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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홈페이지에 신인왕 이정은 에세이 '아직 남은 나의 길'

송고시간2020-06-02 06:27

아버지 교통사고, 골프 잠시 그만뒀던 일들 솔직히 털어놔

지금까지 쉽고 편한 길 아니었지만 가치 있는 길은 항상 그렇다

이정은(왼쪽 뒤)이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
이정은(왼쪽 뒤)이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

[LPGA 투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이정은(24)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수필 형식의 글을 LPGA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기고했다.

LPGA 투어는 2일(한국시간)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정은이 자신의 인생에 관해 서술한 '아직 남은 나의 길(MY ROAD LESS TRAVELED)'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이정은은 이 글에서 "나는 9살에 골프를 시작했다"며 "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트럭을 운전하셨는데 내가 4살 때 교통사고를 당하셨고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장애를 입으셨다"고 털어놨다.

이정은의 아버지 이정호 씨는 불편한 몸에도 직접 장애인용 승합차를 운전하며 이정은이 국내에서 활약할 때 운전기사 역할을 했고, 장애인 탁구 선수로도 활약했다.

이정은은 "그때 어렸던 나는 아버지가 결정한 선택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며 "당시 아버지는 자기 연민에 빠져 있을 수도 있었고 인생을 포기하셨을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셨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마추어 시절 우승 후 어머니와 함께 포즈를 취한 이정은.
아마추어 시절 우승 후 어머니와 함께 포즈를 취한 이정은.

[LPGA 투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골프가 지루하다고 생각했다"며 "떠밀려 배우는 기분이었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3년간 골프를 쉬었다"고도 밝혔다.

이후 "15살 때 티칭프로가 되기 위해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고 소개한 이정은은 "17살에 서울의 유명한 감독님이 학교와 골프를 병행할 수 있는 골프 아카데미 기숙사에 들어오겠냐는 제안을 하셨다"고 돌아봤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 계신 아버지로부터 떨어지기 싫었고 두려웠지만 움직이기로 결심했다"며 "그것이 나의 전환점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 결과 "원래 계획이었다면 19살에 모든 것이 편안한 순천 집 근처의 티칭프로가 되었겠지만 선택의 결과 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6번째로 '이정은'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됐다"고 프로 데뷔 과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때도 "바로 여기에서 내 이름 끝에 있는 숫자 '6'이 유래되었고 나는 숫자에 불과했다"고 몸을 낮춘 이정은은 "이후 2년차인 2017년 4번 우승하고 상금왕을 차지했다"고 본격적인 성공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그해 US오픈에 처음 출전, 3라운드 마지막 조에서 경기하는 등 5위로 선전한 이정은은 "그때 나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미국 진출의 꿈을 키우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2019년 US오픈 우승 이후 부모님, 미국골프협회 관계자와 포즈를 취한 이정은.
2019년 US오픈 우승 이후 부모님, 미국골프협회 관계자와 포즈를 취한 이정은.

[US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2018년에도 KLPGA 투어 2승을 거두고 상금왕에 오른 이정은은 "그때 내 인생의 또 다른 갈림길과 마주했다"고 미국 진출을 두고 고민했던 시기를 떠올렸다.

그는 "한국에서 익숙한 사람, 문화, 언어 속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할 것인지, 아니면 세계 최고의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 LPGA 퀄리파잉스쿨에 나갈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며 "골프가 아닌 다른 모든 것에 대해 긴장되고 두려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순천에서 서울로 오던 때를 떠올리며 "그때 고생스럽고 불확실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LPGA에서 뛰거나 US오픈 우승, 신인왕 등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돌아봤다.

이정은은 "지금도 영어를 잘 못하고, 신인 때 영어 실력 때문에 기자들에게 미안했다"며 "그래서 신인상 수상 연설 때는 3개월 동안 연설문 연습을 했다. 연설을 마친 후 큰 박수를 받았는데 눈물이 날 만큼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뿌듯해했다.

그는 "모든 삶에는 전환점이 있고 선택의 갈림길이 있다"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쉽거나 편하지 않았지만 가치 있는 길은 늘 그렇다"고 앞으로 남은 자신의 길에서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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