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연합시론] 마포 쉼터 소장의 안타까운 죽음…불행한 사태 더이상 없어야

송고시간2020-06-07 17:57

(서울=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거처인 서울 마포 쉼터의 소장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휴일 아침의 평온을 깨며 전해졌다. 연락 두절 상태라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경기도 파주의 자택에서 숨져 있던 소장을 발견했다.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통해 가려지겠지만, 경찰은 일단 극단적 선택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전언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16년간 '평화의 우리 집'이라는 이름의 이 쉼터에서 개인의 삶 보다 할머니들의 건강과 안위를 우선하며 늘 함께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최근 정의연 회계 부정 사태와 윤미향 의원 후원금 유용 의혹이 터지고, 검찰의 압수수색으로까지 이어지자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주변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창졸간에 닥친 안타까운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세인의 관심을 끄는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는 잊을 만하면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물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악몽처럼 되풀이되곤 한다. 정의연의 설명대로라면 소장의 죽음에도 검찰의 수사 착수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여지가 있다. 지난해 '조국 사태' 전후로 단행된 검찰 개혁을 통해 공개소환 전면 폐지 등 피의자와 참고인, 기타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 보호 장치가 한층 강화되기는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라는 함의 자체가 여전히 수사 선상에 오른 관계자들의 심리 상태를 짓누르고 있음이 재삼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수사를 맡은 서부지검은 "정의연 고발 등 사건과 관련해 고인을 조사한 사실도 없고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고 밝히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검찰은 그런 도식적인 인과관계의 불성립만 언급해선 곤란하다. 쉼터에 대한 지난달 21일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꼭 필요했는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해 보여서다. 정의연은 당시 일본군 위안부 운동과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자 인권침해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관련 회계자료의 임의제출을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시도해 봐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수사 진행 과정에서 또 다른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중하고 사려 깊은 검찰권의 행사가 이뤄지길 바란다.

쉼터 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번 '정의연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회계 부정이든 후원금 유용이든 검찰수사와 관련한 문제와는 별개로 정의연의 본령인 위안부 운동이 흔들림 없이 지속할 수 있느냐가 당장 시급한 화두로 부상했다고 볼 수 있다. 가뜩이나 수세에 몰린 정의연이 잇따른 악재 속에 방향성을 잃고 운동의 대의를 이어나갈 동력을 상실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긍정의 에너지로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운동의 횃불이 꺼지는 일이 없도록 관심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정의연에 이 모든 지난한 과제를 떠맡겨선 안 된다. 정부, 정계, 학계, 외교가, 시민운동 진영 등에 포진한 일본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의연과 위안부 운동의 미래를 논하는 작업에 속히 착수하길 바란다. 윤미향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고 해서 이 중대한 문제를 당파적 프레임에 가두어 정쟁화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선 안 되겠다. 지난 30년간 면면히 이어져 온 위안부 운동은 어느 진영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역사여서다. 그것도 치유와 극복이 필요한 피해의 역사다. 쉼터 소장의 죽음을 다룬 보도가 흥미 위주로 흐르거나 음모론을 부추기는 소재로 활용돼 본질을 흐리지 않도록 언론도 각별히 책임감을 갖고 절제된 '사실 보도'에 충실해야 한다.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