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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0년] 이역만리 한국서 수백만명 살리고 의술 전파까지

송고시간2020-06-19 07:01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인도·이탈리아·독일…의료지원 6개국

수백만명 치료하고 전후까지 의료지원…의료인력 양성에 장비·시설 기증도

독일 의료지원단의 한국 의료인력 양성 활동
독일 의료지원단의 한국 의료인력 양성 활동

[주독 한국대사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6.25 전쟁 발발 사흘 뒤인 1950년 6월 28일. 유엔은 비상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세계평화와 한반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공동 행동'을 결의했다.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자 그해 7월 31일에는 '한국 민간인에 대한 구호'를 결의했다.

결의에 호응해 한국에 전투부대를 파병한 미국과 영국, 터키 등 16개 국가는 '6.25 유엔 참전국'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적십자 정신에 따라 의료지원단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참전한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인도·이탈리아·독일의 활동을 자세히 아는 이는 많지 않다.

19일 국가보훈처가 2014년 펴낸 '6.25 전쟁 의료지원국 참전사' 등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이들 의료지원국은 6.25 전쟁 기간과 그 후 수년간 수백만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한국에 선진 의료기술을 전하고 의료 인력을 육성하며 한국의 의료 발전을 이끌기도 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시내 아케스후스 성에 위치한 한국전 참전비 묘역
노르웨이 오슬로 시내 아케스후스 성에 위치한 한국전 참전비 묘역

[연합뉴스 자료사진]

◇ 북유럽 3국, 수백만명 치료하고 국립의료원도 선물

스웨덴은 의료지원국 6개국 중 가장 많은 인력을 지원했다. 1950년 9월부터 1957년 4월까지 연인원 1천124명을 파견했고, 의료지원국 중 가장 오래 한국에 머물면서 200만명 이상을 치료했다.

스웨덴은 유엔안보리가 한국 원조 결의안을 채택한 직후 의료 지원을 결정하고 그해 9월 부산상고 교정에 스웨덴 적십자병원을 열었다. 현재 부산 서면의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 자리다. 스웨덴 적십자병원은 개원하자마자 인천상륙작전과 낙동강 전선 등에서의 반격 작전에서 다친 군인들을 치료했다.

이 병원은 정전 이후 부산스웨덴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전상자와 빈곤층을 무료로 진료했다. 스웨덴 의료진은 당시 한국 의료진이 진료하기 어려웠던 중환자들을 거의 도맡아 치료하면서 한국의 의료기술 수준을 높이는 데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덴마크는 미국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병원선을 파견해 한국을 도운 나라다. 1951년 3월 356개 병상을 갖춘 8천500t급 병원선 유틀란디아(Jutlandia)호를 파견해 부산항에서 활동했다.

유틀란디아호는 부산에만 머무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인천항 등 전방지역 항구로도 이동해 의료지원 활동을 펼쳤다.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덴마크 의료시설과 의료진의 기술은 중환자들의 빠른 치료와 회복을 도왔다. 쾌적한 시설과 장비로 여느 병원보다 부상병들에게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덴마크 병원선 '유틀란디아호'의 의료진이 배에서 내리는 모습
덴마크 병원선 '유틀란디아호'의 의료진이 배에서 내리는 모습

[부산 유엔평화기념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의사와 남성 간호사들은 육지로 나가 부산 교외 어린이병원 '해피마운틴'에서 진료를 돕고 의약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1951년 7월부터는 민간인도 치료했다.

덴마크가 1953년 8월까지 연인원 630명을 파견해 치료한 환자는 군인 24개국 4천981명, 민간인은 6천여명이다. 유엔에 보고하지 않고 의료진이 몰래 치료한 민간인이 1만8천명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노르웨이는 1951년 7월 동두천에 노르웨이 육군 이동식 외과병원(NORMASH)을 세우고 1954년 10월 귀국할 때까지 총 1만4천700여명을 치료했다. 파견 연인원은 623명이다.

이동식 외과병원 의료진은 6개월 단위 교대가 원칙이었다. 하지만 100여명이 자발적으로 파견을 연장해 1∼2년간 근무했을 뿐 아니라 여가를 이용해 서울에 있는 민간병원에 지원을 나가기도 했다.

1951년 12월부터는 군인과 민간인을 위한 외래환자 진료소도 설치해 월평균 600여명을 진료했다. 노르웨이 의료진 중 3명은 구호 활동 중 전사했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는 1953년 7월 정전 후에도 한동안 한국에 남아 의료 기술을 전수했다. 그 흔적은 오늘날에도 서울 한복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이 1958년 서울 을지로에 세운 메디컬센터(Medical Center)는 현 국립중앙의료원의 전신이다.

