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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사회참여의 길 걸어온 조계종, 내부 문제에도 죽비 들어야

송고시간2020-06-26 11:00

(서울=연합뉴스)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이 자승 전 총무원장의 배임 의혹을 제기한 노조 간부들에 대해 해고·정직 징계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최근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조계종지부 심원섭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조계종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법원은 조계종이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지라고 했다. 자승스님에 대한 고발과 기자회견이 공익성이 있고 비리 의혹이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승려가 아닌 재가자들로 이뤄진 조계종 노조는 2018년 종단 초유의 총무원장 탄핵 사태로 번진 분란 속에서 어렵게 출범했다. 자유로운 의견조차 표현하기 어려운 조직문화 개선과 종무원들의 인권·권익 향상을 통해 불가를 넘어 국민에게 신뢰받는 종단을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속세 못지않은 권력·파벌 다툼, 금전·도박·술판 추문 등 어두운 과거를 떨쳐내고 세상에 빛을 주는 든든한 안식처이자 자랑스러운 일터를 가꾸고 싶다는 염원이 종교단체에서는 이례적인 노조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노동자들의 합법적인 노조 결성에 대한 조계종의 대응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축하 대신 '깊은 유감'이 첫 반응이었고 '종단을 음해하는 세력'이라는 표현까지 공식 입장문에 등장했다. 조계종 대변인은 "종단 정치 문제에 관여하고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의 행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노조 출범 2년이 가까워져 오도록 총무원장은 노조와 한 차례도 만나지 않는 등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강경 대응을 고집하고 있어 이번 법원 판결에도 승복하지 않고 항소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사건 내용과 판결 취지를 보면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싶다. 조계종은 2011년부터 하이트진로음료와 함께 '감로수'라는 상표로 각 사찰에 생수를 제공하는 사업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감로수 판매 로열티 중 5억여원을 제삼자인 ㈜정에 지급하도록 해 조계종에 손해를 끼쳤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재판부는 관련자 진술 외에도 자승스님 지시로 로열티가 제삼자에게 지급됐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이 존재한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또 수사기관이 노조 자료를 토대로 자승스님의 혐의가 있다고 봐서 하이트진로를 압수수색한 뒤 불기소 결정을 하면서도 고발인의 무고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지적도 했다.

조계종은 노조 문제뿐 아니라 최근 후원금 모집과 사용 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나눔의 집' 관련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로 일관한다. 나눔의 집은 조계종이 주도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에서 만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다. 운영 주체인 사회복지법인 이름이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이고 법인 이사회도 조계종 승적을 가진 8명과 일반인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다. 사실상 조계종이 운영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법인 이사회 녹취록에는 스님인 이사들이 "할머니들 다 돌아가시면 후원금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더 많이 받고 잘 모아서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원을 지으면 어떠냐. 현 잔고 37억원으로는 부족하고 100억원 정도 있어야 한다", "호텔식으로 안 지으면 경쟁력이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돼 있다. 관련 의혹이 쏟아지자 조계종이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손사래를 치는 모습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계종이 종교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 대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길 기대한다. 조계종은 노동문제를 비롯한 각종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쌍용차 사태와 철도파업 때도 중재에 나섰고 지난해에는 '426일 굴뚝농성'으로 이목이 쏠렸던 파인텍 노사 문제에서 극적 타결에 기여한 바 있다.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면서도 정작 내부 문제에는 눈감아왔던 게 사실이다. 안팎의 문제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표리부동한 모습으로는 더는 사회적 중재자 역할을 맡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노조와 나눔의 집 문제 등에서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하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선 현 조계종 집행부가 이미 수년 전 총무원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막후에서 여전히 실권을 행사하는 자승스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약자에 대한 자비와 부처님을 닮은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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