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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따블라디] 100년 전 선조들 피땀 어린 러시아 개간지 지금은

송고시간2020-06-27 08:08

한국농어촌공사, 지난달 한국서 들여온 콩나물 콩 종자 시험 재배 시작

코로나19 사태 속 세계 각국 식량안보 강조…한국의 해외농업기지 주목

[※ 편집자 주 : '에따블라디'(Это Влади/Это Владивосток)는 러시아어로 '이것이 블라디(블라디보스토크)'라는 뜻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19세기 말 러시아 연해주(州)에서 가장 부유했던 고려인 마을"

러시아 극동의 니콜리스크(현재 우수리스크) 주변에 위치했던 푸칠로프카(육성촌) 등 4개 마을은 당시 고려인 사회에서 그럭저럭 먹고살 만한 대표 지역으로 꼽혔다. 4개 마을 사람들의 삶의 기반은 땅이었다.

우수리스크 한인 마을에서 말을 이용하여 곡식을 연마하는 모습.
우수리스크 한인 마을에서 말을 이용하여 곡식을 연마하는 모습.

[박환 수원대 교수 저서 '사진으로 보는 러시아지역 한인의 삶과 기억의 공간' 캡처. 재배포 및 DB화 금지]

연해주 중 비교적 곡창지대로 꼽힌 이 지역에서 우리 조상들은 벼, 옥수수, 콩, 귀리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했다.

고려인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피땀을 흘리면서 땅을 개간하고 잘 관리할 줄 알았다.

이는 1911년 러시아 연해주 책임자로 부임한 곤다찌 총독이 지역 개발의 중심축으로 고려인을 삼은 배경이기도 하다.

100여년 전 선조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일궜던 토지 개발의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수리스크 주변에는 2009년부터 한국의 영농기업들이 잇따라 진출해 대규모 영농단지를 만들었다.

한국농어촌공사 러시아 극동 영농지원센터에 따르면 현재 우수리스크에서 농사를 짓는 우리 영농기업은 9개에 달한다.

우수리스크 한인 마을에서 장작을 패는 여인의 모습.
우수리스크 한인 마을에서 장작을 패는 여인의 모습.

[박환 수원대 교수 저서 '사진으로 보는 러시아지역 한인의 삶과 기억의 공간' 캡처. 재배포 및 DB화 금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전략적 차원에서 식량 안보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해외 식량 기지 차원에서 연해주 농업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주요 식량 수출국들은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하자 부랴부랴 자국 농산물의 수출을 막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곡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해외 농업기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연해주는 겨울철 기온이 매우 낮아 봄철 파종기가 한국보다 늦은 5월 전후로 이뤄진다.

여기에 농사를 짓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무상일수(서리가 내리지 않는 기간) 역시 155∼161일 정도여서 재배 기간이 매우 짧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어려움에도 우리 기업들이 연해주에서 농사를 짓는 이유는 무엇일까.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의 위치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의 위치

[구글 지도 캡처. 재배포 및 DB화 금지]

사단법인 해외농업자원개발협회가 제작한 '러시아 연해주 농업진출의 역사'라는 책 집필에 참여한 김완배 서울대 명예교수는 연해주 농토의 강점을 "한국의 해외농업개발 대상 국가 가운데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가장 가깝기에 수송비 부담 요인이 작은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식량부족 국가인 한국과 중국, 일본과 인접해 주요 곡물의 수출기지로 지리적 이점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통일을 대비해 식량 공급기지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연해주 우수리스크에 있는 한국기업이 곡물을 수확하는 모습.
지난해 연해주 우수리스크에 있는 한국기업이 곡물을 수확하는 모습.

[한국농어촌공사 영농지원센터 제공. 재배포 및 DB화 금지]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 연해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지원하는 영농지원센터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서 콩나물 콩(나물용 콩) 종자를 공수해 연해주 땅에서의 시험 재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600㏊에 달하는 국립 연방 농업과학연구소의 시험연구 포장(시험연구 목적의 농지)에서 싹을 틔운 콩나물 콩 종자는 무럭무럭 자라나 최근 푸르른 잎을 드러냈다.

러시아 우수리스크 땅에서 자라나는 한국의 콩나물 콩 종자.
러시아 우수리스크 땅에서 자라나는 한국의 콩나물 콩 종자.

[한국 농어촌공사 영농지원센터 제공. 재배포 및 DB화 금지]

영농지원센터는 오는 10월 콩나물 콩을 수확할 예정이다. 영농지원센터는 성공적으로 콩나물 콩이 자라나면 연해주에 있는 우리 기업들이 재배할 수 있도록 러시아 연방에 종자를 정식 등록할 계획이다.

정희익 영농지원센터장은 연합뉴스에 "코로나19로 인해 곡물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연해주는 한국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해 농사를 짓고 있는 몇 안 되는데 핵심 농업기지"라면서 "연해주 지역을 비롯한 러시아가 해외 식량 기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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