1958년 10월 국립중앙의료원 준공식에 참석한 외국인 간호사들
1958년 10월 국립중앙의료원 준공식에 참석한 외국인 간호사들

[대한민국 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독립 3년만에 지원 나선 인도…유엔 회원국 아닌데도 달려온 이탈리아

1947년 독립 이후 중립·비동맹노선을 표방하던 인도는 6.25 전쟁 발발 초기 유엔의 한국 원조 결의안에는 일단 기권했다. 그러나 1950년 7월 안보리가 한국 민간인에 대한 구호를 결의하자 이에 동의해 2차대전 참전 경험이 있는 제60야전병원을 파견했다.

파견 규모는 1950년 11월부터 1954년 2월까지 연인원 627명이다. 2개 부대로 나뉘어 본대는 영국군과 함께 평양과 의정부 등 전장에서 구호 활동을 하고, 분대는 대구에 배치돼 한국 육군병원을 지원했다.

구호 활동 중 공산군의 포격과 사격으로 3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치는 피해를 겪으면서도 2만여명의 환자를 치료했고, 수준 높은 의술로 한국 정부 등으로부터 많은 훈장을 받기도 했다.

2차대전 패전국인 이탈리아는 6.25 전쟁 발발 당시 유엔 회원국도 아니었다. 패전 후 혼란 속에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한국에 의료지원부대를 파견했다. 국제적십자연맹이 6.25 전쟁 부상자 치료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을 호소하자 지원에 나선 것이다.

파견 의료진 규모는 연인원 128명으로 다른 의료지원국에 비해 적은 편이었지만 헌신적인 활동을 펼쳤다. 1951년 12월 서울 영등포 우신초등학교에 제68적십자병원을 열어 1955년 1월까지 입원환자 7천여명과 외래환자 22만2천여명을 치료했다.

1952년 9월에는 경인선 구로동 부근에서 12명이 사망하고 160여명이 다친 열차 충돌사고가 나자 신속한 치료활동을 펼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정전 후 유엔군 장병이 귀국하고 나서도 민간인 진료와 구호에 중점을 두고 1년 반가량 활동을 이어갔다. 1955년 본국으로 돌아가면서는 의료장비와 시설을 한국 정부에 기증했다.

독일 의료지원단의 활동
독일 의료지원단의 활동

[주독 한국대사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독일, 정전 후 5년간 지원…오랫동안 잊혔던 의료지원국

역시 6.25 전쟁 당시 유엔 회원국이 아니었던 독일(당시 서독)은 다른 의료지원국과 달리 정전 후에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조성훈 군사편찬연구소장이 2018년 부산학 전문학술지 '항도부산'에 실은 연구논문 '6.25 전쟁시 독일 의료지원단 파견과 성과' 등에 따르면 독일은 1954년 5월 부산에 독일적십자병원을 세우고 80여명 규모 의료진을 파견했다. 의료진은 이곳에서 1959년 3월까지 약 5년간 30만여명을 치료했다.

독일 정부는 1951년 초부터 적십자의 구호 활동에 참여하려 노력했지만, 당시 피점령국으로 우선 주권 회복에 힘쓰다가 정전 후인 1954년 들어서야 유엔을 대표한 미국과 지원 협정을 맺을 수 있었다.

독일적십자병원 원장과 과장급 의사들은 독일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수준이었다. 이들은 약 6천명의 출산을 돕고 한국인 의사와 간호사를 양성했다. 떠나면서는 의료장비를 부산대 의대에 기증했다.

독일의 의료지원은 정전 이후 이뤄졌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국방부가 의료지원국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1976년 9월 부산 태종대에 세운 의료지원단 참전기념비에도 독일은 빠져 있었다.

국방부는 2018년 독일의 의료지원 활동에 대한 학계 의견을 수렴한 뒤 그해 6월 6.25 전쟁 68년을 계기로 독일을 의료지원국에 포함했다.

독일이 유엔에 한국 의료지원 의사를 밝힌 시점이 전쟁 기간이었고, 독일 의료지원단이 유엔군 산하 의료기관으로서 전후 구호사업이 아닌 유엔군 지원을 목표로 활동했으며 과거 물자지원국 선정 당시에도 정전 이후 활동을 포함했다는 점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의료지원단 참전기념비에 독일 관련 내용을 추가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기념비를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기념비 보수공사를 하고 있으며 오는 7월 10일 마칠 예정"이라며 "보수·보강 작업에 겸해 기념비에 독일의 지원 내용을 추가하는 작업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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