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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 관계까지 '불똥 튄' 미국 대이란 제재(종합)

송고시간2020-06-13 20:17

이란, 한국에 석유수출대금 동결 해제 촉구

"이란, 미국과 협상 대신 한국 압박해 움직이려 하는 것"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란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란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적대적 '최대 압박' 전략이 한국과 이란의 관계에도 악재가 되는 모양새다.

이란이 미국의 제재로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석유 수출대금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공세를 높이면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한국이 이란에 대해 필수품, 의약품 등 인도주의 물품을 사는 데 이란중앙은행의 자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이 제한을 가능한 한 빨리 해제하기를 기대한다"라며 중앙은행 총재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법적 방법을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

이란-한국 상공회의소 소장은 한국 내 은행에 묶인 이란 자금 규모를 65억 달러(약 7조8천억원)∼90억 달러(약 10조8천억원)라고 말했다.

한국에 동결된 석유 수출대금을 해제해야 한다는 요구는 새로운 게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더 거세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에 큰 피해를 본 이란이 이 돈을 인도적 목적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명분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도 10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 내 은행들이 상식적인 국제 금융합의를 무시한다며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의 해제를 촉구했다.

올해 2월 철거되는 테헤란의 삼성전자 매장 간판
올해 2월 철거되는 테헤란의 삼성전자 매장 간판

[함샤리 온라인. 재판매 및 DB 금지]

이란 정부와 중앙은행은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2018년 8월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이후 주이란 한국대사관을 통해 이런 뜻을 여러 차례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이란 정부와 언론이 올해 들어 이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비판하거나 주재원을 추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도 이 자금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1월 핵합의 이행 뒤 한국과 이란은 에너지, 자동차, 기계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교역을 재개하면서 순항했지만 미국의 제재가 복원된 여파로 양국 관계까지 껄끄러워진 셈이다.

한국과 이란은 2010년 미국 정부의 승인 아래 원화결제계좌로 교역할 수 있었다.

이란에서 원유, 초경질유(가스콘덴세이트)를 수입한 한국 정유·석유화학 회사가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의 원화계좌에 대금을 입금하면 이란에 수출하는 한국기업이 수출대금을 이 계좌에서 찾아가는 상계 방식으로 운용됐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미국 정부가 이란중앙은행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서 국제테러지원조직(SDGT)으로 제재 수준을 올리면서 한국의 두 은행은 이 계좌의 운용을 중단했다.

이후 지난달 31일 한국 업체가 희귀병인 고셰병 치료제 50만 달러어치를 이란에 수출하면서 이 자금을 처음 사용했다.

이 계좌 운용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에 "인도적 목적으로 이란이 석유수출대금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란의 원론적 주장은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그러나 사실상 전세계와 거래가 중단될 수 있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 정부도 한국의 입장을 잘 알지만 인도적 교역까지 가로막는 미국 제재의 부당성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재료로 한국을 사용하는 것 같다"라며 "제재, 유가 하락 등으로 이란의 외화 보유고가 어려워진 것도 공세를 높이는 배경이다"라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란의 한 정치평론가는 연합뉴스에 "한국에 동결된 석유수출대금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해법은 이란과 미국의 직접 대화"라며 "미국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란으로선 중간에 있는 한국을 움직여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설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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