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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근의 병영톡톡] 인공지능 시대에 등장한 냉전의 잔재 '삐라'

송고시간2020-06-21 09:00

북한, 대통령 비방 등 대남전단 인쇄…군 "곧 남측으로 살포할 듯"

4년전 수도권 일대서 대량 발견…전단 살포 때 총격전 사례도

대규모 대남삐라 살포 준비 사업 보도한 조선중앙통신
대규모 대남삐라 살포 준비 사업 보도한 조선중앙통신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대규모 대남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2020.6.20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는 시대에 냉전의 잔재로 꼽히는 '삐라'(전단)가 한반도에서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삐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자취를 감췄지만, 유일한 분단지역인 한반도에서만 유독 끈질지기게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삐라는 그 어원도 불분명하다.

전단용 광고 포스터를 뜻하는 영어 '빌(bill)과 종잇조각을 뜻하는 일본어 '히라'(片)를 합쳐 불렀다는 설이 있지만, 이것도 정확하지는 않다.

어원조차 확실하지 않은 삐라 살포 문제를 놓고 남북이 얼굴을 붉히고 험악한 언사를 주고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삐라는 확성기 방송과 더불어 남북한의 주요 심리전 도구로, 총성이 없는 사이에도 군사분계선 일대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 북 "삐라, 총포탄보다 엄중"…1972년 첫 합의 후 여러 차례 중단

남북은 멀게는 1972년 7·4 공동성명에 이어 1992년, 2004년, 2018년 등 여러 차례 삐라 살포 중단에 합의한 바 있다.

1972년 7월 공동성명에 이어 11월에는 남북조절위원회 공동위원장 발표문을 통해 상호 비방 중상을 금지하기로 했다. 1

또 1992년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2004년 6월 제2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한 '서해 우발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일대 선전활동 중지 합의' 등으로도 중지했다.

장성급 군사회담 부속합의서로 풍선과 기구를 이용한 각종 물품 살포를 2004년 6월 15일 0시부터 중지되기도 했다. 6·25전쟁 종전 이후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대표적 심리전 수단이었던 삐라 살포 등을 중지하기로 하면서 'DMZ의 영원한 봄'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의 후속조치인 5·24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그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대북 심리전 강화 차원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북한도 맞불 차원에서 대남 삐라를 살포했다. 그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전단 문제는 2015년 DMZ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으로 재차 거론됐다. 그러나 군은 대북 전단 살포를 공식 중단했다면서 재개하지 않았지만, 탈북민 단체의 살포는 계속됐다.

이어 남북은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서 지상과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악수하는 남북 장성급회담 남북대표
악수하는 남북 장성급회담 남북대표

(서울=연합뉴스) 제2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남측수석대표 박정화 해군 준장과 북측대표 안익산 인민무력부 소장이 `서해해상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경찰청은 2007년 북한 불온선전물수거처리규칙 등을 폐기했다. 북한 선전물을 발견해 신고한 초등학생에게 연필, 노트 등 상품을 주고 북한 선전물을 많이 수거해 온 사람을 '유공자'로 선정해 표창하던 제도를 없앤 것이다.

그러나 남측 일부 탈북민 단체가 2004년부터 전단을 뿌리기 시작했고, 2008년부터는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됐다.

이에 북한은 2008년 11월 육로 통행 차단 위협에 이어 2010년 10월에는 '물리적 타격'을, 2011년 4월에는 '전면적 사격'을 경고했다.

올해 6월 들어 북한은 모든 매체를 동원해 남측 단체의 전단 살포 행위를 맹비난하면서 너도나도 앞다퉈 삐라 살포에 나설 것이라는 주민 반응을 연일 소개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20일 "보복행동의 시각만을 기다리는 수백만 청년전위들의 심장의 열기로 세차게 끓고있다"며 "청년들 모두가 '가자, 전연지대로, 원쑤의 머리우에 삐라소나기를 퍼붓자'라는 심중을 터놓으며 전연(접경)지대에로 끝없이 마음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승인만 나면 인쇄된 삐라를 비무장지대(DMZ) 및 북방한계선(NLL) 인근 등 접경지역에서 살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삐라 살포가 '총포탄'을 쏘아대는 것보다 더 엄중한 도발 행위라고 규정하고 남측에 중단을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사각형 등으로 제작된 조그만 종잇조각일지언정 '인민의 핵'으로 지칭되는 '최고존엄'(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 2016년 '대똥령' '오물대통령' 내용 등 대량 발견…총격전 사례도

북한이 20일 공개한 새 대북 전단 사진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남측 탈북 단체가 김정은 위원장을 비방한 내용의 전단을 뿌린 데 대한 '보복' 차원으로 보인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 얼굴 위에 '다 잡수셨네…북남합의서까지'라는 문구를 합성한 전단 더미 위에 담배꽁초를 마구 던져넣은 사진까지 공개했다.

