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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는 왜 10년 동안 '선수층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나

송고시간2020-06-08 05:57

2000년대 소극적인 육성, 2010년대엔 유망주 유출…암흑기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의사결정권자는 뒤에 숨고 책임은 현장에 전가…'무책임한 구단 운영'

한용덕 감독 사퇴
한용덕 감독 사퇴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 14연패라는 불명예를 안은 한화 한용덕 감독이 7일 오후 감독직을 사퇴하고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8-8-6-8-9-9-6-9-8-3-9.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록한 정규시즌 순위다.

8개 팀 체제였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네 시즌 중 세 시즌에서 최하위를 기록했고, 9개 팀 체제였던 2013년과 2014년엔 최하위에 머물렀다.

2018년엔 3위를 기록하며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지난 시즌 9위로 추락한 데 이어 올해에도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특히 올 시즌엔 8일 현재 구단 단일시즌 최다 연패인 14연패 수렁에 빠지며 한용덕 감독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경질되기도 했다.

한화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암흑기를 보내고 있을까.

한화, 14연패
한화, 14연패

7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 한화 이글스 경기. 한화 선수들이 NC에 2-8로 패한 뒤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NC는 대전 원정 3게임을 모두 이겼고, 한화는 14연패로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얇은 선수층 문제…백업 선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선수층 문제를 꼽는다.

한 시즌 144경기를 치르기 위해선 주전 선수들이 부진하거나 부상으로 이탈할 경우 그 자리를 메워야 하는 수준급 백업 선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올 시즌 한화엔 주전 선수와 경쟁을 펼칠 수 있는 백업 선수가 없다.

기록이 설명한다. 한화 이성열(0.226)과 송광민(0.217·이상 타율)은 극도의 부진을 겪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규정 타석을 채우고 있다. 이들을 대신해 출전 기회를 줄 선수가 없다는 의미다.

14연패를 기록한 7일 NC전에서도 두 선수는 모두 선발 출전했다.

주전 유격수 하주석의 부상으로 출전 기회를 얻고 있는 노시환도 올 시즌 타율은 0.230에 그치고 있다.

한화의 선수층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문제다.

◇암흑기의 시작은 2000년대 투자 문제…신인드래프트서 양의지 영입도 포기

선수층 문제를 초래한 이유는 20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화는 그룹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면서 외부 선수 영입은 물론, 유망주 발굴에도 무심했다.

한화는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4라운드까지만 지명한 뒤 5라운드부터는 영입을 포기했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는 7라운드에서 지명을 멈췄는데, 이때 놓쳤던 선수가 현재 리그 최고의 포수로 성장한 양의지(현 NC다이노스)다. 양의지는 8라운드에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화는 1군 경기에서도 당장의 성적을 위해 나이 많은 베테랑 선수에게 주로 출전 기회를 줬다.

당장의 성적을 위해 리빌딩과 육성을 포기했다. 그 여파는 2010년대 초반 팀 성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2014년 한화 이글스 FA 입단식
2014년 한화 이글스 FA 입단식

왼쪽부터 송은범, 김성근 전 감독, 권혁, 배영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계속된 의사결정 실책…2010년대 젊은 선수 내주고 베테랑 영입

한화그룹은 2010년대 초반 야구단 운영 정책을 완전히 바꿨다. 소극적인 야구단 투자로 비판 여론이 일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 등으로 KBO리그 인기가 올라가자 야구단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방향이었다. 한화는 이름값에 기대 지도자를 선임했다. 그렇게 영입한 감독이 김응용, 김성근 감독이다.

한화는 두 거물급 지도자 체제에서 몸값 비싼 외부 자유계약선수(FA)를 아낌없이 끌어모았다.

당시 한화는 당장 성적을 내야 한다는 감독들의 요구로 30대 베테랑 선수를 대거 영입했다. 그 대신 유망주를 보상선수로 타팀에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김성근 감독 시절 그랬다. KIA 타이거즈의 주축 투수로 성장한 임기영과 SK 와이번스의 핵심 외야수 노수광이 이때 한화를 떠났다.

김민우, 이태양 등 젊은 투수들은 혹사 논란 속에 수술을 받기도 했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 주도로 영입한 30대 후반의 고참 선수들을 정리하느라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용규 어깨 잡아주는 한용덕
이용규 어깨 잡아주는 한용덕

한용덕 전 한화 감독이 지난해 9월 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아 사과 인사하는 이용규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운 좋게 진출한 PS, 1년 만에 돌아온 암흑기 그림자

김응용-김성근 체제를 벗어난 한화가 선택한 지도자는 한용덕 감독이었다.

한화는 한 감독 체제로 2018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반전을 만들었다.

당시 김응용 감독 시절 영입한 이용규, 정근우(현 LG트윈스)가 힘을 냈고, 김성근 감독 시절 계약한 송은범(현 LG), 정우람이 맹활약했다.

부상 선수가 나오는 등 악재도 거의 없었다. 운이 따른 시즌이었다.

그러나 한화는 2019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주전 외야수 이용규가 트레이드를 요구하다 팀 자체 징계로 이탈했다. 주전 내야수 하주석은 십자인대 파열로 인해 시즌 아웃됐다.

이런 예상치 못한 사태를 겪자 한화는 얇은 선수층 문제를 드러내며 9위로 다시 떨어졌다.

많은 돈을 들여 영입한 FA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지거나 기량이 눈에 띄게 떨어진 상태였다. 기량이 올라왔어야 할 미래 자원들은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한용덕 한화 전 감독
한용덕 한화 전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10년의 암흑기, 현장에 책임 전가하는 한화 구단

2010년부터 이어온 긴 암흑기의 책임은 잘못된 방향을 제시한 구단 전·현직 수뇌부와 의사결정권을 가진 모그룹 간부들에게 있다.

그러나 한화는 그동안 현장에 책임을 전가하며 꼬리 자르기에 급급했다.

한화는 2010년 이후 영입한 4명의 지도자 중 3명을 경질했다.

한화가 현재 시스템을 극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암흑기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때가 되면 한화는 다시 한번 자진사퇴 형식으로 감독의 경질 소식을 발표할 것이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프랜차이즈 출신 정민철 단장을 선임하기도 했지만, 그룹과 구단은 정 단장에게 그리 많은 권한을 주지 않았다.

한화는 비시즌 기간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을 하지 못했다. 아울러 획기적인 육성 시스템을 마련하지도 못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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