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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했다" 사기 피해자들 무더기로 진술 번복 '황당'(종합)

송고시간2020-06-25 17:05

15명 중 8명 위증죄로 벌금 500만원…"피고인 측이 일부 대납" 주장도 제기

대전고법, 징역 2년 6월 확정 사기 피고인 재심 결정

대전 법원종합청사 전경
대전 법원종합청사 전경

[연합뉴스 자료 사진]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사기 혐의 입증에 핵심 역할을 한 증인들이 무더기로 증언을 번복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을 다시 재판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증인들이 위증죄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진술을 뒤집은 셈인데, "이들 중 일부의 벌금을 피고인 측이 대신 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A(42)씨의 사기죄 사건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대전의 한 정보기술(IT) 업체 대표이자 판매법인 대주주였던 A씨는 휴대용 인터넷 단말기와 게임기 등을 출시할 것처럼 속여 2009∼2010년 15명으로부터 1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2017년 5월 기소됐다.

제품 설명회에서 A씨는 "판매법인 계약 체결자에게만 제품을 공급한다"거나 "곧 매출 1조원 회사가 돼 유통점주는 모두 대박 난다"는 등 거짓말로 피해자들을 꼬드겼지만, 정작 기술 개발은 미진한 상태였다고 검찰은 기소 당시 설명했다.

대전지법 형사12부(2018년 2월 선고)를 거쳐 항소심을 맡은 대전고법 형사1부는 A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판단하고, 2018년 8월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 선고(PG)
재판 선고(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재판에서 피해자들은 "설명회에서 유통점 개설에 따른 혜택을 알리고 유통점 계약자에게만 제품을 내줄 것이라고 말한 건 A씨"라는 일치된 증언을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설명회에서 오로지 제품 자체에 관해 얘기했을 뿐 수익구조 등에 관한 건 다른 사람이 설명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해자들 증언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이후 2018년 12월 대법원 상고 기각으로 형이 그대로 확정됐고, A씨는 현재 복역 중이다.

그런데 몇개월 뒤 피해자 15명 중 8명이 한꺼번에 "수수료 지급이나 유통점 계약에 따른 혜택 등에 대한 설명은 피고인이 한 게 아니다"라며 위증 사실을 털어놓는 문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 문서는 모두 같은 날 작성된 데다 그 내용도 대동소이한 것으로 파악됐다.

8명은 모두 위증죄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됐는데, 아무도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그대로 벌금형이 확정됐다.

그러자 A씨는 "8명의 증언을 내 유죄 증거로 인용했으나 모두 위증인 만큼 재심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고, 법원도 A씨의 재심청구를 받아들였다.

대전 검찰청사 전경
대전 검찰청사 전경

[연합뉴스 자료 사진]

법조계에서는 다수의 증인이 단체로 위증죄로 처벌돼 형사재판 재심을 하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한 변호사는 "증거로 채택된 증언을 한 당사자 중 절반 이상이 거의 동시에 거짓말이라고 실토하는 건 상당히 특이하다"며 "전례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위증죄 벌금을 피고인 측에서 대신 내준 정황이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A씨 회사에 관여했던 B씨는 "(진술을 바꾼) 일부 증인이 피고인 측 관계자로부터 벌금에 해당하는 돈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녹취가 있다"며 "재심 재판부와 검찰 등에 증거자료로 제출한 상태"라고 말했다.

벌금 외 다른 금전 거래 가능성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촉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심 첫 재판은 다음 달 8일 오후 대전 법원종합청사 316호 법정에 열린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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