이에 군의 한 관계자는 21일 "북한이 대통령을 비방하는 내용으로 전단을 만들고, 그 전단과 함께 오물을 섞어 날려 보낸 사례가 많았다"면서 "과거 했던 패턴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파괴한 다음 조치로 우리를 비방하는 전단을 대량 살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2016년 1월 4차 핵실험 대응 조치로 남측이 확성기방송을 전면 재개하자 삐라를 대량을 살포한 바 있다. 그해 200만장이 넘는 삐라가 수거됐는데 남측 군부대가 수거한 날은 무려 269일에 달했다.

파주서 북한 대남 선전용 전단 대량 발견
파주서 북한 대남 선전용 전단 대량 발견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북한군이 살포한 것으로 보이는 대남 선전용 전단이 2016년 1월 13일에 이어 14일 경기도 파주와 고양지역에서 대량으로 발견됐다. 경찰과 파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0분께 파주시 탄현면 일대에서 북한의 대남 선전용 전단이 대량으로 발견됐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사진은 이날 발견된 북한의 대남 전단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문구와 그림을 담고 있다. 2016.1.14

당시 수거된 삐라에도 대통령을 비방하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예를 들어 박근혜·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사진에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넣었다. 다른 전단에는 '대똥령' '오물대통령' 등의 문구로 조롱했다.

앞서 2013년에는 '타격권 안에 등 백령도', '백골도 해병 6려단 몽땅 물귀신' 등의 섬뜩한 비방 문구를 새긴 전단도 살포했다.

급기야 남북이 전단 살포를 놓고 총격전을 벌인 사례도 발생했다.

2014년 10월 북한군은 경기도 연천에서 민간단체가 날린 풍선에 매달린 대북 전단을 향해 14.5㎜ 고사총 10여발을 발사했고, 일부 탄이 남측 지역에 떨어졌다.

당시 군은 K-6 기관총 40여발을 인접 북한군 GP(비무장지대 내 소초)를 향해 대응 사격했고, 이후 남북 GP 사이에서 2차 총격전도 발생했다.

백령도서 대량 발견된 북한의 대남 삐라
백령도서 대량 발견된 북한의 대남 삐라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백령도 진촌리와 사곳 해수욕장 인근 마을에서 북한이 뿌린 대남 전단(일명 '삐라') 수천장이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령도 주둔 해병대원들은 진촌리 일대를 수색해 한국군을 비난하는 내용의 대남 전단을 대거 수거했다. 2013.12.16 <<백령도 주민 제공>>

◇ 북한, 삐라 살포 수단은?…풍선 등 기구 유력하나 드론 가능성도

북한이 대남 비방 삐라를 어떤 수단을 이용해 살포할지도 관심이다.

대형 풍선이나 헬륨 및 수소 가스를 넣은 기구 등에 전단 뭉치를 매달라 남쪽으로 날려 보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커 보인다.

삐라 운반용 풍선서 발견된 타이머 장치
삐라 운반용 풍선서 발견된 타이머 장치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2016년 7월 23일 오전 9시 45분께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에 추락한 대형 비닐 풍선. 삐라를 운반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풍선은 길이 3m, 폭 1m가량이었다. 풍선에 밧줄로 묶인 채 발견된 길이 10㎝, 폭 5㎝가량인 검은색 타이머 장치를 해경 관계자가 들어보이고 있다. 발견 당시 풍선 안에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2016.7.23

2016년 수거된 북한 삐라는 대형 비닐 풍선에 매달려 날아왔다. 풍선에는 타이머와 자동폭발 장치가 달려 있는데 목표 상공에 도착하는 시간을 미리 입력해 놓고 그 시간에 자동으로 터져 전단이 떨어지도록 고안됐다.

그러나 대형 풍선에는 인공위성 위치확인(GPS) 장치는 달리지 않았다. 이번에 대형 풍선을 이용한다면 타이머와 자동폭발 장치를 비롯해 청와대나 국회 등 특정 지역에 떨어졌는지 확인하도록 GPS 수신 장치를 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드론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북한의 무인기 제작 기술로 볼 때 수㎏ 정도의 전단 뭉치를 달고 날 수 있는 드론 제작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만약 드론을 이용하면 특정 목표지역 투하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 무인기에 찍힌 사드배치 성주골프장
북한 무인기에 찍힌 사드배치 성주골프장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2017년 6월 21일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북한 무인기 조사결과 발표에서 무인기가 찍은 사드배치 성주골프장 사진이 공개되고 있다. 2017.6.21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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