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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보고도 되레 위증죄 감수…사기 피고인 왜 도왔나

송고시간2020-06-27 08:00

단순 고소 취하 넘어 적극적 변호…"금전거래 정황" 주장 나와

대전 법원종합청사 전경
대전 법원종합청사 전경

[연합뉴스 자료 사진]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사기 피해를 보고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말을 바꿔 무더기로 위증 처벌을 받은 이례적인 사건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뒤늦은 양심고백 형태로 사기범을 적극적으로 감싸고 있는 것으로, "위증죄 벌금을 피고인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취지의 녹취록이 나와 추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기죄로 복역 중인 A(42)씨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15명 중 8명이 무더기로 "내가 법정에서 거짓말했다"며 위증죄 자수를 했다.

대전의 한 정보기술(IT) 업체 대표이자 판매법인 대주주였던 A씨는 휴대용 인터넷 단말기와 게임기 등을 출시할 것처럼 속여 2009∼2010년 15명으로부터 18억원을 가로챈 죄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피해자들은 증인으로 출석해 "법정에서 수수료 지급이나 유통점 계약에 따른 혜택 등에 대한 설명을 피고인이 했다"고 증언했는데, 이 중 8명이 돌연 "실은 피고인이 아니라 다른 관계자였던 B씨가 사기 범행을 주도했다"고 번복했다.

검찰 조사에서 이들은 일제히 "B씨가 시켜서 A씨에게 허위로 책임을 씌운 것"이라며 "B씨가 돈을 빼돌렸으니 그를 처벌해 달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대전 검찰청사 전경
대전 검찰청사 전경

[연합뉴스 자료 사진]

8명은 모두 벌금 500만원의 위증죄 처벌을 받았고, A씨는 이들 덕분에 대전고법으로부터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다.

8명의 피해자가 위증죄 전과 기록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더 큰 죄인으로 지목하며 피고인을 적극적으로 변호한 셈이다.

그런데 피해자 8명이 지목한 B씨는 횡령 혐의 무죄를 확정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기 혐의 등 일부 형사재판은 진행 중이다.

확정 판결문을 보면 "문제가 된 업체는 제품 생산회사 자금 마련을 위해 설립됐는데, A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며 "A씨가 B씨에게 업체 운영방안을 일방적으로 지시한 것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일각에선 위증죄 벌금을 피고인 측에서 일부 대납한 정황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위증죄로 처벌받은 피해자 2∼3명의 녹취록이 재심 재판부 등에 제출되면서다.

이 녹취록에는 피고인 측으로부터 벌금액에 해당하는 현금을 직접 또는 다른 사람 계좌를 통해 건네받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녹취록을 토대로 향후 검찰에서 관련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조계에선 일반적으로 1∼2명의 위증 혐의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한꺼번에 스스로 '거짓말'을 자수하는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피해자들의 양심선언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면서도 "일반 시민 입장에선 전과와 벌금을 감수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법정에서의 진술 번복을 가볍게 여기게 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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