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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전 사형수가 된 수학자' 안재구 전 경북대 교수 별세

송고시간2020-07-08 09:27

2013년의 안 전 교수
2013년의 안 전 교수

[유족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형수' 안재구(安在求) 전 경북대 교수가 8일 오전 4시30분께 경기도 군포시 한 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밝혔다. 향년 87세.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서 태어나고 경남 밀양에서 자란 안 전 교수는 1960∼1970년대 해석적인 방법으로 공간이나 곡면 등 기하학적 대상을 탐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인 미분기하학과 응용해석학 분야에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일부는 미국 수학 학술지(Mathematical Review)에 실리기도 했다. 은사(박정기 전 경북대 총장·1915∼2000)의 뒤를 이어 '경북수학지(Kyungpook Mathematical Journal)'를 펴냈다. 고 김용운(1927∼2020) 전 한양대 교수는 2004년 10월에 방영된 'KBS 인물현대사'에서 "당시 대한민국 내에서 저널을 세계에 보낸 건 그것(경북수학지) 하나밖에 없다"며 "나도 처음으로 외국에서 경북저널을 봤을 때는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1970년 이학박사학위를 받은 뒤 은사(왼쪽)와 함께 사진을 찍은 안 전 교수(오른쪽)
1970년 이학박사학위를 받은 뒤 은사(왼쪽)와 함께 사진을 찍은 안 전 교수(오른쪽)

[유족 제공]

유족에 따르면 안 전 교수는 일제 시대에 독립운동을 한 조부(안병희)의 영향으로 해방 직후 중학교 재학 도중 노동절 시위에 참가했다가 학교에서 제적됐고, 남로당 밀양군당 농민위원회 연락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경북대 제자인 여정남(1944∼1975)이 1975년 4월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당한 것을 계기로 1976년 지하 조직이었던 남민전 준비위원회 결성에 참여했다가 1979년 10월에 체포돼 1980년 사형이 선고됐지만, 같은해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 참석했던 수학자 수백명이 한국 정부에 보내는 구명 서한에 연대 서명한 덕분에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1988년 가석방됐다. 당시 남민전 사건 연루자 중에는 고 이재문(1934∼1981) 전 대구일보 기자, 김남주(1946∼1994) 시인과 정치인 이재오, 홍세화씨 등이 있다.

1994년 6월 구국전위 사건으로 아들(안영민)과 함께 구속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가 1999년 8·15 특사로 풀려났다. 이후 통일연대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등의 동향 등을 수집해 대북보고문을 정리했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17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아들 안씨는 "아버지가 북한에 남쪽 단체 동향을 보고할 이유가 없었다"고 무리한 수사였다고 비판했다. 연이은 투옥 사이에 경희대 교양 과목(현대과학과 철학) 강사(1991∼1992년), 전국수학교사모임 고문 등을 지냈다. 저서로 '쉽고 재미있는 수학세계'(1992), '할배, 왜놈소는 조선소랑 우는 것도 다른강'(1997), '수학문화사'(2000), 아들 안씨와의 공저 '아버지, 당신은 산입니다'(2003) 등이 있다.

유족은 아들 안세민·안영민(전 민족21 대표)씨와 딸 안소정·안소영씨가 있다. 프로야구 NC다이노스 선수 안인산이 손자이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10일 오전 6시. 9일 오후 7시30분 장례식장 1층 영결식장에서 추모식이 열린다. ☎ 02-2072-2091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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