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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같이 예뻐했는데"…전주 대부업 사기 피해 상인들 망연자실

송고시간2020-06-04 15:11

전통시장 상인 등 71명 고소장 제출…피해액 430억원으로 늘어

전통시장
전통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처음부터 목돈을 넣었을 리가 있겠어요. 1만원으로 시작했다가 1년 넘게 이자 꼬박꼬박 들어오니까 믿고 넣었다가…."

전북 전주 '대부업체 거액 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인 전주의 한 시장 상인들은 하나같이 투자금을 들고 잠적한 대부업체 대표 A(47)씨를 "신뢰했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A씨가 시장에 다시 나타난 건 2018년 초반이었다.

15년여간 시장 근처 2금융권 은행에서 일하며 친분을 쌓았던 A씨가 오랜만에 시장에 얼굴을 비추자 상인들은 반가워했다.

그런 A씨가 1만원씩 100일을 모으면 103만원을 주겠다며 1만원 투자를 제안하자 상인들은 평소 싹싹하고 아들 같던 '삼촌'을 의심하지 않고 돈을 맡겼다.

A씨는 매일 시장에 들러 1만원씩 일명 '일수'를 해서 갔고 정확히 100일 후에 103만원을 입금했다.

돈 수금 외에도 A씨는 '이모'라고 부르며 상인들의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했고 빳빳한 새 돈이 필요하면 교환해주기도 했다.

1년여 간 꾸준히 일숫돈을 넣었던 상인 C씨는 "물어보지 않아도 '이모, 오늘도 새 돈으로 바꿔줄까요'라고 물어왔다"며 "잔돈을 새 돈으로 거슬러주면 좋아하는 손님들이 많아 새 돈을 교환하는 재미로 일수를 넣었다"고 말했다.

일수 거래 장부
일수 거래 장부

'전북 대부업체 거액 사기' 사건 관련 한 상인이 대부업체와 거래한 일수 장부. [촬영 나보배]

상인들의 신뢰를 쌓으면서 시장에는 A씨 대신 A씨의 직원들이 왔지만, 이들 역시 상인들 눈에는 딸이나 아들처럼 예뻤다.

특히 A씨의 후배인 B씨도 A씨처럼 과거 2금융권 은행에서 일했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아내 역시 2금융권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자식까지 있다는 말에 더 신뢰가 갔다.

여타 은행들처럼 1∼2%, 3%의 금리로 투자를 하던 상인들에게 B씨는 올해 초 4개월에 10% 프로모션을 제안했다.

상인들은 대부업체인 탓에 투자를 망설이면서도 지난 2년간 A씨와 직원 B씨 등이 쌓아온 신뢰를 믿었다.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대부업체인 만큼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상인 D씨는 대부업체의 사무실에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D씨는 "사업을 확장했다길래 사무실에 가 봤더니 보안요원도 여러 명이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며 "돌다리를 열심히 두드려보고 투자했다고 생각했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D씨는 1년여간 3만원씩 일수로 투자를 시작했다가 500만원을 투자해 2% 이자를 받고, 올해 초 처음으로 2천만원을 투자했다. 이후 추가로 2천만원을 더 맡겼다.

2년여 넘게 매일같이 얼굴을 보던 아들 같던 '삼촌'이 투자를 제안하자 상인들은 홀리듯 목돈을 건넸다. 자식의 학비나 주택자금을 밀어 넣은 사람도 있다. 주변에 권유해 지인들의 돈을 건넨 상인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에 피해를 봤다고 고소장을 접수한 사람은 현재까지 71명에 달한다. 피해 규모는 430억원이다.

A씨에 대한 고소장이 처음 접수된 지난달 22일 이후 고소장은 계속 늘고 있다.

다른 이들에 비해서 피해금이 소액이라서 혹은 변호사 선임 등 이후 재판을 하며 몸만 지칠 것 같아서 고소하지 않은 상인들도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클 것으로 분석된다.

전북지방경찰청은 대부업체 거액 사기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지능범죄수사대 등 총 4개 팀 25명으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A씨의 신병을 쫓고 있다.

상인들은 A씨가 빨리 경찰에 붙잡히기만을 바라고 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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