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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아베 정권 파수꾼의 추락

송고시간2020-05-30 10:30

'마작 스캔들'로 사표 낸 구로카와 일본 도쿄고검장
'마작 스캔들'로 사표 낸 구로카와 일본 도쿄고검장

(도쿄 AP/교도=연합뉴스) 지난 2월 일본 도쿄에서 촬영된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의 모습. 최근 기자들과 내기 마작을 했다는 의혹이 한 주간지에 보도되자 이를 인정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아베 정권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도쿄고검 구로카와 히로무 검사장의 정년을 연장해 그를 검찰총장에 취임시키는 음모와 이에 따른 검찰청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2020년 일본 정기국회가 요동쳤다.

코로나 대책 이상으로 일본에서는 이 문제가 화제다. 아베 정권은 여론의 거센 반대에 밀려 이번 국회에서 검찰청법 개정을 포기했다. 그러나 코로나 대책으로 긴급사태선언이 나온 가운데, 구로카와 검사장이 내기마작을 했다는 의혹이 5월 20일 보도되면서 여론이 다시 요동쳤다.

5월 초순 산케이신문 기자, 아사히신문 직원과 내기마작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구로카와 검사장은 법무성의 청취 조사에 응해 이를 시인했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관계자들에게 사의를 밝혔다고 전해진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5월 18일, 검찰관의 정년을 정부 판단으로 연장할 수 있는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이번 국회에서의 성립을 단념했다. 그 결과 이 문제의 발단이 된 구로카와 검사장의 처우에 이목이 쏠렸다.

관계자에 의하면 구로카와는 이번 국회에서 법안 성립 유예가 결정된 후 주위에 자신의 인사문제로 국회가 혼란스러우며, 이는 자기 책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구로카와를 차기 검찰총장으로 취임시키기 위해 올해 1월 아베 정권은 이례적으로 그의 정년을 6개월 연장했다. 그 후 구로카와 검사장을 둘러싼 논란은 아베 정권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불씨가 됐다. 다급해진 아베 정권은 구로카와의 내기마작 의혹 진화에 나섰지만 여당에서도 그의 사임론이 분출했다.

5월 20일 중의원 내각 위원회에서 야당 공동 회파의 유즈키 미치요시는 문제의 보도를 거론하면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게 구로카와 검사장을 사임시킬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스가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코멘트는 삼간다"는 답변을 반복할 뿐이었다.

구로카와는 오랜 세월 법무성에서 정계와의 파이프 역할을 맡아 스가 장관 등 수상 관저 사람들의 신뢰가 두텁다. 2016년에는 사법연수 동기인 현 나고야 고검 검사장 하야시 마코토를 밀고 사무차관에 취임했다. 이때 법무성 내에서 "정권의 힘이 작용했다"는 목소리가 퍼졌다.

아베 정권은 올해 1월 63세 정년을 코앞에 둔 구로카와에 대해 반년의 정년연장을 각료회의에서 결정했다. 종래의 법 해석을 변경한 이례적인 결정은 정권이 검찰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정권의 판단으로 검찰 간부의 정년연장을 가능케 하는 특례 조항을 포함시킨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일본인의 격렬한 항의 움직임이 일어나 정부·여당은 이번 국회에서의 검찰청법 개정안 성립을 단념했다. 개정안을 다수결로 무리하게 통과시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코로나19 부실대응, 도쿄고검장 '마작스캔들' 등 아베 정권 타격 (PG)
코로나19 부실대응, 도쿄고검장 '마작스캔들' 등 아베 정권 타격 (PG)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이 와중에 구로카와의 내기마작 의혹이 불거지자 이에 대해 여당에서도 격한 반응이 나왔다. 자민당 간부는 "구로카와의 검찰총장 취임은 이제 없다. 이미지가 너무 안 좋다"고 단언했고, 연립여당 공명당 간부는 "검사장 자리에도 계속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당에서 사임 불가피 의견이 퍼지면서 구로카와는 검사장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구로카와 검사장의 담당기자였던 아사히신문 기자는 "구로카와는 옛날부터 담당기자들을 불러 마작하는 것을 좋아했다. 마작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구로카와 담당기자로 삼은 언론사도 있을 정도다. 구로카와가 카지노를 하기 위해 마카오까지 갔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고위관리가 돼서도 내기마작을 하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보도된 기사에는 마작을 하기 위해 언론사 차를 이용했다는 내용도 있다. 자민당 간부는 "코로나 사태에 내기마작이라니 웃고 끝낼 얘기가 아니다. 위법일 가능성이 있다. 구로카와는 도대체 왜 정년을 연장했는지 알고 있나? 당장 사임하지 않으면 아베 정권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한편,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체포된 가와이 안리 자민당 의원 비서에 대한 재판이 5월 19일 히로시마 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 문제는 아베 정권에 미치는 타격이 큰데, 아베 정권이 이 사건을 덮으려고 구로카와를 검찰청장에 취임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크다.

가와이 의원 비서는 작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운동원에게 정해진 상한액의 2배 일당(3만 엔)을 지불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첫 공판에서 시인 여부를 유보한 비서는 이날 유죄를 시인하고 "위법한 보수를 지불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가와이 의원 사무소에서 정한 액수다" "일당을 지불해달라는 요구가 있어 회계 담당자에게 운동원의 가동 일수와 보수 금액을 건네준 것 뿐"이라며 자신은 주범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가와이 의원은 자민당 국회의원인 남편과 함께 히로시마 현의회 의원, 시의회 의원들에게 돈을 뿌려 투표 매수를 의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히로시마지검과 도쿄지검 특수부는 두 사람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아베 정권으로서는 정권의 파수꾼인 구로카와 검사장을 검찰총장으로 승진시켜 자신들의 여러 스캔들과 가와이 부부의 위법 혐의 등을 무혐의로 만들 작정이었을 것이다.

아베 총리의 소위 '벚꽃 스캔들'은 시민들이 고발장을 낸 상태다. 그러나 내기마작 의혹으로 신뢰가 실추돼 구로카와 검사장은 결국 사임했다. 아베 관저의 '수호신'이 사라진 셈이니 아베 총리에게는 불명예스러운 퇴진만 남았다.

호사카 유지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 정치학 박사 | 세종대학교 독도종합연구소 소장 |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 | 2003년 한국으로 국적을 옮긴 일본계 한국인 [호사카 유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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