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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한일관계 '민제'(民際)로 풀자

송고시간2020-05-30 10:30

홍만표 충청남도 경제통상실 아주팀장
홍만표 충청남도 경제통상실 아주팀장

일본에서 지역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6년부터 충청남도 경제통상실에서 근무하며 일본과 중국 외 아세안 10개국 등 충남도의 외교 실무를 맡고 있다. 그 공로로 2013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제3회 지방행정의 달인'에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공공외교 우수 사례 특별상(외교부 장관)과 국제협력 업무(신남방정책) 추진 공로로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홍만표 제공]

2차 대전 이후 구축된 강도 높은 세계화를 바탕으로 성장과 혁신을 이뤄왔던 전 지구적 삶의 방정식은 폐기될 위기를 맞았다. 출구는 '연대'에서 찾아야 하지만 세계화의 위험을 체험하면서 선뜻 '고립'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전체주의적 국가주의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나와 다른 타인을 적으로 만들고 공동체 내부의 결속을 이뤄내는 것은 권력을 유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일본과 중국 내에서 '혐한' 의식이 높아졌고 한국에서도 중국과 일본에 대한 경계와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위기를 적의로 치환하는 것은 손쉽게 국가주의로 나아가는 길이다. 혐오와 증오의 국가주의 앞에서 시민적 연대와 다양성의 목소리는 설 자리를 잃는다. 한일관계를 평화롭게 풀어갈 방도는 없을까?

필자는 '민제'(民際)가 답이라고 말하고 싶다. 민제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공동체, 공동체와 공동체 등 다양한 국제 교류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실천적 행위라고 본다.

17년간 일본에서의 생활과 충남도청에서 15년간 동아시아 교류를 담당하며 몸으로 체험하고 경험한 것들로부터 얻어낸 결론이다.

지난해 7월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규제 이후 한일 양국 간 교류가 사실상 정지됐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상황과 다르게 양국 국민들은 갈등관계가 조속히 해결돼 교류가 지속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런 양국 국민들의 의식은 한일관계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실례가 있다. 한일관계가 급속히 악화될 때인 지난해 8월 일본 나라현에서 개최된 '한일문화카라반'은 1천500여 명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 속에 성황리에 개최됐다.

한국의 전통예술단 '혼'은 현지 지역 언론의 극찬을 받았고 인터뷰도 이어졌다. 충청남도의 홍보 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일관계 악화로 충남도 지휘부가 불참하는 등 파견단의 규모를 최소화한 가운데 이룬 뜻밖의 성과였다.

‘백제페스티벌’ 개회식
‘백제페스티벌’ 개회식

2019년 오사카 히라카타시에서 일본 ‘백제회’가 주관한 ‘백제페스티벌’ 개회식 축사를 하고 있는 홍만표 충청남도 경제통상실 아주팀장 [홍만표 제공]

행사 당시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는 '풀뿌리 민간외교'를, 아라이 쇼고 나라현 지사는 '우호와 신뢰'를 강조하며 양국 간 우의가 지속하기를 기원했다. 이 행사는 양국 간 외교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서도 민제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2012년 독도 왜곡 교과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민제는 힘을 발휘했다. 당시 구마모토현이 이런 교과서를 부교재로 채택하자 정부 대신 충남도가 나서 항의서한을 발송하고 직접 방문단을 이끌고 가 구마모토현 정부로부터 부교재 사용 재검토 및 정교재 불채택 약속을 받아냈다.

필자가 연구원으로 있는 메이지(明治)대학 '시민거버넌스연구소'와 함께 NPO 법인인 '동아시아 이웃 네트워크'를 설립해(공동대표) '백제-아스카 시민의 모임'을 만들고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온 것도 민제의 성공 사례다.

‘법륭사와 백제의 미소’ 심포지엄
‘법륭사와 백제의 미소’ 심포지엄

2019년 민단 오사카본부에서 열린 ‘법륭사와 백제의 미소’ 심포지엄에서 발언하는 홍만표 충청남도 경제통상실 아주팀장 [홍만표 제공]

끝으로, 한일 간 민제의 키워드로 활용할 수 있는 소재가 바로 '백제'임을 밝히고 싶다. 일본 왕실이 스스로 백제의 후예임을 인정하고 있고, '백제사'(百濟寺)라는 이름을 가진 일본 내 절만 5개에 이르는 등 일본 곳곳에 백제의 혼이 서려 있다.

2009년 일본 민간단체 '백제회' 주도로 오사카부 히라가타시에서 열린 '히라가타-구다라(백제) 페스티벌'은 백제를 소재로 한 한일 간 민제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백제'와 '민제' 또는 '백제 민제'로 한일 양국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열어봄이 어떠할까.

홍만표 충청남도 경제통상실 아주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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