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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목소리 안 내면 안바뀐다"…워싱턴서 연일 흑인사망 분노 시위

송고시간2020-06-01 08:26

흑인지도자 다수 배출 하워드대 앞서 집회…백악관 앞까지 행진

'정의 없이 평화 없다' 문구로 트럼프 정부·경찰 비판…각지서 시위 잇따라

미국 워싱턴DC 항의시위 인파
미국 워싱턴DC 항의시위 인파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워싱턴DC에서 31일(현지시간)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열린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2020.5.31
zoo@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우리는 행진한다. 정의를 위해. 우리의 자매와 형제들을 위해", '일어나라, 싸우라, 더 크게 외치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짓눌려 숨진 사건에서 시작된 미국 내 항의 시위가 31일(현지시간)에도 각지에서 이어진 가운데 수도 워싱턴DC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는 워싱턴DC 내 하워드대학교 앞에서 오후 2시께 시작됐다. 시작 30여분 전부터 삼삼오오 모인 인파는 이내 수백명에 이르러 하워드대 정문 입구를 가득 메웠다.

1867년 설립된 하워드대는 많은 흑인 지도자와 저명인사를 배출한 곳으로, 흑인 명문대이자 흑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대학으로 꼽힌다. 흑인 최초의 연방대법관인 서굿 마셜과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 노벨문학상을 받은 유명 소설가 토니 모리슨 등이 이 대학 출신이다.

흑인들에게 뜻깊은 의미를 지닌 곳에서 흑인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린 것이다.

미국 워싱턴DC 항의시위 연설
미국 워싱턴DC 항의시위 연설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워싱턴DC 하워드대학 앞에서 31일(현지시간)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열린 시위에서 주최 측이 연설하는 모습. 2020.5.31
zoo@yna.co.kr

이날 시위는 17세의 고등학생인 앨리 코니어스가 플로이드 사망 소식을 듣고 난 뒤 오빠와 함께 소셜미디어에 행사 계획을 띄워 시작됐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는 경찰차 여러대와 경찰 수십명이 배치됐으며 집회 시작 전 경찰관들이 다가와 주최 측에 질서 준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학 교정에서도 순찰차가 움직이며 돌발 상황에 대비했지만, 다행히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코니어스는 "이번 집회는 생애 처음으로 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목소리를 대통령과 정부에 들려주기 위해 시위를 계획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단지 흑인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모두의 인권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DC 항의시위 군중
미국 워싱턴DC 항의시위 군중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워싱턴DC에서 31일(현지시간)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열린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집회 후 행진을 시작하는 모습. 2020.5.31
zoo@yna.co.kr

리아(24)라고 밝힌 흑인 여성은 "문제를 고치고 해결책을 찾으려면 조용히 있어선 안 된다. 행동해야 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은 정의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흑인 남성인 유진 설레이(35)는 "가만히 있으면 나와 내 가족도 언제든지 또 다른 희생자가 될 수 있다"며 "이것이 내가 여기에 온 이유"라고 지적했다.

볼티모어에서 딸과 함께 왔다는 백인 여성 테레시 헤일은 "다수가 소수를, 백인이 흑인이나 다른 인종을 차별해선 안 된다"며 "지금의 잘못된 시스템에 나를 포함한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집회 참가 이유를 밝혔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정의 없이 평화 없다', '조지(플로이드)를 위한 정의'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다음 차례는 당신의 아버지, 형제 아니면 아들', '침묵은 폭력', '인종차별주의는 질병이다. 혁명이 치료제' 등의 문구도 눈에 띄었다.

미국 워싱턴DC 항의시위 행진
미국 워싱턴DC 항의시위 행진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워싱턴DC에서 31일(현지시간)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열린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모습. 2020.5.31
zoo@yna.co.kr

참가자들은 즉석연설로 30여분 간의 집회를 마친 뒤 시내를 가로질러 행진에 나섰다. 집회와 행진 도중 지나던 차량에서 경적을 울려 응원하자 참가자들이 함성으로 호응하기도 했다. 곳곳에서 군중이 합류해 행진 인파는 거의 300m 넘게 이어졌다.

이들은 백악관으로 향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외치며 "트럼프는 떠나야 한다"며 목청을 높이고 "투표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다만 분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주최 측은 "평화적 시위를 해달라"고 강조했으며 참가자들도 질서를 유지하며 행진을 벌여 경찰과 충돌하는 상황은 빚어지지 않았다.

경찰 수십명과 여러 대의 경찰차, 오토바이 등이 주요 길목마다 배치돼 교통을 통제하며 행진 상황을 지켜봤다.

참가자들은 백악관 앞 펜스에 도착해 짧은 연설에 이어 각종 구호를 외치고 이날 시위를 마무리했다.

펜스 안쪽 백악관 경내에는 방탄조끼를 입고 방패를 든 중무장 경찰관 등 대규모 경비 인력이 대형을 갖춰 몇 열을 지어 삼엄한 경계를 폈다.

참가자들이 펜스를 사이에 두고 경찰과 긴장 속에 대치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펜스를 넘어 뛰어들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의 행동은 자제,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DC에서 31일(현지시간)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열린 시위 참가자들이 백악관 앞에서 집회하는 모습. [시위 참가자 트위터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워싱턴DC에서 31일(현지시간)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열린 시위 참가자들이 백악관 앞에서 집회하는 모습. [시위 참가자 트위터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인종차별 항의 시위는 워싱턴DC를 비롯해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부터 동부의 뉴욕에 이르기까지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이어지고 있다.

전날 워싱턴DC 집회에선 시위대와 백악관을 지키는 비밀경호국(SS) 직원이 충돌했고, 백악관 외곽에 방위군이 배치됐다.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공원이 불타고 연방정부 건물인 보훈처는 시위대에 의해 손상되는 등 격화 양상도 보였다.

미 언론에 따르면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는 미국 75개 도시로 번졌다.

곳곳에서 방화와 약탈 등을 동반한 폭동이 일어났고, 총격 사건까지 발생해 현재까지 최소 4명이 숨졌다. 체포된 시위대는 1천600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거리에서 방화하며 항의하는 시위대 [AF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거리에서 방화하며 항의하는 시위대 [AFP=연합뉴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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