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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 나면 경영자도 처벌…'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요소 도입

송고시간2020-06-18 15:38

정부, 특례법 제정 추진…과징금 활용해 기업 처벌도 강화

이재갑 노동장관 "대형사고, 현장 안전관리자 책임만은 아니다"

이재갑 장관 '내 단열재 및 창호에 대한 화재안전기준 신설'
이재갑 장관 '내 단열재 및 창호에 대한 화재안전기준 신설'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은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 오른쪽은 김홍필 소방청 차장.2020.6.18 kjhpress@yna.co.kr

(세종=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같은 후진국형 중대 산업재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경영 책임자와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노동계가 요구해온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의 요소를 관련 법·제도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경영 책임자 처벌 특례법 추진…"중대재해기업 처벌법도 참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관계 부처 합동 '건설 현장 화재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4월 29일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같은 중대 재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이다.

정부 대책에는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같이 다수의 인명 피해를 낸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특례법을 제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행법으로는 대형 사고가 나 여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하고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법정 형량은 5년 이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특례법을 만들어 다수의 사망자를 낸 대형 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특례법은 중대 재해를 낸 기업의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노동계가 요구하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영국의 '기업살인법'을 모델로 하는 것으로,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경영 책임자와 기업을 처벌하는 게 핵심이다.

중대 재해는 기업의 구조적 문제에 따른 것으로, 노동자나 안전 관리자 등 특정 개인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고 결국 경영 책임자와 기업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재갑 장관도 "사망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다중 인명 피해 등 대규모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단순히 현장에 있는 안전 관리자의 책임만은 아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례법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으면 결과적으로 경영 책임자가 처벌을 받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내부 태스크포스(TF)에서 특례법 제정 방안을 추진 중이며 올해 말까지 입법을 완료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고(故)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법안과 최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법안 등을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대 재해를 낸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과징금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법으로도 양벌규정에 따라 산재를 낸 기업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다. 안전 관리자 등이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물어 기업에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기업이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이 장관은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위반해 부당이득을 취한 경우 그에 대한 경제적 제재 방안으로 과징금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경영 책임자와 기업에 대한 처벌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현행법의 처벌이 너무 가벼워 후진국형 중대 재해가 끊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진국과 같이 처벌을 강화하지 않는 한,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 안전을 뒷전에 두는 기업의 행태를 바꿀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08년 40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 책임자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법인도 벌금 2천만원에 그쳤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국내 건설 현장의 화재 사망사고는 109건이었고 사망자는 182명에 달했다. 사망자 수를 공사 장소별로 보면 물류·냉동창고(41명)가 가장 많았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 앞 시민단체 기자회견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 앞 시민단체 기자회견

[연합뉴스 자료사진]

◇ 무리한 공기 단축 처벌…다단계 하도급 단속도 강화

정부가 건설 현장의 중대 재해를 막기 위해 공사 기간의 무리한 단축을 막기로 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은 공공·민간 공사 모두 적정 공사 기간 산정을 의무화하고 무리한 공기 단축을 시도할 경우 형사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내용의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건설 현장에서 시공사가 공기를 단축하고 하청 업체를 압박하는 관행은 중대 재해를 낳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기 단축은 주로 마감 공사 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천 물류창고 화재에서 보듯 마감 공사는 미장, 용접, 도장 등의 내·외장 작업 과정에서 화재 위험이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적정 공기 산정의 기준을 관련 법령을 통해 제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상응하는 제재를 하는 내용도 (법령에) 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건설 현장의 중대 재해를 낳는 또 다른 관행인 다단계 하도급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방침이다.

건설 현장에서 시공사는 전문 건설업체에 일부 작업을 하도급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재하도급은 불법이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는 낮은 단계로 내려갈수록 시공사의 안전 감독에서 멀어져 사고 위험이 커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단계 하도급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앞으로 건설 현장에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이뤄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단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건설 현장의 화재를 막기 위해 마감재의 안전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냉동창고의 우레탄폼 작업과 같이 화재 안전 기준이 '난연'(섭씨 700도에서 5분의 대피 시간이 확보되는 수준)에 못 미치는 작업을 할 경우 건축 심의를 받고 전담 감리를 배치해야 한다.

우레탄폼은 단열재로, 벽면과 천장 등에 도포된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도 용접 작업에 따른 불티가 우레탄폼에 튀면서 큰불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 발표 위해 단상 향하는 이재갑 장관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 발표 위해 단상 향하는 이재갑 장관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위해 입장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 오른쪽은 김홍필 소방청 차장.2020.6.18 kjhpress@yna.co.kr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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