정예산의 집행을 학수고대하는 서민과 기업 등의 절박한 상황이 박 의장의 결단을 압박한 모양새다. "국민과 기업의 절박한 호소를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는 게 박 의장의 해명이다.

정국의 향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여도 야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그야말로 낯선 환경이 펼쳐지게 되어서다. 이제 '여야 협치'란 낱말은 사치가 되었고, 박물관에 놓일 처지가 됐다. 한동안 정국은 여야가 사사건건 마찰을 빚으면서 각기 제 갈 길을 가는 양상을 띨 공산이 크다. 우선 통합당은 '국민을 상대로'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폭주'를 부각해 향후 대선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는 쪽으로 전략적 방향을 잡은 듯하다. 이날 본회의를 거부하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만 쳐다보고 최선을 다하자"라거나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신념에 불탄다면 오히려 좋은 계기"라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에서 그런 분위기가 엿보인다. 주 원내대표가 "오늘로 대한민국 국회는 사실상 없어졌고 일당독재, 의회 독재가 시작됐다"고 비난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거여를 확실히 견제할 법사위원장을 확보할 수 없다면, 차라리 다 내주고, 각종 국회 활동에 참여해 여당의 '폭주와 무능'을 부각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본 듯하다. 민주당도 '국민'을 보고 정국을 운영하게 됐다. '국회 독점'이라는 책임의 무게를 명심해야 한다.

경위야 어떻든, 21대 국회가 가동되기 시작됐다. 그 첫 일정은 정세균 국무총리의 시정연설이었다. 정 총리는 "100년 전 대공황과 비견되는 위기"라면서 35조3천억원에 달하는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국회에 당부했다. 코로나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민생과 기업을 구제하고, 내수 부양과 한국판 뉴딜 등을 통한 경제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시급한 조치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3차 추경안의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어서다. 7월 4일 이번 임시국회가 끝난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여야는 밤샘 작업을 해서라도 추경안의 회기 내 처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야당도 추경안의 심사, 처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바란다. 여야는 공히 '일하는 국회'를 21대 국회의 화두로 내세운 바 있다. '식물국회'에 이어 '동물국회'라는 오명마저 뒤집어쓴 20대 국회와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국리민복을 뒷받침할 입법 작업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진영으로 갈라져 장외투쟁과 상호비방, 고소·고발전 등 소모적 정쟁에만 몰두함으로써 스스로 국회의 존재 이유를 부정했던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국회도 파행으로 출발하는 등 나아진 것은 없다. '상생과 협치'는 당분간 제쳐두더라도, '국민만을' 보며 일 잘하기 경쟁을 벌이면 어떠할지 싶다. 여야 모두 국민의 시험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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