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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이재용 불기소' 권고받은 검찰, 수사과정 성찰후 결론 내리길

송고시간2020-06-26 21:55

(서울=연합뉴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현안위원회를 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의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고 여기에 이 부회장이 관여했다고 의심하는 검찰은 혐의 입증을 위해 무려 약 20만쪽의 기록을 생산할 정도로 수사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수사심의위는 기소는 물론 수사도 더 지속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1년 7개월여 동안 많은 인력을 투입한 수사와 형사 처벌의 논리가 한순간에 부정당한 셈이다. 심의에 참여한 위원 13명의 절반 이상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수사심의위는 유·무죄가 아닌 수사나 기소의 타당성만을 따지는 기구로, 그 결정도 권고적 효력만을 갖는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불기소가 확정된 것은 아니나 수사심의위 제도가 도입된 2018년 이후 여덟차례 열린 현안위의 권고가 한 번도 무시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검찰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지난 9일 이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는데 이런 법원의 판단도 무색하게 됐다.

검찰 외부 인사들로 구성되는 수사심의위는 국민의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 계속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된 사건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판단하는 기구이다. 기소 독점권을 가진 검찰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2018년 도입됐다. 형사 절차에 시민 사회의 의견이 반영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위원회가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인사로 구성돼 자칫 법적으로 딱 들어맞지 않는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 이번에 양측이 제출한 각 A4 50쪽 분량의 보고서를 검토하고 의견 진술과 질의응답을 들은 후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내리는 일련의 과정도 단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 그렇더라도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아예 무시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설사 검찰이 기소를 강행해 재판이 열리더라도 논리상 국민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간주되는 수사심의위의 판단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에 꽤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간의 수사 방식과 관행을 겸허히 성찰해야 할 것이다. 객관적 증거와 증언에 근거해 수사가 이뤄졌는지, 혐의를 입증할 일관성 있고 빈틈없는 논리 구조를 세웠는지, 예단ㆍ추정ㆍ심증으로 무리한 수사를 밀어붙인 것은 아닌지 등을 두루 살펴봐야 한다. 물론 불법 행위가 명백하고 증거가 뚜렷하다면 엉성한 수사로 기소조차 하지 못하는 황당한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검찰은 그동안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확보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회계 부정과 주가 조작 등의 불법을 했고 그 정점에 경영권 장악과 부당 이득의 최종 수혜자인 이 부회장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우선 오직 물증과 진술 등 객관적 증거ㆍ증언을 토대로 진실에 접근하겠다는 자세로 그간의 수사 과정을 냉정하게 되짚어 본 후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길 바란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로 휘청거릴 경우 그러잖아도 힘겨운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도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2017년 2월부터 1년간 옥살이를 하는 등 3년 넘게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어 경영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 등 국내외 여건까지 최악이니 괜한 엄살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무리 크고, 이 부회장의 역할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가 실재했다면 민주사회의 기본 원칙까지 훼손하면서 예외를 인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2, 3, 4세로 이어지는 대기업의 경영권 대물림과 소위 '오너 경영'에 대해 아직 뚜렷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경영권 세습이 기업의 장기 전략 수립 등 책임 경영에 적합하다는 주장도 있고 경직된 '황제 경영'의 폐해로 오히려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이런 논란과 관계없이 경영권 승계의 과정이 투명하고 적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최근 수년 사이 삼성에 닥친 어려움의 상당 부분은 근본적으로 무리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비롯된 일이다. 오죽했으면 이 부회장 스스로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겠는가. 삼성과 이 부회장은 이번 일을 대한민국 대표 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지배구조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로 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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