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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황제 군복무' 의혹, 감찰통해 사실로 드러나면 일벌백계해야

송고시간2020-06-14 13:49

(서울=연합뉴스) 서울의 한 공군 부대에서 금수저 출신의 병사가 특혜를 누리며 병영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한 내부자 고발 형식으로다. 관련 청원에는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읽어보면 대한민국 군대에서 요즘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싶을 정도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무단 외출과 불법 면회는 물론이고, 부대원들과의 불화를 구실로 넓은 생활관을 혼자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상급자인 부사관에게 빨래·음료수 배달을 시켰다는 믿기지 않는 내용에 이르러선 기가 막힌다. 병사가 매주 주말 아침에 빨래를 부대 밖으로 반출해 가족 비서에게 세탁을 해오게 하고 음료수를 받아오는 과정에서 부사관이 심부름에 동원됐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선임 병사의 전역일이 많이 남은 상태에서 편제상 단독 보직인 부대 재정처에 해당 병사가 배치됐다는 인사 특혜의혹도 거론됐다. 해당 부대는 서울 도심에 있어 자대 배치 희망자가 몰린다고 한다.

박근혜 전임 정부 시절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이 운전병 보직을 받은 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코너링이 탁월해서였다는 군 당국의 해명도 가관이었으나, 많은 사람은 그 뒤에 어른거리는 민정수석이라는 영향력에 주목했다. 이번에도 문제의 사병이 특권을 누릴 수 있었던 데는 부모라는 뒷배, 특히 '아빠 찬스'가 있었던 것 같다. 청원인은 '부모의 재력'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 부모가 최근까지도 부사관 선후배들에게 아들의 병영 생활 문제에 개입해 달라는 전화를 밤낮으로 했다는 것이다.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병사의 아버지는 금융인프라그룹의 부회장이다. 그룹은 모두 2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엄청난 재력을 지녔다고 해도 일개 민간인의 영향력이 군의 담장을 무시로 넘어갔다면 큰 문제이다. 부대 내부에서 누군가 이런 부모의 비상식적이고 극성스러운 요구를 받아주고 편의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들게 한다.

특히 여러 의혹 중에서도 위계와 기강이 생명인 군에서 상관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하극상이 벌어졌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군대는 동아리나 친목 집단이 아니다. 제대 후 취업을 위해 '보험'을 들어두는 곳도 아니다. 상급자는 명령과 지시를 하달하고, 하급자는 이에 복종하는 질서로 하루하루가 유지되는 고도로 훈육된 집단이다. 동시에 머리를 똑같이 짧게 자르고, 같은 군복을 입고, 같은 식판에 밥을 먹는 평등이 실천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의혹처럼 부대원의 상하 관계가 거꾸로 서기를 하면 상관의 명령이 먹혀들 여지가 없게 된다. 국민청원 게시판은 국민의 문제 해결 통로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지만, 더러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사실관계의 정확한 파악이 우선이다. 공군이 즉각 감찰에 착수한 것도 그런 차원으로 이해한다. 만일 청원 내용이 큰 틀에서 사실과 부합한다면 군 당국은 문제의 사병을 엄하게 다스려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나라를 지키는 일은 국민의 의무이지, 반칙을 일삼으며 편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그 '신성하다'는 의무를 행사하는 군대에서 '공정'의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사실관계를 명확히 가려 부조리가 적발되면 일벌백계로 다스리기를 당국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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