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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울산보도연맹' 피해자 42명 추가 배상 길 열려

송고시간2020-06-09 12:00

대법 "'손해를 안 날부터 3년' 시효 적용해야"…원심 파기환송

울산 보도연맹 합동 위령제 열려
울산 보도연맹 합동 위령제 열려

2014년 5월 울산시 남구 종하체육관에서 열린 제64주기 울산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합동 위령제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한국전쟁 때 발생한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울산 보도연맹 피해자 가족 4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소멸 시효가 지나 국가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울산 국민 보도연맹 사건은 1950년 8월 군인과 경찰이 보도연맹 소속 민간인 870여 명을 울주군 대운산 등에서 집단 총살한 사건이다. 보도연맹은 해방 이후 좌익 운동을 하다 전향한 사람들을 모아 조직한 반공 단체다. 당시 지역 할당제 등이 있어 사상범이 아닌 사람들도 반강제적으로 단체에 등록되기도 했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직권 조사 등을 거쳐 407명을 울산 보도연맹 희생자로 확정했다. 2012년 8월에는 유족 482명에 대한 국가 배상 판결도 확정됐다.

이번에 소송을 낸 42명은 2007년 과거사정리위의 희생자 확정 사실을 몰라 배상을 청구하지 못했거나 그 이후 정보공개 청구 등 추가 자료에서 처형 기록을 확인한 유족들이다.

이들은 이 사건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2016년 8월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지급 소송을 냈다.

1·2심은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는 민법을 근거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소멸시효를 다툴 수 있는 민법상 '항변권'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 이후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했는데 너무 늦어 '법적 안정성' 차원에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일부 유족들은 2016년 3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처형자 명부를 확인하고 나서야 희생자임을 알 수 있었다며 배상을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소멸시효 규정을 잘못 적용했다고 봤다. 이 사건은 과거사정리법상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 에 해당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이라는 소멸시효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2018년 과거사 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 청구권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부터 소멸시효가 시작된다'고 정한 민법상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헌재 판결에 따라 이 사건에는 민법상 소멸시효의 주관적 기준인 '피해자가 그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진실규명결정일이 아닌 '진실규명 결정 통지서가 송달된 날'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결정 통지서가 송달된 날은 개인에 따라 각각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각각의 소멸 시효 완성 여부에 대한 심리는 파기환송심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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